덴마크 유권자가 뜻을 밝혔다. 이변은 없었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덴마크 국민은 보수 연립정부를 4년 만에 물리고 진보 정부의 재집권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론조사보다 실제 투표 양상은 보수적이었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급진적 소수 정당보다 안전한 거대 정당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9년 6월5일
덴마크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다.
국회 의석 수로 본 2019년 덴마크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DR 재인용)
득표율로 본 2019년 덴마크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DR 재인용)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은 2015년 총선보다 1개 많은 48개 의석을 확보해 최대 정당으로서 진보 정부를 구성할 권한을 얻었다. 급진자유당(Radikale)과 사회인민당(Socialistisk Folkeparti), 적녹연맹당(Enhedslisten)과 손잡으면 진보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당 대표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의원을 차기 총리로 세울 수 있다. 덴마크는 의원내각제다.
덴마크 차기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의원은 총선 뒷풀이 파티에서 “친애하는 덴마크인 여러분이 덴마크에 새로운 여당을 선택하고, 새 정부를 선택했다”라며 선거 결과를
축하했다.
보수 진영 약세가 확실시 되자 보수 연립정부를 이끌던 자유당 소속 라르스 라스무센(Lars Løkke Rasmussen) 총리는 '사민당과 자유당이 연립 정부를 꾸리자'며
40년 만에 대연정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사민당은 단칼에 거절했다. 총선 뒷풀이 파티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사민당 대표는 “우리는 건설적인 영향력을 추구하는 사람이 모여 협력하는 순수한 진보 정부를 꾸릴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진보-보수 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덴마크인민당 몰락하며 보수 진영 함께 붕괴
지난 4년 간 보수 연립정부를 이끈 자유당(Venstre)도 선전했다. 4년 전보다 9자리가 늘어난 43개 의석을 손에 넣으며 사민당을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보수 정부가 재집권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지난 총선에서 37개 의석을 확보하며 제3당으로서 자유당이 제1당이 아닌데도 보수 연립정부를 구성하도록 ‘킹 메이커’ 역할을 했던 반이민 보수 정당 덴마크인민당(Dansk Folkeparti)이 올해는 12.4% 주저앉은 8.7%를 득표하는데 그쳐 16개 의석만 겨우 지켰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덴마크인민당이 확보한 가장 적은 의석수다.
덴마크인민당은 92개지역구 중에서 어느 곳에서도 민심을 얻지 못했다. 텃밭이었던 유틀란트 반도 남부 지역마저 자유당으로 돌아섰다. 극우 덴마크인민당에 실망한 유권자가 중도 보수 자유당으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지도로 본 2019년 덴마크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92개 지역구별로 최다 득표한 정당을 표기했다. 왼쪽 2015년 총선 결과와 비교하면 덴마크인민당의 하락세가 명백하게 보인다(DR 재인용)
덴마크인민당이 무너지며 현 보수 연립정부를 구성한 4개 정당이 확보한 의석 수는 90개에서 75개로 줄었다. 정부를 구성하려면 최소 90개 의석을 확보해 마르그레테 2세 여왕에게 재가받아야 한다.
극우와 극좌 모두 약세
급진적 의견을 개진하던 소수 정당은 보수와 진보 정당 모두 여론조사 결과보다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이슬람계 주민이 모여 사는 뇌레브로(Nørrebro) 지역에서 코란을 불 태우며 ‘무슬림을 덴마크에서 쫓아내라’고 집회를 열다 코펜하겐에 폭동을 일으킬 뻔 한
강경노선당(Stram Kurs)은 1.8%를 득표해 최소 득표율인 2%에 미치지 못해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강경노선당은 선거운동이 인종 차별이라는 우려가 나올 만큼 덴마크 정계에서도 극단적이라고 평가받은 정당이다.
기독민주당(Kristendemokraterne)도 14년째 국회 의석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진보 정당 중에도 환경주의와 정치 혁신을 표방하며 창의적인 의견을 개진하며 2015년 9개 의석을 확보해 6대 정당으로 약진했던
대안당(Alternativet)도 올해 총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4개 의석을 잃고 5개 의석을 지키는데 그쳤다.
올 총선에서 가장 피를 많이 흘린 정당이 덴마크인민당이라면 반대로 가장 이득을 많이 본 정당은 급진자유당이다. 4년 전보다 4% 오른 8.6%를 득표해 지난 총선보다 2배 늘어난 16개 의석을 손에 넣으며 제4당으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