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Ventre) 소속으로 보수 연립 정부의 대표 주자 라르스 라스무센(Lars Løkke Rasmussen) 덴마크 총리가 5월17일 새로 출간된 인터뷰 집 <해방의 순간>(Befrielesens øjeblik)에서 올 6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계기로 최대 야당인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과 연립정부를 꾸릴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DR> 등 덴마크 미디어가 5월16일 일제히 보도한 소식이다.
보수 연립 정부 총리, 인터뷰집에서 보수-진보 연립 가능성 내비쳐
저자인 키르스텐 야콥센(Kirsten Jacobsen) 기자는 라스무센 총리 인터뷰집 <해방의 순간> 내 책 제목과 같은 장에서 사민당과 연정 가능성을 물었다.
“사민당은 요즘 확실시 강세입니다. 자유당을 비롯해 보수 연립은 여론조사에서 꽤나 고전하는 와중에 말이죠. 총선 뒤에 의석 비중이 바뀌면 사민당과 함께 정부를 꾸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십니까?"
보수 연립 정부의 수장으로서 보수에서 진보로 무게중심이 넘어가는 최근 덴마크 정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냐는 질문이다.
라스무센 총리는 보수-진보 연립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답했다.
“ (보수-진보 연립정부 구성)안에는 자연스레 몇 가지 모순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추진할 만한 방안이라는 점도 확실하죠. 오늘날 대다수 정책은 이미 (보수와 진보의) 중간 지대에서 만들어지거든요.”
16일 <폴리티켄> 보도에 따르면, 자유당과 사민당은 지난 4년 간 국회에 표결에 부친 법안 824건 중 90% 이상에 같은 의견을 냈다. 사민당은 다른 분야에서는 진보적으로 활동했으나 이민 정책에는 보수적인 의견을 내왔다.
라르스 라스무센 총리는 사민당과 연립할 경우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사민당 대표에게 총리실을 내줄 수도 있다고 책에서 밝혔다.
“제가 제시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제 (총리로서) 존재가 덴마크에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데 방해가 되면 안 되겠죠."
총선 패색 짙으니 40년 만에 보수-진보 연정 제안
자유당과 사민당은 덴마크 정계에서 가장 큰 경쟁자다. 사민당 안케르 요르겐센(Anker Jørgensen) 대표가 1970년대 후반 총리직을 맡은 동안 잠시 연립 정부를 구성한 적 있다. 전시를 제외하면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자유당과 사민당 연정이었다.
라르스 라스무센 총리가 40여 년 만에 연정 가능성을 내비친 이유는 보수 진영이 이번 총선에서패배가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2015년 총선에서 이겨 연립 정부를 구성한 보수 진영(VLAK)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 중이다. 2017년 지방선거에서는 최대 야당 사민당이 코펜하겐 시장을 비롯해 32% 넘는 지자체장을 배출하며 압승을 거뒀다.
6월5일 총선을 앞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보수 진영 지지율은 수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리쳐>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유당 지지율은 34%에서 32%로 내려간 반면 사민당 지지율은 47%에서 49%로 치솟았다.
<DR> 정치전문기자 옌스 링베르(Jens Ringberg)는 라르스 라스무센 총리의 자유당-사민당 연정 제안이 보수 연립 진영에 해산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풀이했다. 보수 연립 진영이 침몰하는 와중에 총리가 보수 연립 정부 대표가 아니라 자유당 수장으로서 자유당만 구명보트에 태우려 한 셈이기 때문이다.
라르스 라스무센 총리가 총리직까지 내걸며 표심을 돌리려 애썼으나,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민당이 굳이 자유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은 여전히 자유당을 압도하고 있다. <DR>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민당 지지율은 자유당과 덴마크인민당(DF)의 지지율을 합한 데 육박한다.
2019년 5월14일 덴마크 총선 여론조사 결과. 옅은 막대는 2015년 총선 득표율(DR 재인용)
사민당은 단독 소수 정당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올해 총선에서 노리는 바라고 밝인 바 있다. 다른 진보 정당만 모아도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게 가능한 마당에 굳이 수세에 몰린 정적과 손 잡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