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시민이 5년간 다툼 끝에 글로벌 대기업 애플을 이겼다. 덴마크 글로스트럽지방법원(Glostrup District Court)은 덴마크 소비자에게 새 제품 대신 리퍼폰을 준 애플이 덴마크 법을 위반했다고 12월9일 판결했다. <더 로컬>이 같은 날 보도한 소식이다.
“새 폰 같은 리퍼폰이라고?"
마케팅 매니저 데이비드 리스고(David Lysgård)는 2011년 애플 공식 웹사이트에서 4399크로네(73만2600원)를 주고 아이폰4를 샀다. 하지만 1년 뒤에 아이폰은 말을 듣지 않았다. 리스고가 항의하자 애플은 제품을 교환해주기로 동의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애플은 자사 정책을 이유로 들며 새 제품 대신 “새 제품과 동일한” 리퍼 제품을 줬다. 새로 받은 리퍼폰은 문제 없이 작동했지만 리스고는 새 아이폰이 다른 제품에 썼던 부품을 짜깁기한 제품이라는 점이 늘 꺼림칙했다. 그는 덴마크 소비자고발위원회(Forbrugerklagenævnet)에 진정서를 넣었다.
데이비드 리스고가 애플한테 받은 리퍼 아이폰4 (TV2 방송 화면 갈무리)
덴마크 법원, "리퍼폰은 새 폰 아니야"
소비자고발위원회는 2014년 리스고가 덴마크 동산매매법(Danish Sale of Goods Act)에 따라 새 제품을 받거나 환불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위원회 결정에 불복하고 리스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글로스트럽지방법원은 12월9일 리스고의 손을 들어줬다.
“면밀한 검토 끝에 본 법정은 데이비드 리스고[…]가 원래 구매한 제품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 새 제품을 받기로 기대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데이비드 리스고가 받은 리퍼폰에는 재활용 부품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기에 새 제품과 가치가 같다고 볼 수 없다.”
애플 대변인은 불량이거나 파손된 제품에서 부품을 재활용해 리퍼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드는 일이 환경을 보호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또 리스고가 받은 리퍼폰은 새 제품만큼 좋다고 강변했다.
덴마크 소비자 권리 보호단체 Consumer Council Think(Forbrugerrådet Tænk) 반 옐쇠(Vagn Jelsøe) 부의장은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애플이 리스고 사건이 판례를 세우는 일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와 인터뷰에서 “애플이 이번 재판 결과에 따르지 않는다면 수많은 고발이 뒤따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리스고는 이번 재판이 글로벌 대기업 애플을 상대로 한 개인적 복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송에 휩쓸린 뒤에도 여전히 애플 제품을 산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10월 <TV2>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재판은 큰 회사들도 덴마크 법을 준수해야 함을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덴마크인이 단지 애플 내부 정책이 그렇다는 이유 때문에 불이익을 감수하는 일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평범한 덴마크인이 이런 일을 겪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