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이 잇따라 덴마크에 데이터센터를 세우거나, 건설 계획을 발표한 와중에 데이터센터 유치가 지속가능성이라는 덴마크의 장기 정책 목표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덴마크 기술전문매체 <인게니외렌>은 데이터센터가 덴마크 전기 소비량은 크게 늘리는 반면, 고용 창출효과는 미비하고 열 재활용 가능성도 불확실하다고 11월11일 보도했다.
데이터센터란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 장비, 저장장치 등이 설치된 기간 시설을 가리킨다. 수만 대에 달하는 서버 컴퓨터가 동시에 작동하며 IT 서비스를 제공한다.
데이터센터 6곳 전력소비량 = 190만 가구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IT기업은 2030년까지 덴마크 각지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공사에 착수한 곳도 있다.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세 기업의 데이터센터는 7.5TWh(테라와트시)달하는 전력량을 소비한다. 덴마크 190만 가정이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윌란스포스텐>은 데이터센터에 쓸 전력을 만들려면 지상풍력발전기 700대 혹은 해상풍력발전기 200대를 건설해야 한다고 덴마크 발전산업협회 단스크 에너지(Dansk Energi)를 인용해 지적했다. 2050년까지 모든 소비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려 노력 중인 덴마크 정부에 작지 않은 부담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비
'전기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를 반기는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덴마크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은 대형 데이터센터 유치 소식을 전하며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전력소모량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애플은 3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오리건주에 세운 데이터센터에 정직원 35명만 고용했다. 애플은 2016년부터 덴마크 비보르시(Viborg)에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중이지만 건설 기간 중 고용하는 임시직을 제외하면 300명 안팎의 인력만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재활용도 미지수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표방하며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원에서 공급받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발생한 열은 지역난방에 재활용한다는 구상도 말만큼 행동이 따르지 않았다.
덴마크에 건설 혹은 건설 예정인 대형 데이터센터 6곳 가운데 구체적인 난방열 재활용 계획을 발표한 곳은 페이스북이 오덴세(Odense)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뿐이다. 페이스북은 10만MWh(메가와트시)에 달하는 폐열을 지역난방망에 연결해 최대 6900가구에 열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데이터센터는 지역난방망과 먼 외지에 자리 잡은 탓에 난방열을 재활용하려면 추가로 배관망을 깔아야 하는 상황이다.
덴마크 지역난방 연구단체 그뢴 에너지(Grøn Energi) 최고 분석가 니나 데트레프센(Nina Detlefsen)은 IT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세울 때 우선순위는 덴마크의 친환경 정책과 어긋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형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들어서는 곳은 전기를 확보하기 최적인 장소입니다. 지역난방망은 우선 고려할 조건이 아니죠. 그러니 데이터센터에서 폐열을 재활용하는데는 거의 신경쓰지 않거나 아예 무관심한 겁니다.”
"데이터센터, 친환경 산업으로 성급히 포장 말라"
에너지 연구자인 브라이엔 마티에센(Brian Vad Mathiesen) 올보르대학교 교수는 <인게니외렌>과 인터뷰에서 덴마크 정계가 데이터센터 유치를 친환경 산업에 기여한 성과로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타깝지만 정치인과 지방정부 공무원은 각종 사업을 친환경 산업으로 포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친환경 산업인지 확인하거나 후속 조치를 하지는 않고 말이죠.”
친환경 싱크탱크 콩키토(Concito) 소속 크리스티안 입센(Christian Ibsen) 디렉터는 <인게니외렌>에 데이터센터의 환경 영향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규제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잉여 전력 및 폐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명시한 규제는 아직 없다.
“데이터센터는 무척 많은 전력을 소비합니다. 그러니 새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시설을 확충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합니다. 이걸 필수요건으로 못 박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남은 전력은 지역전력망에서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데이터센터 입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죠.”
라스 릴리홀트(Lars Christian Lilleholt) 덴마크 에너지전력기후부(Energi, Forsynings og Klimaministeriet) 장관은 <인게니외렌>의 질의에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재활용 문제를 “염두에 두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덴마크에 들어설 6개 데이터센터 중 오직 1곳만 잉여 에너지를 재활용하면 실망스러울 테지만, 그렇게 결론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IT 기업에 데이터센터 에너지 재활용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할 여지도 있다고 라스 릴리홀트 장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