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와 한국이 워킹홀리데이 협약을 맺은지 8년 째다. 2011년 36명으로 시작한 덴마크 워홀러는 지난해 150명으로 4배 넘게 늘었다.
많은 한국 청년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덴마크 땅을 밟지만, 덴마크 워홀 생활이 어떤지를 알아볼 기회는 많지 않다. 일자리 구하기 힘든 북유럽 겨울에 덜컥 찾아오거나, 영어도 덴마크어도 못하지만 젊은 패기로 극복하겠다며 덜컥 찾아왔다 높은 물가를 견디지 못하고 초기 정착금만 소진한 채 귀국하는 경우도 생긴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지만, 워홀러 생활마저 행복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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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전문 미디어 <NAKED DENMARK>가 덴마크에서 워킹홀리데이 생활 중인 한국 청년 4명을 만나 물었다. 덴마크 워홀 생활은 행복한가. 네 사람은 각자 다른 답을 내놓았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워홀 비자 소지자는 노동시장 밑바닥을 떠받치는 외국인 노동자다.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는 어렵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폐쇄적인 덴마크 사회에 동화되기는 어렵다. 그래도 덴마크어를 공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1명만 공략하면, 그 친구를 통해 인맥사회인 덴마크 사회에 진입할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다. 소소한 즐거움을 기꺼이 누려야 힘든 타지 생활을 버틸 수 있다.
각각 덴마크 워킹홀리데이 생활 18일, 4개월, 5개월, 그리고 워홀을 마친지 1년1개월차인 한국 청년 4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일자: 2018년 9월10일 오후 3시
- 장소: 덴마크 코펜하겐 코판 라이스(KOPAN RICE) 매장
- 참석:서아름(2018년 8월 말~), 우승찬(2018년 6월 초~),지민경(2018년 3월 초~), 김보임(2016년 8월~2017년 7월), 안상욱 NAKED DENMARK 편집장
2018년 9월10일 오후 3시 코판 라이스에서 만나 덴마크 워홀 경험담을 나누는 참가자. 왼쪽부터 서아름, 우승찬, 김보임, 지민경(사진: 안상욱)
안상욱: 덴마크에 워킹홀리데이를 온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민경: 유럽 여행을 하고, 한국을 벗어나 일하고 싶었어요. 원래 한국에서 여러 곳에서 직장생활을 했어요. 다들 하나 같이 “너는 왜 외국에서 취직하지 않느냐”라고 묻어라고요. '한 번 그래 볼까’ 생각만 하다가 서른 즈음이 되니 많이 조급해지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친하게 지내던 덴마크 친구가 있어 처음 하는 외국 생활을 좀 덜 무섭게 시작할 수 있을 듯 해 덴마크를 선택하게 됐어요. 아니었으면 다른 유럽으로 갔을 거예요.
김보임: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그 시기를 넘기면 외국에 오래 나가기 힘들 것 같고, 졸업 전에 갭이어(gap year)로 모든 것을 제쳐두고 내 생각만 하는 기간을 갖고 싶어서 덴마크를 선택했어요. 워킹홀리데이를 하면 외국어를 잘하고 싶다거나, 호주 같은 곳에 가서 돈을 많이 버는 분도 있더라고요. 저는 둘 다 해당하지 않았어요. 생각을 많이하고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었죠. 마침 유럽 중에 비자를 신청하기 까다롭지 않은 곳이 덴마크였어요. 덴마크여서 덴마크에 왔다기보다, 조건에 맞는 곳을 고르다보니 덴마크에 온 셈이죠.
우승찬: 이 질문을 여러 번 받아봤어요. 덴마크를 선택한 이유는 별 거 없어요. 그냥 덴마크에 오고 싶었어요. 그냥 느낌이 좋았어요.
왜 워킹홀리데이냐를 생각하면, 공부하느라 서울에서 4년 정도 살았는데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서울이 큰 도시인데도 사람을 옭아매는 기분이었어요. 밖에 나가고 싶었어요. 비자 받기 쉬운 나라가 덴마크라서 덴마크를 선택했어요.
덴마크에 오기로 결정한 뒤에 한국에서 덴마크 친구를 만났는데, 덴마크가 얼마나 살기 좋은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얘기해줘서 덴마크로 오기로 결정하길 잘 했다고 느꼈죠.
서아름: 2년 반 동안 회사 생활을 하다가 계약기간이 끝나 그만두게 됐어요. 앞으로 무엇을 할 지도 모르겠고, 지금이 아니면 워킹홀리데이 갈 나이도 꽉 찬데다, 외국에 나가 살자니 그냥 놀러가기보다 더 얻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심했어요. 여기서는 밑바닥부터 하나씩 스스로 해야 하잖아요. 한국에서는 많이 기대 살았는데, 독립적으로 사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저는 아직도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요. 무엇을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덴마크에 오면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생각할 시간이 많을 것 같더라고요.
여러 나라를 살펴봤어요. 선착순이나 무작위로 뽑는 곳도 있고, 호주는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영어도 못하는데 겁 많은 제가 금방 귀국할까봐 덴마크로 선택하기도 했어요.
안: 덴마크에서는 무슨 일을 했나요?
우: 호텔에서 하우스키핑(house-keeping) 일을 했어요. 비밀유지서약을 맺어서 어느 호텔인지는 말씀 못 드리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힘들지 않은 일이 없겠지만, 돈을 받는 게 특히 힘들었어요.
시급제인데, 방 한 칸을 청소하면 20분으로 쳐줘요. 방 3칸을 청소해야 1시간 시급을 받는거죠. 그런데 방이 더러워 치우는데 30~40분이 걸려도 20분만 쳐줘요. 방이 깨끗하면 기분 좋지만, 더러우면 무료로 추가노동하는 기분이라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호텔 일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에요. 접시닦이(dish-washer)나 도어맨(door-men)은 괜찮아요. 하우스키핑이 너무 고되기도 하거니와, 워킹홀리데이는 놀러오기도 한 건데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2달 반 만에 그만뒀어요.
학교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청소도 해봤는데, 그 연장선은 절대 아니더라고요. 호텔의 기준이 있고, 고객이 있고, 고객이 만족할 만큼 깨끗하게 청소해야 하니 힘들었어요. 제가 만일 호텔 업계에서 일하고 싶었으면 버텼겠짐나, 돈만 보고 들어간 곳이어서 더 버티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덴마크 워홀 4개월차 우승찬 씨(사진: 안상욱)
안: 일은 어떻게 구했나요?
우: 저는 대면으로 말을 잘 못하는 편이라 인터넷으로 덴마크에 오기 전부터 이력서를 150통 정도 보냈어요. 호텔이랑 전직장 두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첫 번째 직장은 식당이었는데, 사장이 힘들게 해서 그만두고 돈이 필요해서 들어간 곳이 호텔이었어요.
호텔 전에는 훠궈집에서 일했어요. 트라이얼 가서 근무 일정표를 보고 계산하니 시급이 100크로네더라고요. 한달 근무를 다 계산해도 세금 빼고 나면 월세만 나오더군요. 근무시간을 늘려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투잡, 스리잡 하니 다른 곳도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안정적인 직업은 구하기 힘든 것 같아요.
김: 저는 8월 광복절 전날 도착했어요. 2주 동안 임시숙소에서 지내면서 8월 마지막 주에 이력서(CV)를 돌리기 시작했어요. 저는 처음부터 직접 돌았어요. 도서관 가서 이력서 뽑아 클립으로 집어 뇌레포트(Nørreport) 주변과 스트뢰에(Strøget) 주변 인상 순해보이는 직원 있는 곳마다 들어갔어요. 저도 영어 울렁증이 있고 겁도 많지만 일을 구해야 먹고 사니, 살려고 하게 되더라고요.
그 중 역 바로 앞에 있던 카페에서 연락이 와서 출근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장사가 잘 안 됐는지, 2주 동안 계약서를 안 써주길래, 쉬는 날 다른 곳에 CV를 돌리기 시작했어요. 건너건너 아는 한국 분이 귀국하며 자기가 일하던 자리가 비었을 거라고 귀뜸해주길래 링뷔(Lyngby) 스틱앤스시(Sticks'n'Sushi)에 CV 내고 5일 간 트라이얼한 뒤에 9개월 꽉 채워서 일했어요.
지: 아직 일자리는 한 번도 못 구했어요. 4월에 이력서는 30~40곳 썼어요. 숙소에서 2시간 거리 IT 회사에서 연락 왔는데, 제가 멀리 산다고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직장을 잡고 싶어서 파트타임은 지원 안 했어요.
덴마크 워홀 7개월차 지민경 씨(사진: 안상욱)
서: 일단 CV는 만들었어요. 인디드(indeed) 같은 취업사이트에서 덴마크어를 못해도 되는 직종에 지원했어요. 한국에서 도미노피자 아르바이트를 1년 넘게 해서 도미노 피자에도 온라인으로 이력서를 접수해뒀는데 아무래도 한 번은 가봐야겠네요. 아직 적극적으로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네요. 열심히 발품 팔면 구할 수 있길 바라요.
김: 인터넷으로 접수해도 직접 가보는 게 좋아요. 제 경험을 떠올려보면 자리가 있어도 인터넷으로는 자동으로 “빈 자리가 없다”라고 답변을 보내기도 하더라고요. 스틱앤스시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자동으로 “자리 없다”라는 답장이 계속 메일로 오더라고요.
서: 상대가 저를 굳이 뽑아야 할 이유가 없어 보여요. 덴마크인도 많고, 인건비가 싼 학생도 많은데 굳이 절 뽑을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꼭 돌아다녀 봐야겠네요.
김: 인맥사회라 그런지 직접 보는 걸 선호하더라고요.
안: 경제활동 외에 여가에는 무엇을 하나요?
서: 저는 별 일 안 해요. 유명한 곳 점찍어 뒀다가 돌아다녀요. 한인교회 가서 한국분과 만나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우: 저는 지금 사는 집에 살기 전에 호스텔에서 2주 살았어요. 거기서 펑펑 울었어요. 여한이 없더라고요. 핀란드, 노르웨이 곳곳에 친구가 있어서 한 바퀴 돌고 왔어요. 코펜하겐프라이드에서 자원봉사도 했어요. 하루는 자원봉사자를 안내하고, 둘째 날은 무대 뒤에서 아티스트를 맞이했어요. 또 싼 비행기표 나올 때마다 틈틈이 핀란드, 노르웨이 로드 트립도 갔어요. 호텔 일 하는 중에는 돈이 있으니 주말에 휴뮤가 이틀 생길 때 잠깐씩 다녀왔어요.
저는 덴마크 와서 일만 하다 돌아갈 줄 알았어요. 운 좋게 덴마크 룸메이트를 만났는데, 굉장히 사교적인 성격이라 모친 여름 별장에도 데려가고, 자전거도 같이 타고 다녔어요. 본인이 덴마크인인 그 친구가 “덴마크인은 이래”라면서 덴마크인을 일반화해 설명해주는 게 웃기기도 하고 귀여웠어요. 남들 눈에 제가 무례하게 보일까봐 미리 선심써주는 게 기분 좋더라고요. 4개월 동안 일은 실패했다고 봐도 탱자탱자 놀기엔 성공한 것 같아요.
김: 저는 한국에 있을 때 SNS 마케팅을 했어요. 그 때부터 개인 블로그도 계속했고요. 덴마크에 와서도 블로그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막상 와서는 1~2개월 정도 하다가 스틱앤스시에서 일하면서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블로그를 못 했어요. 일주일에 40시간 넘게 서서 일하니까 쉬는 날은 집에서 요양만 했어요. 시간이 있을 때는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 다녔고요. 그래도 쉬는 날은 좋았어요. 늦잠 자고 일어났는데 바깥이 조용한 게 좋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힐링됐어요.
스틱앤스시가 큰 식당이라 일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부엌에는 덴마크인이 없어서 덴마크인 친구는 못 만들었지만 네팔부터 유럽 여러 나라 출신이 많아서 그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자주 놀았어요. 1년 만에 돌아온 지금도 그 친구들과 놀아요.
덴마크 워홀 생활 1년을 마치고 2017년 7월 귀국한 김보임 씨(사진: 안상욱)
지: 저는 축제 4~5곳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유치원에서 봉사활동도 하고요. 지금은 여성축구팀에 들어가서 활동해요. 축제 봉사활동은 늘 있는 일이 아니라 주말에 카페 같은 곳에 봉사활동하러 나가는 등 집에만 갇혀 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안: 덴마크에서 가장 힘든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지: 1년 넘게 알고 지내던 덴마크인 친구가 막상 덴마크에 돌아오니 보통 얘기하는 ‘나쁜 덴마크인’으로 변해 너무 힘들었어요. 시골에 살며 아시아인을 별로 못 본 시골 사람에게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고요. 덴마크에 정이 떨어져 귀국하려던 와중에 한국인을 만나며 하소연하니 좀 나아지더라고요.
코펜하겐으로 이사 온 뒤로는 단기숙소에만 묵었는데, 덕분에 굉장히 좋은 집에도 많이 살아봤어요. 그렇게 만난 다른 덴마크인한테 위안을 얻기도 했어요. 덴마크인이 폐쇠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고, 지금은 중간을 찾는 것 같아요.
워홀러는 정리해고 1순위
김: 10월부터 스틱앤스시에서 일하며 여러 나라 사람과 섞여가며 나름 정착해간다고 느낀 때였어요. 2017년 1~2월이죠. 링뷔가 크리스마스가 가장 바쁜 지역이예요. 그때 사람을 많이 뽑았는데, 막상 크리스마스 시즌에 장사가 예상보다 안 된거죠. 그때 스태프 중에 가장 만만한 사람이 워홀러였어요. 워홀러가 저랑 다른 한국인 언니 2명이었는데, 두 사람을 각각 부르더니 수셰프가 “우리가 생각보다 장사가 잘 안 된다”면서 새 계약서를 들이미는 거예요. 원래 일주일에 최소 근무시간이 40시간이었는데, 이걸 최대 16시간으로 바꾸는 계약서였어요.
“장사가 안 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줄여야 한다. 다른 지점은 잘랐다. 근무시간을 이만큼 밖에 못 주는데 여기서 계속 일하려면 서명해라. 아니면 나가라.”
이러는 거예요. 일단 서명하고 나왔는데 너무 서러운거죠. '다른 애보다 내가 일도 잘 하는데,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하니 만만한 나한테 이러는구나.’ 다른 언니는 아예 한국으로 귀국해버렸어요. 하필 그 즈음 집 주인과 문제가 생겨 다른 집을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두 가지 문제가 겹치니 서럽더라고요.
저도 귀국해야 하나 고민하다 좀 버텼어요. 다른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하니 조금 더 버텨보자 했는데, 그렇게 기다리니 정말 일 못하는 친구는 해고해버리고, 그렇게 몇 자리 정리하니 다시 “근무시간 늘려줄게” 하더라고요. 그 뒤로는 수셰프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어요. 서러운 기억이 워킹홀리데이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우: 한국이 필요할 때 한국을 찾을 수 없는 점이 슬퍼요. 한번은 덴마크 사람과 술을 마시다 한국말이 정말 하고 싶은 거예요. 영어로 말하고 듣는게 지겨웠는지, 향수병이 온 것 같았어요. 그런데 한국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주변에 없잖아요. 한국 친구에게 전화하기엔 너무 늦었고. 그 때 슬프더라고요.
서: 에어차이나를 타고 왔는데, 캐리어가 고장났더라고요. 덴마크에 도착한 첫날부터 6시간 동안 공항에 갇혀 있었어요. 안내창구에 가도 오후 4시까지 기다리라고 하는데, 제가 아침 7시에 도착했거든요. 9시간을 기다리라는 거였는데, 뭘 물어봐도 그냥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대답해서 서러웠어요.
요즘은 돈이 없어서 서러워요. 집을 구하면 계약금을 걸잖아요. 그러니 저한테 돈이 이만큼 밖에 없는데, 마트에서 파는 초밥도 먹고 싶고, 스타벅스에서 좋아하는 음료도 마시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서러워요. 외식이 어려워요.
덴마크 워홀 18일차 서아름 씨(사진: 안상욱)
안: 즐거웠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우: 여행 가고 술 마시고, 일 그만둔 뒤로는 전력을 다해 놀고 있어요. 티볼리 공원 들어가서 돈 아까우니 놀이기구 다 타보고 개장부터 폐장까지 죽치고, 1리터에 80크로네짜리 싼 맥주집 찾아다니고 있어요.
지: 코펜하겐으로 이사 온 지 2개월 됐어요. 단기로 살던 집이 다 좋았어요. 가격도 괜찮지만 집 자체가 좋았어요. 덴마크에서 유명하다는 건물을 다 돌아다니며 살아보는 중이에요. 거기서 만난 친구랑 페스티벌에 초대 받아서 놀러다니기도 했어요.
서: 호스텔에서 한국분을 만나면 그렇게 챙겨주세요. 수박도 반 통 잘라주고, 반찬도 주고, 미역도 챙겨주고. 한국인의 정을 많이 느꼈어요. 어제도 아파트에서 룸셰어하는 분이랑 다 같이 모여 얘기했는데, 온 지 별로 안 된 저한테 정보도 많이 알려주시더라고요. 이렇게 소통하는 것 자체가 좋아요.
우: 덴마크의 넓은 풍경을 보는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출퇴근할 때 자전거 타고 오가는 길에, 일터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집에 가면 쉴 수 있잖아요.
서: 자전거 타고 바다도 가고, 공원도 한바퀴 돌고 하는 게 정말 좋아요.
김: 저는 자전거를 못 타서 덴마크에서도 못 탔어요. 워홀 오기 전에 한강에서 한 달 정도 타다왔는데, 덴마크에서는 못 타겠더라고요. 거리에서 만난 덴마크인은 친절한데, 자전거 도로에만 서면 눈빛이 변해요. 안 그대로 잘 못타는데 사나운 덴마크인 틈에서 타려니 겁이 나서 못 타겠어요.
안: 워킹홀리데이 생활에서 무엇이 아쉬운가요?
김: 덴마크 친구를 사귀지 못한 일이 제일 아쉬워요. 키친 안에는 덴마크인이 없어요. 어려운 일을 하는 곳에는 덴마크인이 없어요. 그런데 워홀 비자로 오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덴마크에 살아도 덴마크인과 친해질 기회가 없는 것 같아요.
우: 저는 기대한 게 별로 없어서 아쉬움도 없어요.
지: 덴마크 사람이 개방적이지 않다는 점은 알고 오면 좋겠어요. 저는 워홀 와서 덴마크 친구 사귀고 귀국할 때 엄청 아쉬워하고, 덴마크 가족도 생길 줄 알았는데 실상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꼭 알고 오면 좋겠어요. 외로워요. 저는 사귀고 온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 방에서도 묵었지만, 마음으로 소통이 안 되더라고요.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없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덴마크는 인맥 사회, 진입장벽 높아
우: 덴마크 사회에 들어가는데 진입장벽이 있어요. 저도 운 좋게 덴마크 친구를 사귀었지만, 만일 그 친구 집에 세 들어 가지 않았다면 아예 못 만들었을 거예요.
저는 덴마크어를 배우기 시작하니 좀 가까워지더라고요. 진짜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하려고 노력하니 덴마크 친구들이 마음을 여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더라고요. 덴마크어가 필수는 아니지만, 덴마크인과 가까워지고 싶다면 덴마크어를 배우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덴마크가 인맥사회라는데 동의해요. 제 룸메이트가 덴마크인이고, 그 친구가 알음알음 소개해주니 크게 알게 되더라고요. 1명만 파면 돼요.
안: 마지막으로 덴마크 워킹홀리데이를 고민 중인 분에게 추천하시겠어요, 아니면 말리시겠어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 저 같이 찌들어 살던 사람이 오기 좋은 나라 같아요. 비자도 상시접수라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높은 건물 없이 탁 트인 풍경도 좋고. 쉬고 싶은 분, 지금이 아니면 워킹홀리데이가 안 된다는 분한테는 추천하고 싶어요.
지: 자기가 꽂히면 오는 거죠. 주변 조언은 안 들려요. 저도 안 들었고요. 본인이 꽂히면 오세요. 와서 힘들게 버티지 말고 아닌 거 같으면 돌아가세요. 여기도 현실은 현실이예요. 꿈같은 나라 아니예요.
삶에 기대를 덜어낼 계기
김: 저는 2년 전 워홀 초기 인터뷰에서 했던 말과 같아요. 돈 벌기나 영어 배우기가 목적이 아니라면 추천하겠어요. 반대로 돈을 많이 벌고 영어 실력을 많이 키우고 싶다면 오지 말라는 얘기죠.
저는 찌든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걸 보고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고 온 거예요. 1년 동안 덴마크에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어요. 사회 분위기 자체가 그렇죠. 꼭 덴마크인하고 어울리지 않더라도 덴마크 사회 분위기가 천천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나라잖아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삶의 기대 수준을 훅 낮추는 계기가 됐어요. 한국에서는 기쁘면 엄청 기쁘고 슬프면 많이 슬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덴마크에서는 조금만 기쁘거나 슬퍼도 세심하게 느낄 수 있거든요.
워홀 생활도 가까스로 해내는 일
우: 저는 워킹홀리데이로는 추천하지 않아요. 여기서 뭔가 특별히 배우려는 마음이 없이 그냥 저처럼 돈 벌어 놀겠다는 마음이면 버티기 힘든 곳이에요. 영어가 모국어도 아니고 덴마크어 구사하는 사람이 우선이니 그 벽을 뚫기 어렵고, 물가도 비싸고요. 편히 지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죠. 요식업이나 특정 분야에서 얻어가려는 분이라면 모르겠지만, 목적이 없는 분이면 비추입니다. 저도 그 점에서 후회해요. 놀 거면 다른 곳도 갈 수 있는데 왜 여기를 왔을까.
워킹홀리데이가 아니라 취직해서 온다면 좋은 나라 같아요. 일이 있고, 안정적인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워홀로 와서 밑바닥 일을 하면 전혀 다른 얘기죠. 고민 많이 하고 오는 게 좋겠어요.
덴마크로 떠나올 때 프랑스에서 유학한 사람이 저한테 대견하다면서 이런 말을 해줬어요.
“거기 가면 쉽게 해결되는 일보다 가까스로 해결되는 일이 더 많을 거야. 그럼 마음이 안 좋을 거야. 그래도 이걸 미리 알고 가면 조금은 괜찮을 거야.”
워킹홀리데이 생활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가까스로 해내는 일이라는 걸 알고 오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