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2017년 9월17일 오후 2시 참석: 탄야 닐슨, 안상욱 NAKED DENMARK 공동대표∙선임 에디터덴마크어 배우기 인터넷 강의를 만드는 탄야 쌤 (사진: 안상욱) 안상욱: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탄야 닐슨: 안녕하세요. 한국 친구를 위해 한국어로 된 덴마크어 교재를 쓰는 탄야입니다. 지금은 홍콩 이중언어유치원에서 3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칩니다. 안: 원래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었나요? 탄야 쌤: 덴마크 페다고그세미나리움(Pædagogseminarium)에서 사회교육(social education) 학사로 졸업했어요. 사회교육 학위가 있으면 유치원(Kindergarden)과 초등학교, 노인요양원, 장애인 보조시설 등에서 일할 수 있어요. 저는 2~5살 영아∙아동을 가르치고 싶었어요. 학교에서는 덴마크어를 제대로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지만, 유치원에서는 언어 자체보다 스스로 표현하는 방법, 예를 들어 화가 나거나 아플 때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거든요. 4년 반 전에 한국 외국인 유치원에서 6개월 동안 인턴십을 했어요. 이때 깨달았어요. 저는 유치원에서 일하기보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기술적으로 저는 교사이지만 관리 업무는 안 하고, 영어로 말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하지만 사실 언어와 인지를 가르치거든요. 덴마크에서 제 전공은 교육학(pedagogue)이었어요. 물리적인 활동으로 학습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 건강, 주변인과 어울리는 방법을 가르쳐요. 2016년 7월 '덴마크어 배우기' 인터넷 강의 야외 촬영차 코펜하겐 중앙역에 간 탄야 쌤과 장혜로 학생 (사진: 안상욱) 안: 언제부터 한국을 좋아했나요? 탄야 쌤: 제일 처음 한국이라는 나라를 안 건 7학년(중학교 1학년) 시절이었어요. 짝꿍과 조를 짜서 전혀 모르는 나라를 조사해 보고서를 써야 했어요. 전혀 모르는 나라를 어떻게 고르겠어요. 당연히 선생님이 선택안을 줬죠. 두 나라였는데 한국하고 어디인지 기억도 안 나는 곳이었어요. 이 과제 덕분에 한국에 관해 공부를 많이 했어요. 짝꿍이 엄청 게을러서 제가 혼자 과제를 해치워야 했거든요(웃음). 그때부터 한국이 재미있는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교육 제도, 문화, 언어 심지어 알파벳 시스템도 전혀 다르잖아요. 안: 14살 때면 굉장히 옛날인데요. 그 때부터 계속 한국을 좋아했나요? 탄야 쌤: 아니요. 과제 끝내고 한동안 잊어버리고 살았죠. 고등학교 졸업반 때 개인적인 사정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약혼자와 이별하고, 학교에서는 난독증 진단을 받았죠. 이때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쏟아내곤 했는데, 그때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매번 뜨는 동영상이 있었어요. 2NE1의 ‘I don’t Care’였어요. 가사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진정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K팝에 빠졌죠. 그런데 몇 달 동안 영어 가사만 겨우 알아들으니 슬슬 짜증 나더라고요. 마침 같은 대학교에 J팝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인턴십을 외국에서 할 수 있다고 알려줘서 한국으로 가야겠다고 결정했죠. 마침 7학년 때 제가 쓴 보고서 주제도 '한국과 덴마크의 교육 제도 비교'였거든요. 5년 만에 제가 연구한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진 거예요. 안: 그럼 한국어 공부는 덴마크에서 미리 시작했나요? 탄야 쌤: 유튜브 동영상에서 음악 듣고 자막 보면서 혼자 공부했죠. 영어 자막 달린 걸 찾아서 공부했어요. 내가 알아듣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맞히는 식으로요. 마침 한남동 외국인 유치원과 자매결연을 맺은 유치원을 찾아서 그곳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어요. 이때부터 한국어 공부하는 DVD를 사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한국에 와서는 떠날 때까지 매주 2번씩 한국어 선생님한테 과외를 받았어요. 또 한국 친구하고 수다 떨면서도 도움 받았어요. 제 절친이 영어를 잘 못하는 편이라 저랑 대화할 때 영어랑 한국어를 섞어가며 문장을 만들거든요. 덕분에 제 한국어가 무척 빨리 늘었죠. 그 친구는 여전히 영어에 능숙하지 않지만요. 인턴십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한국에는 친구를 만나러 종종 놀러 갔어요. 이제는 한국을 두 번째 고향이라고 불러요. 안: 그럼 한국어로 덴마크어 교재를 써야겠다는 생각은 언제 했나요? 탄야 쌤: 2년 정도 지난 것 같네요. 한국에서 덴마크로 돌아온 뒤에 한국 사람을 더 많이 만나기 시작했어요. 그중 많은 이가 덴마크어를 배우고 싶은데 한국에는 마땅한 교재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대다수 한국인은 영어로 말하는데도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새로운 언어를 영어로 배우기는 한층 더 까다롭겠죠. 그래서 덴마크인이 일상에서 쓰는 말을 한국인이 모국어로 배울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격식을 차리거나 업무에 쓰는 덴마크어가 아니라 매일 쓰는 일상어 말이죠. 한 친구는 덴마크에 몇 년째 사는 중인데 아직도 덴마크어를 잘 못 해요. 그 친구가 제 생일 파티에 놀러 왔을 때 한국어로 덴마크어 교재를 쓰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처음 나눴어요. 그리곤 제가 아파서 일을 쉬어야 했는데, 이때 무료함을 달래면서 스스로 행복감을 얻고 싶어 이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책을 출판하기 전에는 쉬지 않을 각오입니다. 안: 집필 작업은 잘 돼 가나요? 탄야 쌤: 잘 되는 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런데 제가 온전히 책 작업에만 몰입하지는 못해요. 생활을 꾸려야 하니까요. 제가 두 달 전에 새로운 나라로 이사 와서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쳐서 책에 힘을 배분할 여력이 생겼어요. 여태 기다리는 분께는 미안해요. 혼자서 작업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 널리 양해 부탁드려요. 2016년 3월 '덴마크어 배우기' 인터넷 강의 첫 촬영 현장. 지금은 절친이 된 두 사람 사이가 아직 어색하다 (사진: 안상욱) 안: 덴마크어 배우기 인터넷 강의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탄야 쌤: 안상욱 대표가 덴마크 호떡 노점 KOPAN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만났어요. 제 친구도 여럿 KOPAN 단골이거든요. 자연스레 서로 알게 됐죠. 하루는 안 대표가 동영상 강의를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좋다고 대답했죠. 몇 차례 미팅하면서 학생 역할을 맡을 장혜로 언니를 찾아냈어요. 촬영 장소가 필요해 이곳저곳 알아보다 쉽게 쓸 수 있는 제 아파트에서 촬영을 시작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왔네요. 안: 덴마크어를 배우려는 한국 친구에게 무슨 조언을 해주겠어요? 탄야 쌤: 이렇게 말할게요. 정말로 덴마크어를 배우고 싶다면 책에 코 박지 마세요.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 동네에 사는 주민을 만나세요. 아주 조금씩 배울 테니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래도 더 배우려고 덤비세요. 덴마크 어느 지역에 머물지도 생각해봐야 해요. 덴마크어에도 다양한 억양이 있어요. 때때로 여러분이 제 인터넷 강의에서 듣거나 책에서 읽을 덴마크어는 코펜하겐과 수도권에서 쓰는 사투리라고 할 수 있어요.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덴마크인은 여러분이 덴마크어를 완벽하게 말하는지 신경 안 써요. 여러분이 우리말로 말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고마울 거예요. 덴마크어가 얼마나 배우기 어려운지 우리도 알거든요. 덴마크어를 더 잘 듣고 싶다면 덴마크어로 나오는 동영상이나 음악을 찾아 들어보시길 권하겠어요. 덴마크어가 어떤 느낌인지, 어떻게 소리 나는지 알 수 있죠. 안: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는 한국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탄야 쌤: 안녕 여러분. 우리 '덴마크어 배우기’ 인터넷 강의를 봐주셔서 고맙다는 말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제 책이 나오길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는 사실도 알아요. 작업을 끝내려고 요즘 박차를 가하는 중이랍니다. 덴마크어는 배우기 쉽지 않은 언어죠.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너무 열심히 공부하지도 말고요. 그럼 곧 지쳐버릴 테니까요. 제가 한국어로 된 덴마크어 교재를 쓰는 이유는 여러분이 이 책으로 덴마크 이웃과 매일 대화할 때 필요한 덴마크어를 공부하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저는 여러분이 덴마크어를 즐기며 재미있게 느끼면 좋겠어요. https://youtu.be/lUINwc4nJM0?t=3m27s 덴마크인은 외국인이 "뢰드 그뢰드 멜 플뢰드(rød grød med fløde)"를 말할 수 있다면 덴마크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말하곤 해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아요. 여러분은 이해하지 않고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요. 제가 여러분을 위해 이 책을 만드는 까닭이죠. 행운을 빕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덴마크人사이드] 한국말로 덴마크어 알려주는 탄야 쌤
"안녕하세요. 저는 탄야예요."
일주일에 한 번씩 유튜브에서 한국말로 덴마크어를 알려주는 덴마크인이 있다. 탄야 닐슨(Tanja Nielsen)이다. 한국 학생에게는 '탄야 쌤'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2NE1의 ‘I don’t Care’를 들으며 K팝에 빠진 그는 덴마크어를 배우기 힘들다는 한국 친구를 위해 한국어로 덴마크어 교재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덴마크어 교재는 '덴마크어 배우기' 인터넷 강의로 탈바꿈해 매주 덴마크어를 배우고 싶은 한국인과 만난다. 올해 안에 책 쓰기를 매듭짓겠다는 포부를 밝힌 탄야 쌤을 화상 채팅으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