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3일 앞 둔 6월2일 낮 덴마크에서 가장 큰 두 도시 코펜하겐과 오르후스에서 노란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줄지어 행진했다. 지금 당장 어린이집에 법정 최소 인원 기준을 도입하라(Minimumsnormeringer nu)고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였다. 여기에는 어린이집에 아동을 보낸 부모와 더불어 어린이집 교사 및 직원도 참여했다. 지난 4월6일에는 이 요구에 동의하는 덴마크인 8만 명이 전국에서 집회를 벌였다. 덴마크 인구는 580만 명이다.
지금 당장 어린이집에 법정 최소 인원 기준을 도입하라(Minimumsnormeringer nu) 페이스북 페이지
덴마크 전국부모협회(FOLA) 등 7개 아동 단체는 어린이집의 돌봄 수준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집 직원당 아동 정원을 제한하고 교사와 직원을 충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린이집 운영진이 부족해 아동 돌봄 서비스가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그네 닐센(Signe Nielsen) 덴마크전국부모협회장은 <DR>과 인터뷰에서 "지난 40년 동안 아동 부문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지금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덴마크 사회는 무너지고 말 겁니다. 덴마크 부모는 A팀과 B팀으로 쪼개지고 말았어요. 자기 아이를 직접 돌볼 여유가 있는 부모와 눈을 질끈 감고 일터로 가야만 하는 부모로 말이죠."
아동 대 전일제 직원 비율, 어린이집 1:3 유치원 1:6
코펜하겐 내 자치구인 프레데릭스베르 지방정부(Frederiksberg Kommune)는 4월 대규모 시위에 바로 화답했다. 영유아교사노동조합(BUPL)이 권고한 기준 대로 어린이집은 전일제 직원 1명당 아동 3명, 유치원은 직원 1명당 아동 6명을 목표로 영유아 교육 시설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DR>이 4월30일 보도했다. 여기에 매년 4천만 크로네(70억7200만 원)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헨리에테 브록도르프(Henriette Brockdorff) 영유아교사노동조합장은"모든 시간이 돌봄의 질을 끌어올리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프레데릭스베르 같은 지자체가 4천만 크로네 예산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프레데릭스베르 지방정부의 발표를 환영했다.
https://youtu.be/U06uwQyJqQ8
6월2일 집회에 참가한 소피에 모겐센(Sophie Mogensen)은 유치원 직원이 부족해지면서 생긴 변화를 3살 난 딸에게서 느낀다고 <DR>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물론 직원 충원은 해결책의 일부일 뿐이겠지만, 운영진과 아이들의 기본적 욕구를 보장하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 우리는 지난 10여 년 간 가라앉아 온 배를 구조하려고 여기 모였습니다. 당장 무엇이든 조치를 취해야만 합니다."
찬성 반대 엇갈려
총선을 앞두고 영유아 돌봄기관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덴마크 정당은 신중히 입장을 내놓았다. "영유아 돌봄기관에 최소 인원 기준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느냐"라고 <DR>이 5월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각 정당에 묻자 엇갈린 대답을 내놓았다. 대체로 진보 정당은 찬성하고, 보수 정당은 반대했으나 반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회인민당(Socialistisk Folkeparti), 대안당(Alternativet), 적녹연맹당(Enhedslisten, 기독민주당(Kristendemokraterne), 급진자유당(Radikale Venstre)은 찬성했다. 반면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 신시민당(Nye Borgerlige), 보수당(De Konservative), 클라우스 페데르센당(Klaus Riskær Pedersen)은 반대했다. 덴마크인민당(Dansk Folkeparti)은 <DR> 설문에는 반대라고 답했으나, 다른 방송 뉴스에서 최소 인권 규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 정당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