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CBS) 캠퍼스는 코펜하겐 시내에서 3㎞정도 떨어진 프레데릭스베아(Frederiksberg)에 있다. 보통 한 캠퍼스 안에 모든 건물이 모여있는 한국과 달리 CBS는 건물 7동이 프레데릭스버그 곳곳에 흩어져 있다. 각 건물 사이가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다음 수업 장소로 이동하는데 자전거를 애용한다. 물론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도보로도 이동 가능하다. CBS 건물 중 학생들이 자주 가는 메인 건물은 솔비야플래츠(Solbjerg Plads∙SP), 킬린(Kilen)과 달가스헤아(Dalgas Have)다.
솔비야플래츠는 메트로 프레데릭스베아(Frederiksberg)역에 있다. 대부분의 수업이 이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교환학생 생활 동안 가장 자주 갈 곳이다. Diversity day, Asian days, Case Competition 같은 행사 대다수가 이 곳에서 열린다.
SP 학생증을 받거나 학교 생활에 관해 질문할 수 있는 캠퍼스데스크(Campus Desk)도 SP에 있다. 나는 학생증을 재발급 받기 위해 캠퍼스데스크에 자주 들렀다. 방문할 때마다 직원이 친절하게 도와줬다. 혹시 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주저 말고 캠퍼스데스크에 방문하길 권한다.
SP에 있는 학생 식당은 CBS의 학생 식당 중 가장 맛있는 곳으로 꼽힌다. 식판에 먹고 싶은 음식을 담고 무게를 달아 돈을 지불한다. 평균 7000원 정도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외식비가 2만원을 훌쩍 넘는 코펜하겐에서 만 원 미만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학생 식당뿐이다.
로비층에는 작은 매점이 있다. 과일과 빵 같은 간단한 간식부터 커피까지 다양한 식료품을 판다. 10DKK(덴마크크로네)로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어 나는 쉬는 시간에 이곳을 애용했다.
SP의 매력은 무엇보다 CBS에서 가장 큰 도서관을 품었다는 점이다. 학생증만 지참하면 필요한 책을 빌릴 수 있다. e-campus에서 개인 자리나 그룹 스터디룸을 예약하면 도서관 공간 일부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그룹 스터디룸이 굉장히 유용하다. CBS를 다니며 가장 불편한 점이 팀프로젝트 할 공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3층으로 된 학교 카페테리아에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붐비는 점심시간에는 공부하려는 이와 식사하려는 사람이 모여 무척 번잡해 자리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매번 팀원과 앉을 곳을 찾아 SP를 돌아다녀야 했다. 빈 강의실에 들어가 발표를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그룹 스터디룸을 예약하면 조용한 공간에서 편안히 팀프로젝트를 준비할 수 있다. 나는 마지막 팀프로젝트를 준비할 때에야 그룹 스터디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리를 찾으려고 SP를 돌아다녔던 내 모습이 허망했다. 내 다음 교환학생은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강조해 쓴다.
SP에서 가장 독특한 곳은 카페넥서스(Cafe Nexus)다. 낮에는 카페로 운영되는 이 공간은 저녁에 바(Bar)로 변한다. 매주 목요일에는 DJ를 초청해 파티를 연다. 학교 건물 안에 술집이 있다니 무척 신선했다. 목요일 오후 5시~7시, 8시~9시는 해피아워(Happy Hour)로 지정해 30DKK에 맥주 2잔을 준다.
나는 친구들과 목요일 밤에 카페넥서스를 방문했다. 오가다 아는 친구를 만나면 술 한 잔 나누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무척 즐거워 보였다. 한편으로는 한국 친구들이 생각나서 그립기도 했다.
달가스헤어(Dalgas Have)는 교환학생 생활 동안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다. International House와 Housing department가 여기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처음 도착해 기숙사 계약서에 서명할 때, Social Program에 참여하려고 팔찌를 받을 때도 달가스헤어에 가야 한다. 기숙사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e메일로 문의하기 어렵다면 달가스헤어에 있는 Housing Department를 찾아라. 하지만 신속한 일처리는 기대하면 안된다.
꼭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더라도 달가스헤어는 한 번쯤 방문하면 좋을 장소다. 독특한 디자인 때문이다. 흰색 외벽에 부분 부분 파란색과 분홍색을 칠한 건물은 조금 과장해서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넋놓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 건물 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자.
킬린(Kilen)은 CBS 건물 중 가장 아름답다. 옆을 지나가는 행인의 시선마저 한 번에 사로잡는 이곳은 2006년 ‘British Riba Award from the Royal Institute of British Architects’상을 받았다. 건물의 안은 밖보다 더 아름답다. 딱딱한 직사각형 모양인 외부와 달리 내부는 나선형의 계단과 곡선이 주를 이룬다. 외부와 대비돼서 그럴까. 킬린동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게 된다.
이 곳은 주로 직원과 교수의 사무실로 쓰인다. 킬린에서 진행되는 수업도 있다. 오후 수업을 들을 때 강의실 전면 유리창으로 햇빛이 비치고 노을이 지는 광경은 정말 아름답다. 킬린에서 강의를 들을 때면 이 풍경에 푹 빠져 수업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바깥 풍경에 더 매혹됐던 것 같다.
교환학생 일기 by 소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