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콘밸리] 72일 걸리던 심방세동 진단을 단 4일로, Cortrium
“제가 직접 착용해서 보여드릴게요. 괜찮으시죠?”
코트리움(Cortrium)에서 개발한 웨어러블 심전도 모니터링 기기 C3 소개를 부탁하자 공동창업자 제이콥 닐슨(Jacob E. Nielsen)은 셔츠를 풀며 물었다. 당황할 틈도 없이 그는 제품 착용을 끝내버렸다. 패드 세 개에 붙은 필름을 떼고 가슴에 C3를 눌러 붙이니 착용이 끝났다.
Cortrium C3를 직접 착용하고 시연 중인 제이콥 닐슨 Cortrium 공동창업자 (사진: 남윤경)
그러자 바로 태블릿 PC에 제이콥의 심전도(Electrocardiogram·ECG) 파형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에릭 포울센(Erik S. Poulsen)은 노트북 화면을 보여줬다. “의사들은 온라인 시스템으로 같은 그래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요.” 그의 말대로 각기 다른 두 화면에서 같은 파형 그래프가 나왔다.
의료진용 환자 모니터링 온라인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는 에릭 포울센 Cotrium CEO (사진: 남윤경)
열정적인 두 창업자 에릭 포울센과 제이콥 닐슨이 개발한 C3는 심전도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이다. 일부 스마트 밴드에 탑재된 심장박동 측정 기능보다 더 전문적이다. 스마트밴드는 심장박동 센서를 이용해 단순히 심장 박동 수를 셀 뿐이다. C3는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증폭해 그래프화하는 ECG 기기로 3채널 방식을 채택해 의학적 진단이 가능할 정도로 정밀한 파형을 측정한다. 가장 큰 QRS파 뿐만 아니라 심방이 수축할 때 나타나는 작은 크기의 P파도 측정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환자에 몸에 기계와 연결된 케이블 여러 개를 몸에 부착해 ECG를 측정한다. C3는 5cm 정도로 작은 기기만 가슴에 직접 붙이면 된다.
측정한 데이터는 케이블 대신 무선으로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한다. 서버로 보낸 데이터는 의사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시간이 절약된다. 덴마크는 특히나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나라다. 그러니 최초 진료부터 최종 진단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심방세동 진단을 최종적으로 확인받으려면 기존에 방식으로는 72.5일이 걸린다고 한다. 제이콥 닐슨은 C3를 이용할 경우 진단기간을 4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C3는 이미 덴마크와 독일의 대형병원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에서 의사와 환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2017년 2/4분기 본격적인 제품 출시를 앞두고 코트리움의 두 창업자 에릭과 제이콥을 만났다.
남윤경 에디터: C3의 기능을 설명해 주세요. 심전도에는 ‘PQRST’ 파형 요소가 있는데, 이 중에 어떤 파형을 주로 측정하나요?
에릭 포울센 코트리움 CEO: 특정 파형을 측정하는 이유는 특정 질병을 측정하기 위함입니다. C3의 주요 목적은 심방세동을 감지하는 것입니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미세하게 떨리는 질환입니다. 뇌졸중으로 이어질 확률이 커 매우 위험하죠. 저희는 심방세동을 진단하려고 ECG 상에서 P파를 집중해서 관측합니다. P파는 심방 수축과 관련된 파형입니다. ECG 상에서 크기가 가장 큰 QRS 파형이 나오기 직전에 나오는 작은 파형이 P파입니다. 이 파형을 측정해 심방세동을 진단합니다.
흉부유도전극 심전도 사진 및 각 파장의 의미 (출처: t)
측정된 ECG는 담당 의사가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심방세동 진단은 고가 ECG 모니터 장비를 이용합니다. 크기도 크고 케이블도 최소 다섯 개는 되는데 환자는 이 케이블을 장착하고 24시간을 보내야 하죠. 케이블을 연결한 채로 잠 자기도 매우 불편하고요. 이렇게 하루나 이틀 정도 측정하면 환자는 장비를 들고 병원에 돌아가야 합니다. 그 뒤에 의사가 데이터를 보고 심방세동 진단에 들어가죠. 이런 방식으로 진단하면 주치의가 처음 심장 이상 소견을 낸 뒤로 최종 진단까지 덴마크에선 72.5일이나 걸립니다. 또 환자는 진단 과정에서 의료전문가를 5명에서 7명 정도 만나야 합니다.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번거로운 과정을 해결하려고 C3를 개발했습니다.
C3를 이용한 진단 과정은 간단합니다. 만약 환자가 주치의한테 심장 이상 증세를 발하면 주치의가 바로 C3를 환자 몸에 붙입니다. 환자가 C3를 붙인 채 1~2일 정도 생활한 뒤 제품을 저희 코트리움으로 보냅니다. 그럼 저희가 저장된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서로 만들어 주치의에게 발송합니다. 주치의는 보고서를 보고 최종 진단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기존에 72.5일이었던 진단 기간이 3~4일로 줄어듭니다. 환자는 여러 의료진을 거쳐 가며 진단을 기다릴 필요도 없죠. 주치의 한 명만 만나면 심장세동 여부를 진단받을 수 있습니다.
저희 제품은 온라인 스트리밍 기능도 제공합니다. 환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그래프를 볼 수 있습니다. 의사도 실시간으로 환자의 ECG를 보고 바로 진단을 내릴 수 있죠. 만약에 환자가 심장이 이상하다고 느껴 의사에게 연락하면, 의사는 바로 온라인 시스템에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C3 내부 구조 (출처: Cortrium 제공)
남: 얼마나 다양한 센서를 담았나요?
에릭: 기본적으로 24bit 3채널 ECG 센서가 들어가 있습니다. 샘플링 레이트는 250Hz로 경쟁사보다 높습니다. 그 밖에도 호흡율 측정 센서, 가속도 센서, 체온 측정 센서를 내장했습니다. 다음 버전에는 산소 레벨 측정 센서도 포함할 예정입니다.
남: 이미 C3로 임상 프로젝트를 여러 번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병원 관계자와 환자의 반응은 어땠나요?
에릭: 덴마크와 독일 병원에서 우리 제품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심전도 검사를 위해 대형 측정 기기를 사용했던 환자들이 좋아했습니다. 우선 일상생활에서 착용감이 편했고, 잠잘 때 착용해도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이죠. 간호사도 좋아했습니다. 기존 ECG 기계보다 환자에게 착용시키기 편했기 때문이죠. 어떤 분은 C3를 빨리 정식으로 병원에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도 하더군요. 병원 관계자와 환자 모두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제이콥 닐슨 코트리움 공동창업자: 암 환자와 관련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암환자 프로젝트에서는 착용감이 좋아 착용 중이라는 사실을 못 느낄 정도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착용감뿐 아니라 집에서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남: 중간에 제품 착용을 그만둔 사람은 없었나요?
에릭: 알러지 반응이 나타난 극소수 환자를 제외하면 제품을 온종일 착용하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우리 제품의 장점 중 한 가지가 표준 전극 패드를 사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전극 패드는 저희가 개발하지 않고 기존 ECG 기계용으로 나온 패드를 이용하지요. 알러지 반응이 있던 환자에게는 시중에 판매하는 다른 패드로 갈아 끼워서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이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남: 기기가 신체에 접촉하는 부분은 전극 패드뿐입니다. 제품의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운동을 하거나 격렬히 움직이면 떨어지지 않을까 다소 불안해 보이는데요.
에릭: 지금까지 그런 문제가 생긴 적은 없습니다. 좀 더 강하게 붙이고 싶다면 강한 접착제가 적용된 전극 패드로 갈아 끼면 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제품은 표준 전극 패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중에 나온 다양한 제품 중에 자기 신체 특성이나 용도에 맞는 제품으로 바꿔 사용하면 됩니다. 심지어 동물용 패드도 나와 있습니다.
남: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을 위한 해결책은 있나요?
에릭: 네. 태블릿PC나 스마트폰과 연결 없이 오프라인으로만 제품을 작동시키는 모드가 있습니다. 이 모드를 사용하면 하드웨어만 단독으로 동작합니다. 데이터는 내부 저장소에 저장되지요. 환자는 일반 모드와 같이 상태를 기록한 후 기기를 병원에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제이콥: 오프라인 모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잘 쓰지 못하는 환자만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싫은 환자에게도 유용합니다.
남: ECG를 측정할 때는 센서를 어디에 붙이는지가 중요한데, 환자가 센서를 잘못 착용하면 어떻게 하나요?
에릭: 간혹 기기가 돌아간 채로 착용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를 대비에 수치 보상이 쉬운 정삼각형 모양으로 제품을 디자인했습니다. 내장된 가속도 센서로 얼마나 제품이 돌아갔는지 파악해 각 채널 값을 보상합니다.
Cortrium의 ECG 모니터링 스마트폰용 앱(출처: Cortrium 제공)
남: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코트리움이 개발한 C3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에릭: 가장 큰 장점은 기성 심전도 전극 패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어떤 환자든 편안하게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부가 예민한 사람도 자기한테 맞는 전극을 찾아서 저희 제품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지요. 기존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장비는 벨트나 패치 형태라 알러지가 있거나 피부가 예민한 사람들은 사용이 힘든 경우가 있었거든요. 저희 제품은 그렇지 않죠.
그리고 C3는 더욱 정확한 심전도 측정을 위해 3채널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또 저희는 단순한 심전도 모니터링 기기가 아닌 활력징후(vital sign) 모니터링 기기입니다. 체온과 호흡수도 측정할 수 있죠. 집에서도 병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활력징후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경우도 줄어들 테고 그럼 병원비도 아낄 수 있겠지요.
남: C3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의료종사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에릭: 그런 우려가 이해는 됩니다. 환자들은 기계로 진료를 받거나 병을 진단받는 일에 거부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전히 '진짜' 의사를 원하지요. 환자들이나 의사는 컴퓨터 시스템에 도움을 받을 뿐이에요. 저도 의사지만 20년 뒤에 의사로서 일자리를 잃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도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 의사를 원할 테니까요.
제이콥: 저희는 의사가 이런 기술을 앞으로 더 많이 원할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노년 인구가 계속 늘어나니까요. 의사 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이들이 해야 할 업무는 계속 늘어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선 저희 제품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 기술을 도입해야겠지요.
남: 마지막으로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 종사자에게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에릭: 콘퍼런스처럼 큰 행사에 자주 참석해서 여러분 제품을 선보이세요. 완제품은 아니어도 됩니다. 시제품이라도 갖고 나가세요. 이 것이 저희를 성장시킨 기회와 인맥을 만든 방법입니다. 빨리 실행할 수록 제품이 경쟁력이 있는지 빨리 파악할 수 있죠.
그리고 의학 전문가를 영입하셔야 합니다. 현직 의사가 팀에 합류하는 쪽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여러분의 연구를 의학적으로 증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죠. 훌륭한 영업 전문가나 경영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여러분의 제품을 과학적·의학적으로 증명해줄 사람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