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국회가 미성년자 포경 수술을 금지해 달라는 시민 청원을 공식 검토한다. 하지만 포경 금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덴마크 국회는 2018년 1월1일부터 덴마크 시민이 국회에 직접 법 개정을 요청하는 시민 청원(Borgerforslag) 플랫폼을 열었다. 최소 3명이 법 개정안을 함께 작성해 건의한 뒤 180일 안에 5만 명이 넘는 덴마크 유권자에게 동의를 얻으면, 국회가 개정안을 상정해 토론하고 표결에 부친다.
덴마크 국회 의석(출처: 위키미디어커먼즈 CC BY Johan Wessman)
"남아 포경, 여아 할례처럼 처벌해 달라"
아동 포경 반대 인권단체 인택트 덴마크(Intact Denmark)는 올 2월1일 '건강한 아동 포경에 18세 나이 제한 도입'(Indførelse af 18 års mindstealder for omskæring af raske børn)이라는 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성별과 종교, 문화적 배경에 관계 없이, 보건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포경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해달라는 요구다. 탄원서에서 인택트 덴마크는 미성년자 포경 수술이 본인의 동의 없이 돌이킬 수 없이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회는 아동이 나이 들고 성숙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아동의 기본 인권을 지킬 특별한 의무를 갖습니다.”
인택트 덴마크 레나 뉘후스(Lena Nyhus) 의장은 서명 5만 건을 넘겨 개정안이 의회로 넘어가게 됐다고 6월1일 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는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진짜 일은 이제 시작이지요. 중요하지만 작은 걸음을 떼었을 뿐입니다.”
인택트 덴마크는 청원에서 국제연합(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아동권리협약)을 인용하며 의학적 이유 없이 18세 미만 아동을 포경수술한 이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하라고 주문했다. 6년형은 2003년부터 국제적으로 비난 받은 여성 할례(Female Genital Mutilation∙FGM) 시술자에게 적용되는 형량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이다.
국회 통과는 어려울 듯
국회가 청원을 상정한다고 해서 법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는 보장은 없다. 덴마크 국회의원 대다수는 포경 수술을 법으로 금지하는데 반대한다. 7개 의석을 보유한 사회국민당(Socialistisk Folkeparti)만 당 차원에서 포경 금지 법안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4월 보건부, 법무부, 외무부, 국방부, 교회부 등 5개 부처 장관이 모여 논희한 끝에 “(포경) 금지가 불러올 변화 및 잠재적 결과를 숙고하고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라고 결론 내렸다. 클라우스 프레데릭센(Claus Hjort Frederiksen) 국방부 장관은 포경 금지법이 동맹국이 떠나는 큰 손실을 가져올 잠재적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안데르스 사무엘센(Anders Samuelsen) 외무부 장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포경 수술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덴마크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평했다. 쇠렌 포울센(Søren Pape Poulsen) 법무부 장관 역시 “유대인을 덴마크 밖으로 몰아내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남아 포경 수술 불법인 나라는 없어
포경 수술은 남성의 성기를 덮는 피부를 잘라내는 수술이다. 세계 남성 인구 가운데 3분의1이 의학적 목적뿐 아니라 문화적, 종교적 이유로 포경 수술을 받는다. 종교적 포경 수술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없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매년 덴마크에서 실시되는 포경 수술을 1천~2천 건으로 추산된다. 유대인과 무슬림이 종교적인 이유로 남자 아이에게 포경 수술을 행한다. 유대인 단체는 포경 수술이라는 의식이 덴마크에서 지난 400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실시돼 왔다며 미성년자 포경 수술 금지 청원에 반발해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