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3국에서 온 기업과 기관 38곳이 WHINN2016 박람회에 모였다. 각 기업은 총천연색 부스에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제품을 트럭째로 박람회장에 들여온 회사도 있었다. 박람회에서 돋보인 북유럽 3개국 제품을 소개한다.
덴마크: Blue Ocean Robotics by Zealand Care A/S
블루 오션 로보틱스 RA660 Navi (사진: 남윤경)
블루 오션 로보틱스(Blue Ocean Robotics)는 다양한 제품군의 로봇을 만드는 오덴센 회사다. 질랜드케어(Zealand Care)는 질랜드 블루오션 로보틱스 제품 중 의료 산업에 유용한 제품을 골라 병원에 판매한다. 두 회사는 이번 박람회에 병원에서 쓸 수 있는 로봇 두 가지를 가지고 왔다.
RA660 Navi는 병원용 청소 로봇이다. 병원이나 공항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복도를 누비는 청소 차량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블루 오션 로보틱스는 이 청소 차량을 사람 없이 작동하는 로봇으로 만들었다. 가정용 로봇 청소기보다는 훨씬 크다. 물 탱크 두 개를 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닥을 닦는데 쓰는 깨끗한 물이나 비눗물을 담는 탱크이고 다른 하나는 청소하며 나온 더러운 물을 다시 담는 탱크다. 크기가 큰만큼 한번에 닦는 면적도 넓어 대형병원에 쓸 만하다. 청소 중에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이 피해가도록 경광등도 달았다. 크기는 커도 움직임은 섬세하다. 가정용 로봇 청소기처럼 복도나 병실 구석도 놓치지 않고 깨끗이 닦는다.
Beam Pro 시연 모습(출처: 남윤경)
Beam Pro는 병원용 원격 진료 로봇이다. 병원은 의사로 가득한데 왜 원격진료 로봇이 필요할까. 한국 드라마에서 의대 교수가 레지던트 무리를 잔뜩 이끌고 복도를 누비는 장면 속에 답이 있다.
Beam Pro는 의사 대신 회진을 도는 로봇이다. 로봇은 바퀴 달린 모니터처럼 생겼다. 모니터 위에는 작은 카메라도 달렸다. 로봇은 바퀴를 굴려 병실을 찾아가 모니터로 환자와 의사가 소통하도록 매개한다. 의사는 진료실에서 전용 프로그램 화면을 보며 환자와 이야기 나누면 된다. 본인 컴퓨터에서 진료기록 바로 보면 되니, 뒤에서 차트를 넘겨주는 레지던트도 필요 없다. 로봇은 조종하기 쉽다. 별도의 조종기 없이 키보드 화살표 키로 움직인다. 해외 출장을 가도 노트북만 들고 가면 평소대로 회진을 돌 수 있다.
질랜드 케어는 Beam Pro의 보급형 제품인 Beam+M도 내놓았다. Beam+M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최대 운용 시간이 2시간 밖에 안 된다. 대신 크기가 작으면서도 Beam pro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는 장점을 지녔다.
핀란드: ISKU
ISKU 전시장 입구 안내판 뒤로 보이는 트럭(출처: 남윤경)
ISKU는 제품을 홍보하려고 트럭을 박람회장에 들여놓았다. 커다란 트럭 안은 온통 파란색 북유럽 디자인 가구로 가득하다. 핀란드의 상징색이 파란색인 까닭이다. 왜 가구가 의료 박람회에 들어와 있을까. ISKU가 가진 항균 코팅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ISKU는 자체 개발한 구리 또는 은 코팅기술로 가구를 만든다.
ISKU 가구로 꾸민 전시장 내부(출처: 남윤경)
손을 아무리 씻어도 평소 쓰는 물건이 더러우면 소용이 없다. 병원에서도 전염을 예방하려면 의료기구뿐만 아니라 병원에 배치된 가구도 모두 소독해야 한다. 사실 환자는 진료실보다 진료실 밖에서 더 오래 머물기 때문이다.
ISKU는 금속·나무·패브릭 등 가구 소재를 불문하고 모든 제품을 항균 코팅했다. ISKU가 자체 개발한 특수 기법 덕분이다. 카리 솔야모(Kari Soljamo) 개발 매니저는 "ISKU 가구의 항균 기능은 이미 병원과 초등학교에서 벌인 여러 사례 연구로 입증됐다”라며 품질을 자신했다.
항균 능력이 탈월해도 디자인이 형편 없다면 북유럽이 아닐 터. ISKU는 가구로서 갖춰야 할 심미성도 놓치지 않고 챙겼다. 안띠 올린(Antti Olin), 라이모 라사넨(Raimo Rasanen) 등 유명 핀란드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카리 솔야모 매니저는 "고객이 원하는 색상이나 패턴도 고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 Cambio Healthcare Systems
Cambio healthcare systems 전시부스(사진: 남윤경)
Cambio는 임상의사결정 지원(CDS Clinical Decision Support) 시스템 개발 업체다. 축적된 의료 지식과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가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Cambio 시스템은 CDS 지식관리자(CDS knowledge manager), CDS 대시보드(Dashboard), CDS 앱스 (APPS)로 구성된다.
CDS 지식관리자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 각종 의료정보와 더불어 의사 결정에 필요한 규격화·표준화한 임상 모델도 보관한다. Cambio는 자체 개발한 수식에 나이·성별·혈압 등 다양한 변수를 조합해 객관적인 임상 모델을 만들었다. 스웨덴·영국·호주 의료진이 이 수식을 만드는데 힘을 모았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 표준을 따르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덕분에 병원과 연구소가 입맛에 맞게 모델을 조합해 사용할 수 있다. 다른 기관과 데이터를 공유하기도 쉽다.
뇌졸증 방지용 Cambio CDS APP (사진: 남윤경(
CDS 대시보드와 앱스는 CDS 지식관리자를 바탕으로 만든 응용프로그램이다. 대시보드는 병원 기록 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를 그래프로 변환해 보여준다. 사용자가 여러 옵션을 자유롭게 선택해 원하는 정보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데이터를 비교하기도 쉽다.
CDS 앱스는 뇌졸중 방지용 응용프로그램이다. 특히 심방 세동 증상이 있는 환자에 초점을 맞췄다. 심장 세동이란 심장의 심방이 무질서하게 매우 빠르고 미세하게 떨리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하는 일종의 부정맥 질환이다. 심방 세동 증상이 있는 환자는 뇌졸증이 올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뇌졸증의 전조 증상으로 보기도 한다.
CDS 앱스는 전자 병원 기록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받아 환자의 나이·성별·등록 증상을 바탕으로 위험도를 점수화한다. 의사가 진료 후 수치를 입력하면 위험도를 자동으로 계산해 보여준다. 이 점수는 환자와 의사 모두 볼 수 있다. 환자는 점수에 따라 제공되는 가이드라인을 보고 뇌졸중 예방에 스스로 힘쓸 수 있다. 의사는 데이터를 근거로 삼아 보다 정확하게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 2014년 스웨덴에서 의료보장 급여를 포함해 약제 수가를 결정하는 정부 기구인 TLV(Dental & Pharmaceutical Benefits Agency)는 Cambio CDS 뇌졸중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복지 예산을 1년에 250만 유로(31억2300만 원) 가량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