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악플러가 악플 100%쓰며 온라인 혐오 여론 조성…악플 단호히 맞서야 민주주의 지킨다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명망 높은 덴마크도 소셜미디어(SNS)상 혐오 발언과 악플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0.2% 밖에 안 되는 소수 악플러가 전체 악플 중 30%를 쏟아내며 온라인에 혐오와 차별을 부추겼다. 모든 악플을 써내는 악플러는 전체 페이스북 사용자 중 1.5%에 불과했다.
정치인과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 20개 중 1개(4.5%)는 악플이었다.
혐오 표현 중 35%는 외국인, 22%는 성소수자, 21%는 장애인 비하 발언이었다. 악플러 중 남성은 68%, 여성은 32%였으며 40세 이상이 80%으로 온라인 혐오발언에는 남녀노소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유력 공익재단 트뤼그 재단(TrygFonden)이 3월3일 발표한 ‘페이스북 상 공적 논의에서 공격과 혐오’(Angreb & had i den offentlige debat på Facebook) 보고서 내용이다.
소셜미디어가 바꾼 공론장 풍경
소셜미디어, 특히 페이스북은 덴마크 공론장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15~75세 사이 덴마크인 중 60%가 매일 페이스북을 이용하며, 정치인과 언론사들도 활발히 참여하기 때문이다. 언론 매체 467개사와 2,000명 넘는 정치인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의견을 공유하고 시민과 직접 소통한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이제는 일상이 된 개방적 소통 창구는 동시에 악플과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정치인과 언론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마저 악의적 댓글 탓에 의사 표현이 위축되거나 실제적인 위협까지 받는 사례가 증가한다. 덴마크에서는 악플에 시달린 정치인과 언론인이 정계에서 은퇴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쌓여 간다.
이런 문제 의식에 힘입어 트뤼그 재단은 덴마크 데이터 분석 기관 아날뤼세오탈(Analyse og Tal)과 손잡고 2019년부터 덴마크 페이스북 악플 현황을 추적 분석해 왔다. 2021년에는 최초 전국 단위 악플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그 후속 연구로, 오스오다타(Os & Data)까지 합세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덴마크 내 페이스북 공론장에서 오고 간 게시물과 댓글 7천300만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온라인 혐오 발언과 언어 폭력이 얼마나 만연한지가 객관적으로 드러났다.
4년치 게시물과 댓글 AI로 분석
연구팀은 2021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 페이스북에서 공개 댓글과 게시물을 수집해 인공지능(AI)으로 악성 댓글과 혐오 발언을 자동 분류했다. 또 공격성 댓글 중 약 6000개를 무작위로 선별해 사람이 직접 검토하는 식으로 인공지능 분석의 정확도를 높였다. 또한, 주제어 4000개 기반 토픽 모델링을 통해 특정 주제와 관련된 토론에서 악플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분석했다. 방대한 데이터 분석를 분석하는데는 덴마크어 기반 인공지능 알고리즘 'A&ttack 2.5'를 활용했다.
조사는 크게 세 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 공격적 댓글과 혐오 발언의 양적 분석
- 혐오 발언의 주요 대상과 주제 분석
- 악플 작성자의 성별과 연령대 분석
덴마크 온라인 공간의 어두운 그림자
페이스북 댓글 20개 중 1개는 악플
조사 대상 댓글 중 4.5%가 공격적 언어를 포함했다. 특히 정치인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격적 댓글 비율이 6.2%로 가장 높았다.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악플 비율이 4.2%에 달했다.
반면 공개 그룹에서 악플 비율은 1%로 상당히 낮았다. 시민이 직접 운영하는 공동체 안에서는 비교적 건설적인 토론이 이뤄지기 때문이이라고 크리스토페르 엘브뢴(Christoffer Elbrønd) 트뤼그재단 프로젝트 매니저는 해석했다.
"시민이 운영하는 Facebook 그룹이 언어적 공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다행히도 이러한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정치인이나 언론의 Facebook 페이지보다 훨씬 낫고, 시민들이 이를 찾아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악플러 공격 대상은 소수자 집단
혐오 발언의 주요 표적은 특정 소수자 집단이었다. 혐오 표현의 35%는 '인종 및 국적' 관련 내용이었으며, 이 중 84%는 중동 출신 사람을 공격했다.
성별 관련 혐오 표현도 22%를 차지했으며, 특히 여성(73%)이 남성(27%)보다 훨씬 더 많은 공격을 받았다. 장애인을 겨냥한 혐오 표현도 21%에 달했다.
악플러 되는데 남녀노소 없어
악플 작성자의 68%는 남성, 32%는 여성이었으며, 40세 이상이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온라인 악플 문제가 특정 성별이나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악플 심은데 악플 난다
조사는 악성 댓글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소셜미디어 상에서 사회적 현상으로 비화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특정 게시물에 혐오 표현이 포함될 경우, 댓글에서 혐오 표현이 나타날 확률이 300~660% 증가했다. 정치인이 올린 게시물에서 혐오 표현이 나타날 경우, 이후 댓글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특히 높았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온 우물 흐려
극소수 사용자가 전체 악플 상당 부분을 작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댓글 100% 작성한 사용자는 단 1.5%에 불과했다. 그 중 0.2%에 그치는 소수 극성 악플러가 전체 악플 중 30%를 쏟아냈다.
악플, 온라인 공론장 '냉각'해
이번 조사 결과는 덴마크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공론장의 중심이 되면서, 시민들의 정치적 의견 표출이 활발해지는 동시에 혐오 표현도 증가한다.
덴마크인 31%가 온라인에서 악플러에게 공격당할까봐 두려워 공론장에 참여하기 자체를 꺼린다고 답했다. 반면 악플에 둔감하거나 오히려 악플을 즐기는 사람은 더 활발히 의견을 개진해 페이스북 여론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요인을 '악플로 인한 공격 위축 요인'(angrebsmæssige chillfaktor)이라고 표현했다. 민주주의 사회에 근간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지점이다.
악플과 혐오 발언에 범시민 연대로 맞서야
연구진은 악플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의 적극적인 관리: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악플을 방지하고, 혐오 발언을 제재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디어의 책임: 언론은 선정적 보도를 자제하고, 건설적 토론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민들의 참여: 시민들은 악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온라인 상에서 존중과 배려를 실천해야 한다.
교육과 인식 개선: 악플의 심각성에 대한 교육과 인식을 개선하고, 온라인 상에서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장려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덴마크 페이스북 상 악플 현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악플 문제 해결을 위한 시사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분석 결과는 정책 결정자, 미디어, 인권 단체, 그리고 일반 시민에게 온라인 토론 문화 개선을 위한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아날뤼세오탈(Analyse & Tal) 소속 파트너 미켈리네 톰센(Mikkeline Thomsen)은 악플을 분석하는데 사용한 AI 도구가 온라인 공론장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7300만 개의 게시물과 댓글 중 320만 개의 언어적 공격을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두 번째로 학습시켰습니다. 이 기술이 미디어와 정치인들이 가장 거친 댓글을 식별하여 댓글 흔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재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
- Vi angriber hinanden på sociale medier som aldrig før, TrygFonden, 2025년 3월3일
- Angreb & had i den offentlige debat på Facebook, TrygFonden, 2025년 3월3일 (덴마크어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