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이라크 주둔 병력 일부 철수한다
덴마크 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한 병력 일부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덴마크는 테러단체로 지정된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목표로 2014년 미국이 개시한 내재된 결단 작전(Operation Inherent Resolve)에 국제연합군으로 병력을 보내왔다. 최근 덴마크 병력 133명은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Ain al-Asad) 공군 기지에 주둔하며 이라크 육군을 훈련하거나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밖에도 덴마크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나토(NATO)가 수행하는 임무를 지원하는데 병사와 참모 장교 등 10여 명을 파병했다.
미국이 1월3일 군부 실세인 거셈 솔라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 공격해 제거한데 따른 보복으로 이란은 7일 오후 이라크 아인 알 아사드 공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 십여 발을 발사했다.
직접 피해는 없었으나, 자국군의 안전을 우려한 덴마크 정부는 이라크 파병 병력 일부를 이라크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덴마크 총리는 1월8일 오후 4시30분 크리스티안스보르 거울홀(Spejlsalen)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력 일부 철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ISIL과 싸워 테러 위협에서 우리의 안보를 지키려면 국제 공조가 절대로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라며 완전 철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트리네 브람센(Trine Bramsen) 국방부 장관과 예페 코포(Jeppe Kofod) 외교부 장관 역시 미국 및 나토와 공조가 덴마크 안보의 토대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덴마크 병사의 안전이 덴마크 정부의 최우선 순위"라며 "우리는 일부 병력을 쿠웨이트로 옮기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임시조치임을 강조해야겠다"라며 중동에서 병력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님을 거듭 힘주어 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라크 주둔 병력 133명 가운데 30~40명은 여전히 이라크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100여 명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철수한다는 뜻이다.
8일 오후 긴급 소집된 외교정책위원회는 중동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및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급진좌파당(Radikale Venstre) 소속 마르틴 리데고르(Martin Lidegaard) 외교정책위원회 위원장은 회의 후 이라크 주둔 덴마크 병력 일부를 전격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는 정부에 훈련 임무를 수행하러 파병한 병력 일부를 귀국시키길 권하겠습니다. 당장 임무를 수행할 수도 없으니 그 병력을 철병해야 합니다."
이라크 국회는 거셈 솔라이마니 사망 후 주말 사이 자국 내 외국 병력을 더이상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미군 외에 이전부터 IS를 공공의 적으로 공조해 오던 국제연합군까지도 철수하기를 원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예페 코포 외교부 장관은 모하메드 알하킴(Mohamed A. Alhakim) 이라크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악회되는 정세를 진정시킬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며 IS를 상대로 앞으로도 함께 싸우자는 뜻을 전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덴마크 국회는 더 큰 차원에서 이라크 파병의 정당성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미 스페인과 독일 등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이라크 주둔 병력 일부를 철군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