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러시아 외교관 2명을 추방한다고 3월26일 발표했다. 전직 러시아 스파이 암살 미수 사건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을 지지하는 서방권과 러시아의 대립각이 곤두서는 모양새다.
지난 3월4일 영국 남부 솔즈베리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Sergei Skripal)과 그의 딸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영국 경찰은 스크리팔 부녀한테 옛 소련이 쓰던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검출됐다며 러시아 정부가 암살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EU 회원국 수장은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라는 공동성명을 내놓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4일 뒤인 26일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연합(EU) 14개국과 미국, 캐나다도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일주일 안에 추방하는데 동의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안데르스 사무엘센(Anders Samuelsen) 덴마크 외교부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 땅에서 화학 무기가 사용됐다”라며 “러시아 정부가 배후에 있다는 영국에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영국과 어깨를 맞대고 러시아에 분명히 말합니다. 러시아는 타국 영토에서 서방의 가치와 법에 근거한 국제 질서를 위협하고 해쳤습니다. 덴마크와 관계를 개선하려면 러시아가 행동 양식을 바꿔야만 합니다. 오늘 유례 없는 외교관 추방 조치는 러시아를 압박하는 우리와 우방국의 노력의 일환입니다."
도날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주 러시아에 함께 대응하기로 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결정에 따른 직접 후속 조치로 오늘 14개 회원국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며칠 혹은 몇 주 안에 추방을 비롯한 추가 조치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차원에서 대응이 계속되리라는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