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트랜스젠더를 정신질환 환자로 여기는 국제 기준에 반기를 들었다. <코펜하겐포스트>가 5월15일 보도한 소식이다.
덴마크 보건부(Ministry of Health)는 2017년 1월1일께 정신질환 목록에서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삭제할 방침이다. 트랜스젠더란 타고난 신체적 성(sex)과 성적 자의식(gender)이 어긋난 사람을 가리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랜스젠더를 정신질환 보유자로 분류한다.
덴마크 사민당(Socialdemokraterne) 보건 부문 대변인 플레밍 묄러 모르텐센(Flemming Møller Mortensen)은 이런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재 트랜스젠더는 정신질환 환자나 행동장애 보유자로 분류됩니다. 이건 믿기 힘들 정도로 차별적인 일입니다. 덴마크인이 트랜스젠더를 보는 관점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죠. 트랜스젠더는 중립적으로 분류돼야 합니다."
모르텐슨 대변인은 WHO가 새로운 분류법을 고안 중이지만 진척이 매우 느리다고 말했다. “WHO는 트랜스젠더를 다른 식으로 분류하는 시스템을 고안 중입니다.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요. 이제 우리 인내심이 바닥났습니다. 오는 10월까지 정신질환 분류 시스템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덴마크 혼자서라도 길을 열겠다는 뜻을 전한 겁니다."
코펜하겐 프라이드 2014 (출처: 플리커 CC BY SA Bjørn Christian Finbråten)
대안정당(Alternativet)과 적녹연맹(Enhedslisten)이 지난 2월 내놓은 주장은 이제 국회 여당에게 지지를 받는다고 <DR>은 전했다. 사민당은 소피에 뢰데(Sophie Løhde) 덴마크 보건부 장관에게 WHO 정신질환 목록에서 트랜스젠더를 삭제하길 요청하라고 주문했다.
모르텐슨 대변인은 트랜스젠더를 정신질환자로 낙인 찍는 일이 단순한 행정적 분류를 넘어 실제적인 피해를 끼친다고 강조했다.
“트랜스젠더를 정신∙행동 질환자로 분류하는 일은 무척 차별적입니다. 게다가 다른 결과도 초래해요. 정신질환자로 진단받았다는 이유로 보험에 가입을 거부당할 수도 있어요."
성소수자 커뮤니티 LGBT덴마크 소속 트랜스젠더 이슈 담당자 린다 토르 페데르센(Linda Thor Pedersen)은 이번 발표가 “큰 진전”이라며 적극 환영했다.
“트랜스젠더로 사는 일은 왼손잡이로 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변형입니다. 우리는 아프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가 정신병 목록에 속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직도 몇 사람은 우리가 정신병을 앓는다고 생각해요. 트랜스젠더가 정신병리학 책 속에 있기 때문에요. 이번에 나온 제안은 이런 상황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성소수자 권리 존중하는 덴마크
덴마크는 성소수자 권리 옹호에 앞장 서왔다. 1989년부터 시민결합 형태로 동성결혼을 제도적으로 허용했다. 시민결합은 법적 결혼과 사실혼인 동거의 중간 형태다. 두 사람이 법원에서 시민연대계약을 작성하면 상속∙주거∙세제 등 문제에서 이성 부부와 같은 법률적 혜택을 받는다.
오랜기간 동성 결혼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왔기에 법적으로 동성 결혼을 인정한 것은 늦었다. 2012년에야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2001년부터 동성결혼과 동성 부부 자녀 입양을 법적으로 허용한 네덜란드에 비해 11년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