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지난해 생물 연료(biomass)로 만든 에너지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8년 덴마크는 182페타줄(PJ)만큼 에너지를 바이오매스로 생산했다. 5년 전보다 33%, 1995년보다 3배 많은 에너지를 바이오매스로 만든 셈이다. 덴마크 통계청(DST)이 11월15일 발표한 조사 결과다.
덴마크는 2018년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33% 가량을 재생가능 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충당했다. 이 가운데 바이오매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한다. 태양열과 풍력, 수력을 모두 합해도 바이오매스 에너지 생산량의 3분의1에 그칠 뿐이다.
1995년부터 2018년까지 덴마크 바이오매스 및 재생가능 에너지 소비량 (덴마크 통계청 제공)
"바이오매스가 친환경 전력원이라고?"
덴마크 정부는 화력발전소에서 쓰던 화석 연료를 바이오매스로 대체하는데 열심이다. 덴마크가 바이오매스 발전에 전향적인 이유는 바이오매스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돼 탄소 중립 발전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1997년 최초로 전 세계 지도자와 과학자가 모여 기후변화 대응책을 규정한 교토의정서는 목재나 음식물쓰레기 등 생물 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바이오매스 발전을 이산화탄소 중립 에너지원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바이오매스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하는 현행 규정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TV2>가 11월17일 보도한 소식이다.
교토의정서는 각국이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CO2) 총량을 제한했다. 하지만 여기에 예외가 있다. 목재다. 당연히 나무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교토의정서는 나무를 태울 때 나온 이산화탄소를 나무를 태운 나라의 탄소 배출량에 더하지 않는다. 목재를 벌목한 국가의 탄소 배출량에 더한다. 여기에 문제가 생긴다. 덴마크는 바이오매스 발전에 필요한 목재를 대량 수입한다. 2018년에는 발전용 목재 펠릿(wood pellets) 3800만 톤(t)을 수입했다. 2012년보다 88% 수입량이 늘었다. 이 중 절반은 에스토니아나 라트비아 같은 발틱 국가에서 가져왔고, 19%는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국내에서 조달하는 볏짚은 전체 바이오매스 발전량 가운데 12%를 만드는데 그쳤다. 1995년에는 26%를 국산 바이오매스로 생산한 것에 비해 절반 아래로 비중이 떨어진 셈이다.
미국은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다.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가 없어 아예 계산하지도 않는다. 러시아는 감축 목표가 없다시피하다. 덴마크가 이런 나라에서 목재를 수입해 바이오매스 발전에 사용하면 여기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장부에서 증발한다. 실제로는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도 어느 나라의 탄소 배출량에도 더해지지 않는다.
팀 시어싱거 (Tim Searchinger) 미국 프링스턴대학교 연구교수겸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선임 펠로우는 이 허점 때문에 큰 계산 오류가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계산 오류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모든 아마존 열대우림을 벌목하고 거기서 나온 모든 나무를 덴마크가 수입해 태워도 이산화탄소 중립 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목재 더미 (출처: 플리커 CC BY-SA Mark Kent)
덴마크 발전 업계는 2014년 자발적으로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 발전 합의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벌목한 목재는 수입하지 않는다는 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아마존이 아닌 곳에서 벌목한 목재는 여전히 수입해 태울 수 있다. 덴마크 기후위원회 예테 야콥센(Jette Bredahl Jacobsen)은 100% 환경 친화적 바이오매스만 수입한다고 쳐도 발전용 목재 수요가 전 세계에서 쏟아지면 대규모 벌목 탓에 숲에 저장된 탄소가 대기로 배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을 대표해 교토의정서 비준에 참여했던 EU집행위원회(EC) 전 위원이자 덴마크 기후위원회(danske klimakommission)에서 바이오매스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덴마크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입안했던 요르겐 헤닝센(Jørgen Henningsen) 유럽정책센터(European Policy Centre) 선임 자문위원은 2011년 말 EU환경청(EU Environment Agency) 산하 과학위원회가 교토의정서의 오류를 지적한 이메일을 받고서야 뒤늦게 실수를 깨달았다고 <TV2>와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실수였습니다. 게으름이나 피로 탓으로 톨릴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바이오매스가 탄소 중립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고 더 중요한 문제가 많았어요."
요르겐 헤닝센은 이 오류를 정정하고자 발 벗고 나섰으나, 정치인과 정부 관료는 묵묵부답이었다고 전했다. 2년 전 오르후스 시가 열병합 발전소를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바꾸는 계획을 검토할 때 그도 자문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답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말한 것이 무척 흥미로웠고, 제가 현명한 지적을 했을지 몰라도 정작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지요. 지금 그 발전소는 바이오매스를 태웁니다."
요르겐 헤닝센은 덴마크가 유럽에서 바이오매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기 때문에 덴마크 최대 재생가능 에너지원이 바이오매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덴마크 발전 업계가 교토의정서의 허점을 이용해 이런 변화를 추동한다고 비판했다.
"돈 때문에 타락했습니다. 덴마크만큼 극단적인 변화를 겪은 유럽 국가는 없습니다. 이런 변화에 덴마크만큼 발전 업체에 큰 경제적 이득 쥐어주는 나라도 없지요."
<TV2>는 2017년 덴마크 정부가 바이오매스 발전업계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예산이 58억 크로네(1조53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풍력발전과 태양열발전을 합한 것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