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청소년은 간발의 차로 지금 여당인 보수 연립정부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청소년은 연립여당 쪽에 표를 모았다. 원내 진출에 실패한 2개 정당을 제외하면 연립 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1월31일 열린 모의 총선거 일명 '학교 선거'에 참여한 덴마크 학교 769곳에서 8~10학년 학생 8만 명 중 6만3천여 명이 투표한 결과다.
학교 선거(skolevalg)란 덴마크 정부가 주도하는 민주주의 교육 과정이다. 선거연령인 18세를 수 년 앞둔 14~17세 학생(8~10학년)에게 성인이 총선거에 표를 던지듯 투표할 기회를 줘 예비 유권자로서 정치 효용감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덴마크 국회와 교육부가 주최하고 덴마크 청소년총연합회(Dansk Ungdoms Fællesråd·DUF)가 주관한다.
자유당(Venstre)이 이끄는 보수 연립여당(blå blok)은 2019년 학교 선거에서 51.2%를 득표해 48.8%를 얻은 연립여당(båd blok)을 간신히 앞섰다. 2년 전 학교 선거에서는 55.3%로 보수 연립여당이 앞섰다.
2019년 덴마크 학교 선거(skolevalg) 결과
학교 선거 결과는 실제 총선에는 아무 영향이 없지만 라스 뢰케 라스무센(Lars Løkke Rasmussen) 총리를 비롯한 덴마크 정치인들은 소셜미디어(SNS)에 반응을 쏟아냈다. 라스무센 총리는 "덴마크 청소년이 자기가 속한 세계를 바라보는 가치관을 갖고 질문을 던지며 다른 이와 토론하고 자기 생각을 설명한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라며 "그것이 민주주의의 정수"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https://twitter.com/larsloekke/status/1091059676601597953
단일 정당으로는 연립여당을 이끄는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이 22.6%를 득표하며 17%를 얻은 자유당을 압도했다. 지난 2017년 학교 선거에서는 자유당이 19.1%를, 사민당은 15.6%를 득표했다. 2015년부터 득표율 차이가 좁혀지더니 드디어 올해 1-2위가 뒤바뀌었다. 사민당은 지난 2015년 총선에서 26.3%를, 자유당은 19.5%를 얻었다.
반이민 정책으로 국내외에서 이목을 집중시킨 연립여당 덴마크인민당(Dansk Folkeparti)은 8.4%를 얻는데 그쳤다. 2015년 총선에서 덴마크인민당은 21.1%를 득표율을 뽐내며 덴마크 정계에 민족주의 바람을 몰고 왔다.
그 밖에 정당은 다음과 같이 덴마크 청소년에게 지지받았다. 보수당(Konservative) 13.1%, 급진자유당(Radikale Venstre) 11.1%, 자유연합당(Liberal Alliance) 9.9%, 사회인민당(Socialistisk Folkeparti) 5.7%, 적녹연맹당(Enhedslisten) 4.8%, 대안당(Alternativet) 4.6%, 신시민당(Nye Borgerlige) 1.5%, 기독민주당(Kristendemokraterne) 1.3%.
선거를 연구하는 코펜하겐대학교 정치학과 카스페르 한센(Kasper Møller Hansen) 교수는 "만일 청소년이 유권자였다면 국회 구성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평했다.
"어떤 정당은 두 배 넘게 성장한 반면 어떤 당은 절반으로 의석이 줄었습니다. 덴마크사회민주청년당은 지난 2회 학교 선거에 걸쳐 세가 약해져 이제는 모 정당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절대 득표수로는 보수 연립여당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으나, 의석을 차지하는데 최소 득표율이 2%임을 감안하면 신시민당과 기독민주당이 탈락하기 때문에 연립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게 됩니다."
선거 전 과정 경험하며 민주주의 체득하는 덴마크 청소년
학교 선거는 지난 총선을 치렀던 2015년부터 매 2년마다 1월에 실시한다. 의무 과정은 아니기에 모든 학교가 학교 선거 프로젝트에 합류하진 않는다. 2019년 학교 선거(Skolevalg 2019)에는 769개 학교가 참가 의사를 밝혔다. 여기서 학생 7만8502명이 라스무센 총리의 뒤를 이을 지도자를 자가 손으로 뽑아볼 기회를 얻어 그 중 6만3463명이 투표했다.
먼저 3주 동안 민주주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덴마크 교육자원센터(Center for Undervisningsmidler i Danmark) 소속 사회과학 전문가와 교육부가 개발했다. 올해 1월13일부터 시작한 1주차에 학생은 24개 쟁점을 찾아 그 중 쟁점으로 삼을 3개 주제를 선정했다. 2주차에는 최소한 1개 주요 쟁점과 가능한 쟁점 1개를 선정해 선거 캠페인을 벌였다. 2019년 학교 선거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에게 지지 받은 5대 정책은 다음과 같다.
- 초중등학교(folkeskolen)에서 통학일수 단축 12.7%
- 폭행 및 학대 처벌 강화 11.9%
- 담배세 인상 10.6%
- 적극적 안락사 합법화 7.8%
- 숙제 없는 학교 6.9%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며 해당 쟁점을 알리고, 여론을 끌어모았다. 3주차까지 정당 역시 핵심 쟁점 3개를 선정하고, 학교 선거에 핵심 의제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각 정당이 내놓은 의제가 자기 의견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투표할 정당을 골랐다. 540개 학교는 정당 청년부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https://youtu.be/z_3fWEIgVC0
그리고 대망의 1월31일, 총선과 마찬가지로 덴마크 학생은 총선에 입후보할 자격을 갖춘 정당에 표를 던졌다. 학교 선거 결과는 선거 당일 저녁 덴마크 국회(Christiansborg)에서 발표했다. 이 과정은 국영방송 <DR>과 국회방송이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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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거 결과는 실제 총선과 무관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관점이 어른의 여론을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학교 선거에서는 2번 모두 보수 진영이 이겼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자유당을 위시한 보수 진영은 55.3%를 득표하며 연립정부를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