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들어 덴마크 전역에 은행 지점이 1첫 곳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1980년대 3천656개 지점이 있었던데 비해 74% 줄어든 숫자다. <코펜하겐포스트>가 <율란드-포스텐>을 인용해 12월27일 보도한 소식이다.
남은 은행 지점 대다수도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다. 은행 계좌에 현금을 입금하거나 계좌에서 출금하려면 현금을 취급하는 지점을 굳이 찾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유틀란드 지역 퇸데르(Tønder)라는 마을에 사는 노디아(Nordea) 은행 고객은 가장 가까운 현금 취급 지점을 찾아 80km 가까이 움직여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90분이 걸린다. 요금도 142크로네(2만4130원)가 든다.
덴마크크로네 현금 입출입이 가능한 노디아(Nordea) 은행 ATM. 현금 입금까지 되는 ATM은 코펜하겐 시내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사진: 안상욱)
원가 절감 차원에서 은행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일은 세계적인 추세다. 덴마크 은행고객은 ATM이나 상점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노디아 은행은 설명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에 익숙치 않은 노년층에게 은행 지점 퇴출은 적지 않은 문제를 낳는다. 노인복지단체 엘드레세이겐(Ældre Sagen∙Dane Age) 옌스 호이고드(Jens Højgård) 대표는 “65세 이상 노인 25만 명이 인터넷을 몰라 온라인 뱅킹을 쓸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금을 취급하는 은행 지점이 줄어드는 일은 현금으로 물건값을 받는 소상공인에게도 문제다. 덴마크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특정 업종을 제외한 소매점이 현금 취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중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은행 앞에 흔히 보이는 입간판. "이 지점은 현금을 취급하지 않습니다"라고 써 있다 (사진: 안상욱)
은행 지점수 축소는 현금 없는 사회를 구현하려는 덴마크 정부의 정책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덴마크는 2012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자국 화폐인 덴마크크로네(DKK)의 가치를 저평가된 유로화에 맞추려는 조치였다. 시중에 통화량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현금 유통량을 줄이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좋다.
하지만 금리가 0% 아래로 떨어지면 은행에 돈을 맡겨두기보다 현금을 보유하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통화를 이용하는 국민이 현금을 인출해 쟁여두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덴마크를 비롯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북유럽 국가가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덴마크 중앙은행인 덴마크은행은 경비 절감 차원에서 2017년부터 자국 화폐를 만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현금 취급량을 줄이면 현금을 만들고 관리하는 비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지하경제를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