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국회가 온라인 시민청원 플랫폼을 상설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3월28일 발표했다.
피아 키에르스고르(Pia Kjærsgaard) 국회의장은 "시민청원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라고 평했다.
“몇 가지 의견은 국회에서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시민청원은 언론에 주목을 끌기도 했죠. 청원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시민의 뜻에 귀 기울이면 정부 위에 정부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주요 정당이 반대한 구상, 시범 운영 1년 만에 정식 채택
시민청원(Borgerforslag)은 대안당(Alternativet)이 제안해 2020년 1월까지 시범 운영하기로 한 온라인 국민청원 플랫폼이다. 이곳에 게재된 글이 180일 안에 덴마크 시민 5만 명에게 지지받으면 국회가 공식 검토해 답변을 내놓는다. 덴마크 인구가 570만 명이니 시민 0.9%에게 동의받으면 국회에 가는 셈이다.
연립여당을 이끄는 자유당(Venstre)과 최대 야당인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은 시민청원 플랫폼을 만들자는 의견에 처음부터 반대했다. 자유당은 모든 원내정당이 단 1명의 시민을 대신해서라도 국회에 의견을 낼 기회를 이미 갖고 있다며 온라인 시민청원 플랫폼이 필요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문 연 시민청원 플랫폼은 1년여 만에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거뒀다. 여태껏 300건이 넘는 청원이 게재됐다. 덴마크 국민 31만 명(중복 제외)이 시민청원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청원 5건은 5만 명 넘는 시민에게 동의받아 국회에 올라갔다.
시민청원 발의 법안은 ‘0’건…"국회 생색내기 아니야"
덴마크 국회는 시민청원에 게재된 청원 중 지금까지 3건을 검토했으나 제2 독회에서 모두 기각했다. △국회의원과 의원 자녀에게 제공하는 특별 연금 조항 삭제 △성인 신분증 발급시 장기기증 서약 기본 등록(opt-in에서 opt-out으로) △다학위 취득 제한 해제 등 청원이 기각됐다.
△미성년자 포경수술 금지 △강력한 새 기후법 제정 등 2건도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역시 법제화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 특별 연금 삭제 청원은 덴마크 국민 1%가 넘는 6만8975명이 동의했으나 기각됐다.
실망스러운 결과 때문에 시민청원 플랫폼이 풀뿌리 민주주의 창구가 아니라 국회의 생색내기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피아 키에르스고르 국회의장은 청원이 법제화로 결실을 맺지 못해도 무의미하지는 않다고 <리쳐>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매번 국회의원은 국회의사당에서 특정 안건을 논의하고, 공공장소에서 토론도 벌입니다. 논의 과정 자체도 정치적 행위입니다. 공석에서 논의했다고 해도, 모든 안건이 반드시 법안이 되는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