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국회가 논란이 많던 부르카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서 올 8월1일부터 덴마크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등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는 행위가 불법으로 처벌된다. <폴리티켄> 등 덴마크 미디어가 5월31일 보도한 소식이다.
덴마크 국회는 5월31일 공공장소에서 얼굴 대부분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일명 부르카 금지법을 75 대 30으로 의결했다.
이 법은 공공장소에서 얼굴 대부분을 가리는 행위가 덴마크 사회의 규범을 어긴다는 명분으로 제안됐다. 따라서 명목상 가짜 수염이나 마스크, 후드 등 얼굴을 가리는 물건을 공공장소에서 착용할 경우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법은 애초 무슬림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전통 복장을 입는 일을 막으려고 고안됐다. 무슬림 여성은 교파에 따라 온 몸을 가리는 전통 복장 부르카(burqa)나 눈만 내놓고 얼굴을 모두 가리는 니캅(niqab)을 착용한다.
현대 덴마크에 무슬림 전통 복장을 착용하는 여성이 몇 명이나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가장 최근 수치는 2010년 덴마크 정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 150~200명이 부르카 말고 니캅을 입는다고 답했다.
상습 위반시 벌금 최대 170만 원, 구속형은 겨우 면해
8월1일부터 덴마크 공공장소에서 얼굴 대부분을 가리는 이는 1000크로네(17만 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부르카 금지법을 계속 위반해 횟수가 4회까지 누적되면 벌금은 1만 크로네(170만 원)까지 늘어난다. 다만 방한용 얼굴 덮개나 스카프, 축제용 마스크와 복장은 단속하지 않는다.
덴마크 국회는 부르카 금지법을 무시하는 사람을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덴마크인민당(Dansk Folkeparti)은 이번주 초 부르카 금지법을 상시 위반하는 이를 구속해야 한다는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가 논의 과정에서 기각했다. 덴마크인민당은 수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부르카 금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헨리크 달(Henrik Dahl) 의원을 제외한 자유연합당(Liberal Alliance) 소속 국회의원 모두와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 메트 기에르스코우(Mette Gjerskov) 의원이 부르카 금지법에 반대표를 던졌다.
쇠렌 파페 포울센(Søren Pape Poulsen) 덴마크 법무부 장관은 <폴리티켄>과 인터뷰에서 경찰이 무슬림 여성한테 부르카를 강제로 벗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경찰관이 여성을 경찰서로 이송한 뒤 가족 등 보호자에게 인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 자유 침해 vs. 개인 자유 침해를 예방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이 법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옷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신념을 드러내지 못하게 막는 조치는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국제앰네스티는 주장했다.
덴마크인민당 이민 부문 대변인 마르틴 헨릭센(Martin Henriksen)은 부르카 금지법이 오히려 개인의 자유권을 지키는 법이라고 응수했다. 여성에게 특정 복장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당연히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갖고 있고, 이것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몇몇 사람은 자유를 특정 이념을 홍보하는데 악용합니다. 만일 이들이 성공하면, 많은 사람이 자유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유럽에서 5번째
프랑스가 2011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 전통 복장을 입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했다. 그 뒤로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도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캅 착용을 불법으로 못 박았다. 덴마크인민당은 2009년부터 이런 법을 덴마크에도 도입하라고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