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경찰이 중국 국빈 방문시 위법하게 티벳 시위대를 방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코펜하겐시경찰청 간부 2명이 정부 고위 관료나 국회에는 알리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명령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국회에는 사실 관계를 왜곡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덴마크 경찰청은 두 간부의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DR>이 12월18일 보도한 소식이다.
중국 국빈 방문시 경찰이 티벳 인권단체 시위 방해
코펜하겐시경이 티벳 시위대를 방해한 사건은 2012년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덴마크를 방문할 때 발생했다. 중국 지도자가 덴마크를 방문하는 시기에 맞춰 티벳 인권단체는 대규모 시위를 준비했다. 중국의 티켓 점령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티켓 국기를 흔들려고 준비했다. 하지만 이들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빈 방문 때 경찰 병력이 티켓 국기를 든 시위대를 구류하거나 보이지 않게 둘러쌌기 때문이다.
티벳 인권단체는 경찰이 집회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고발했다. 덴마크 정부는 이 사안을 심각한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전담 조사 조직을 꾸렸다. 티벳위원회(Tibetkommissionen)다.
티벳위원회는 2년 동안 70명이 넘는 관계자를 면담한 조사 결과를 12월18일 발표했다. 300쪽이 넘는 보고서의 결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국빈 방문시 티벳 시위대를 방해한 경찰 작전은 덴마크법과 국제법 모두에서 불법 행위다. 이 작전에 관여한 장관이나 고위 정부 관료는 없다. 사법기관이나 경찰청이 조직적으로 개입하지도 않았다. 코펜하겐시경 청장과 덴마크 국정원(PET) 모두 이 작전이 지시되고 실행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지만 직접 작전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티벳 시위대를 격리하는 작전은 경찰 간부 2명이 후진타오 주석 경호 현장에서 독단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내린 사람은 헨리크 오리에(Henrik Oryé) 코펜하겐시경 소속 서장이었다. 그는 국빈 방문시 경호 작전 3건을 이끌었다. 시위 현장에서 그는 인근 경찰 병력에 "가려(skærmer derved∙shielding it)"라는 지시를 내렸다. 경찰 버스로 차벽을 세워 시위대를 가린 일도 헨리크 오리에 서장의 발상이었다. 지시를 이행한 사람은 클라우스 히엘름 올센(Claus Hjelm Olsen) 부서장이었다. 두 사람이 범법 사실을 감추려고 국회에 날조한 보고서를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두 경찰 간부는 직권 남용과 위증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됐다.
외교부, 시나브로 시위대 불편하다는 뜻 피력
두 경찰관은 왜 범법 행위까지 저지르며 시위대를 방해했을까. 직접적인 지시는 없었으나 지난 중국 국빈 방문 때 대규모 티벳 독립 시위가 벌어진 전례를 우려하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티벳위원회는 분석했다. 후진타오 주석 방문 전 덴마크 외교부와 법원, 다수 사법기관이 참여한 회의에서 “시위대를 불편하게 보는 분위기가 외교부에서 PET를 통해 코펜하겐시경으로 흘러갔다”라고 보고서에 적었다.
한편에는 의문도 남았다.<DR>은 일개 간부 두 사람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작전을 대담하게 지시했다는 조사결과가 미덥잖다고 꼬집었다. 티벳위원회가 찾지 못한 고위 인사가 관여하지 않았다면 시위대를 구금하고 둘러싸는 일은 벌이기 어려웠으리라는 분석이다. 쇠렌 파페 포울센(Søren Pape Poulsen) 법무부장관은<DR>과 인터뷰에서 "위원회가 2년 가까이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내놓은 결과를 내가 의심할 까닭은 없다"라며 "조사 결과에 첨언할 생각은 없다"라고 말했다.
경찰 간부 2명 징계 예정
티벳위원회는 덴마크 외교부와 PET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구체적으로 범죄 행위를 저지른데 책임은 묻지 않았다. 코펜하겐시경도 조직적으로 시위대를 방해했다는 오명은 벗었지만 일말의 책임은 남았다.
티벳위원회 조사 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 독립경찰민원청(Den Uafhængige Politiklagemyndighed)이 조사를 이끌었지만 기소권은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쇠렌 파페 포울센 법무부장관은 "범법 행위를 적발해야 할 경찰관 두 명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더 심각하다"라며 "덴마크 경찰청이 경찰 간부 두 사람에게 징계를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