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타고난 생물학적 성(sex)을 바꾸는 사람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덴마크 코펜하겐 수도병원(Rigshospitalet) 성정체성센터(Center for Køns-identitet·CKI)와 올보르대학교병원(Aalborg Universitetshospital) 내과과장은 모두 “문의가 빗발친다”라고 말했다. 크리스텔리트 다그블라드(Kristeligt Dagblad)가 3월21일 보도한 소식이다.
올보르(Aalborg)에서는 지난해 357명이 성전환 진료소를 찾았다. 2016년에 19명에서 2년 사이 19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아스트리드 호이고르(Astrid Højgaard) 성정체성센터 선임 컨설턴트는 환자 폭증이 "일종의 혁신(disruption)"이라고 말했다.
"지금 폭증하는 수치가 최대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음지에 숨어 치욕 속에 살아야 했을 사람들이 오늘날에는 앞으로 나서 ‘나 여기 있소’(her er jeg)라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요. 전에는 감시망 아래로 숨어들었을 많은 이가 밖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잖아요. 저는 이게 바뀐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펜하겐 수도병원(Rigshospitalet)에서도 성전환 증가세가 나타났다. 수도병원에서 성전환 호로몬 치료를 받는 환자는 2019년 현재 230명이다. 2013년에는 20명도 안 됐다. 수도병원 성정체성센터장겸 내과과장 말레네 힐덴(Malene Hilden)은 "서구권 전역에서 이 같은 흐름이 유행한다"라며 "아마도 성전환이 정신 질환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덕분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성전환자가 되면 변태로 취급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치료라는 인식이 더 커졌지요. 트랜스젠더는 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타고 난 상태입니다. 호로몬 요법은 환자를 돕습니다. 스스로 인지하는 성별로 보이며 바깥 세상이 그들을 정당히 대접하도록 말이죠."
두 병원 모두 생물학적 여성이 남성보다 성전환 수술을 더 많이 받았다. 말레네 힐덴 센터장은 덴마크 문화가 전통적으로 여성이 남성성을 드러내는 일이 남성이 여성성을 드러내기 보다 좀더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 성소수자 보호 정책 빛 발하나
덴마크에서 생물학적 성을 바꾸는 일이 많아진 배경에는 성소수자 포용 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정부가 있다. 덴마크는 루터교를 국교로 하는 기독교 국가인데도 성소수자 차별 철폐에 앞장 서 왔다.
1933년 동성애는 범죄가 아님을 선언하고 1981년 동성애를 정신병 목록에서 지웠다. 1989년 세계 최초로 동성애 부부가 정부에 공식으로 혼인신고 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고, 1999년에는 역시 세계 최초로 혼인 신고한 동성 부모도 자녀를 입양할 권리를 줬다. 2014년에는 유럽 최초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질병이 아닌 개인의 성 정체성을 이유로 성전환 수술을 허용했다. 2017년에는 성 전환자를 정신질환자로 분류한 세계보건기구(WHO)에 반발해 덴마크 국내 질병 코드에서 성 전환자를 비질병 군으로 수정했다. 성전환 신청자가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도 없앴다. 2018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성소수자 권리 증진 사업을 시작했다.
스칸디나비아 3국 모두 성전환 수술 증가세
덴마크뿐 아니라 노르웨이와 스웨덴도 성전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오슬로대학교병원 국가성전환수술서비스(NBTS)는 2016년 449명이었던 환자가 지난해 648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스웨덴 국립보건복지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으로 진단받은 스웨덴 시민은 2005년은 10만 명 중 1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10만 명 중 8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