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민간 연금 운용사 펜션 덴마크(Pension Danmark)가 2030년까지 3500억 크로네(61조7785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친환경 산업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9월23일 발표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70% 감축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움직임이다. 올 6월 총선에서 이겨 강경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펼치는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총리는 국제연합(UN)과 파리의정서 비준국이 공표한 목표를 실현하려면 민간 부문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덴마크 연금 운용사 펜션 덴마크(Pension Danmark) 사옥 (펜션 덴마크 제공)
토르벤 페데르센(Torben Möger Pedersen) 펜션 덴마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친환경 전환 부문에 1260억 크로네(22조2403억 원)을 투자했으며, 360억 크로네(6조3544억 원)를 투자할 계획도 이미 확정했다고 <DR>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펜션 덴마크는 73만8천 명 회원이 투자한 자금 2570억 크로네(45조3965억 원)를 관리하는 연금 펀드 운용사다. 펜션 덴마크가 기후 변화 대응 산업군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3500억 크로네는 덴마크 전체 연금 자산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DR>에 따르면 펜션 덴마크는 이미 상당한 자금을 친환경 산업군에 투자해 왔다. 326억 크로네(5조7600억 원)를 베스타스(Vestas)나 외르스테드(Ørsted) 같은 친환경 에너지 기업에 투자했다. 65억 크로네(1조1485억 원)는 네덜란드 AAA 등급 친환경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539억 크로네(9조5236억 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해양 풍력 발전단지 건설 등 청정 에너지 기간시설을 짓는 사업에 투자했다. 25억 크로네(4417억 원)는 개발도상국에 청정 에너지 기간시설을 짓는데 투자했다. 264억 크로네(4조6646억 원)는 기후 변화 대응 자산에 투자했다. 41억 크로네(7244억 원)는 미국이나 호주, 남미 등지에 숲을 사들이는 등 다른 형식으로 투자했다.
덴마크 연금 운용사가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는 일이 놀라운 사건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덴마크 투자사는 친환경 산업 부문에 투자해 왔다. 지난 15년 간 꾸준히 수익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에는 늘 위험이 따른다.
카스페르 슈뢰데르(Casper Schrøder) <DR> 경제 전문기자는 연금 펀드가 친환경 산업군에 전격 투자하면 연금에 돈을 맡긴 덴마크인도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선 친환경 산업에 호경기가 계속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또 친환경 산업 투자는 대부분 전통 주식 시장 밖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크다. 투자로 확보한 풍력발전 단지 등 자산을 매각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투자금이 오랜 기간 묶인다는 점도 연금 운용에 걸림돌이다.
"자본력 활용해 기업 사업 모델 친환경으로 바꿀 것"
하지만 펜션 덴마크는 연금 운용사로서 영향력을 십분 발휘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펜션 덴마크는 독일, 캐나다,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등 2조4천억 달러(2879조 원)를 관리하는 연금 운용사와 손잡고 2050년까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0'으로 만들겠다며 '탄소 중립 자산 보유사 연합'(Net-Zero Asset Owner Alliance)을 꾸린다고 발표했다.
토르벤 페데르센 CEO는 "연합은 머리를 맞대고 오너십을 적극 행사해 기업이 사업 모델을 파리협약과 궤를 같이 하도록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