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의회가 코펜하겐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상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코펜하겐포스트>가 2월11일 보도한 소식이다.
덴마크 의회는 앞으로 비극적인 순간에 용감히 희생한 시민에게 의회 명예상(Folketing Honorary Award)을 주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크리스티안보르 궁전(Christiansborg)에서 코펜하겐 테러가 생긴 2월14일이나 상 받는 이의 기일에 연다. 덴마크 의회는 20만 크로네(3650만 원)를 희생자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해 희생자의 뜻을 기릴 계획이다. 또 희생자 가족에게 헌정사를 새긴 작은 조각상을 만들어 전하고, 덴마크 의회에 액자를 걸 예정이다.
덴마크 의회 건물(사진: 안상욱)
피로 물든 밸런타인데이
지난해 2월14일 오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코펜하겐 크퇸(Krudttønden) 극장에 총격을 가해 핀 뇌르가드(Finn Nørgaard)와 댄 우잔(Dan Uzan) 두 사람이 숨졌다.
당시 크퇸 극장에서는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개로 표현한 풍자 시리즈를 발표한 스웨덴 만화가 라르스 빌크스(Lars Vilks)가 있었다. 그는 2007년 풍자만화를 발표한 뒤 이슬람권에서 위협받아 왔다. 몇 차례 그를 죽이려는 시도도 벌어졌다. 그는 일상적으로 경찰에 경호를 받으며 산다.
사건 당시 라르스 빌크스는 ‘예술, 신성모독 그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하려고 코펜하겐을 찾았다. 프랑수아 짐머레이 주덴마크 프랑스 대사도 자리했다. 테러범은 라르스 빌크스를 공격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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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은 총알 30여 발을 쏟아부은 뒤 준비해 둔 차를 타고 도망쳤다. 이 과정에서 행사 보안요원으로 봉사활동 중이던 댄 우잔과 토론회 참석자인 다큐멘터리 제작자 핀 뇌르가드가 숨졌다. 경찰관 5명도 다쳤다.
주범 오마르 엘 후세인은 도주한 뒤 검거에 나선 경찰과 대치하다 사살됐다. 공범들도 잇따라 검거됐다.
미흡한 극단주의 대응책
덴마크 의회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희생당한 시민을 기리는데 뜻을 모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덴마크 국영라디오 방송국인 P4는 코펜하겐 테러 1주기를 기념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P4는 수도권 26개 지역 가운데 13곳이 극단주의에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덴마크 정부는 지방정부가 청소년이 극단주의에 빠져드는 일을 예방하는 일에 960만 크로네(17억5000만 원)에 달하는 예산을 할당했다. 코펜하겐 테러 주범인 오마르 엘-후세인은 22세로, 감옥에서 극단주의에 빠졌다고 덴마크 경찰은 분석했다. 그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자마자 총격 사건을 벌였다.
생존한 테러 용의자는 오는 3월10일 코펜하겐 법정에 선다. 덴마크 법무부는 용의자 4명에게 댄 우잔 살해 및 경찰관 살해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