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폴케호이스콜레 '자유학교' 문 연다

한국에도 덴마크처럼 행복한 인생을 도모하는 학교가 열린다. 덴마크에서 19세기 문 연 세계 최초 성인 대안학교인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를 모델로 삼은 ‘자유학교’다.  

폴케호이스콜레

폴케호이스콜레는 덴마크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우뚝 세운 비결로 꼽힌다. 덴마크의 근현대사는 상실의 역사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에서 나폴레옹 진영에 합류해 참패한 덴마크는 국토 3분의2를 빼앗겼다. 곡창지대였던 함부르크 인근은 독일에, 노르웨이는 스웨덴에 넘겨줬다. 왕실과 귀족 등 사회 지도층의 무능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당시 위기를 극복한 계기가 그룬트비와 달가스라는 두 인물로 상징되는 사회재건운동이다.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며 사회 밑바닥으로 취급 받던 농민을 계몽하고, 이들을 덴마크 사회 주역으로 끌어올리자는 재건운동은 큰 성공을 거뒀다. 재건운동의 핵심은 시민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일깨우는 교육이었다. 목사이자 사회운동가, 작곡가, 시인, 정치인이었던 니콜라이 그룬트비는 사회구성원을 재생산하는 정부 주도 정규교육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에 기록된 언어는 '죽은 언어’라며 사회구성원끼리 대화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살아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호이스콜레인 뢰딩호이스콜레 (뢰딩호이스콜레 제공) 그룬트비 철학을 뼈대 삼아 농민 자치 교육기관으로 1844년 처음 문 연 곳이 폴케호이스콜레다. 폴케호이스콜레는 덴마크 농민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해 세계 최초 협동조합인 낙농업 협동조합이 덴마크에서 태어날 계기도 제공했다. 사회재건운동은 비옥한 농지를 잃은 뒤 낙담한 농민이 팔을 걷어붙이고 덴마크 전역에 황무지를 농토로 일구는 황무지 개간운동으로 이어졌다. 황무지 개간운동은 훗날 한국 새마을운동에 본보기가 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cSQep-HJCU8 폴케호이스콜레는 지금 덴마크 68곳, 스웨덴 120여 곳을 비롯해 북유럽 전역에 퍼졌다. 또 폴케호이스콜레가 효과를 입증한 주체적인 시민 양성이라는 철학을 미성년자에게도 제공하는 에프터스콜레(Efterskole∙Afterschool)는 덴마크에서 더 보편적인 교육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폴케호이스콜레는 성인을 교육 대상으로 삼지만 직업 교육을 일절 안 한다. 평가도 시험도 없으니 경쟁할 일도 없다. 학생은 교사와 학교에서 4주에서 1년까지 함께 생활하며 서로 배운다. 생활 규칙도 학생이 직접 만든다. 생활에 녹아든 비형식적인 교육 과정 속에 학생 개개인이 삶의 방향을 깨우치고, 인생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어가는 것이 폴케호이스콜레 교육의 목적이다. 이 때문에 폴케호이스콜레는 인생학교라고도 불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KJAj3pYUhgM  

자유학교

자유학교는 행복한 인생을 찾아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에 직접 다녀온 이들이 손잡고 한국에서 새로 꾸리는 한국형 폴케호이스콜레다. 전직 공립학교 교사, 대안교육가, 스타트업 기획자, 심리상담사, 교육사업가, 진로교육 전문가 등 6명이 폴케호이스콜레에서 얻은 경험을 나누고자 모였다. 인생의 방향을 잃은 한국인이 멀리 덴마크까지 가지 않고도 잠시 생활에 쉼표를 찍으며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깨달을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자유학교의 설립 목표다.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16년간 일하다 덴마크로 떠나 IPC에서 두 학기 동안 생활하고 돌아와 자유학교 설립에 참여한 이해견 씨는 “쉼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깨닫고 자신과 삶을 깊게 통찰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한국형 덴마크 인생학교 자유학교 운영진과 설명회 참석자 (사진: 강나영) 자유학교 첫 학기는 올 연말 11박12일 일정으로 간소하게 시작한다. 참가자 30명은 12월26일(화)부터 1월6일(토)까지 11박12일 동안 인천시 강화군 꿈틀리인생학교에서 운영진과 함께 기숙 생활한다. 일정 동안 매일 아침 조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공통수업 시간에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가 존재하는 사회적 맥락을 짚어본다. 심리상담사 김지연 씨는 자유학교가 “개개인이 이미 지닌 답을 들여다보고 거듭 이야기하며 선명도를 높이는 경험을 통해 자기감각을 되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수업 시간에는 운영진과 참가자가 개설하는 다양한 수업 가운데 듣고 싶은 프로그램을 골라 참가한다. 2회 외부 강사 초청 강연과 주말 여행도 진행한다. 자세한 시간표는 자유학교 프로그램을 참고하자. 한국형 폴케호이스콜레 '자유학교' 시간표 (자유학교 제공) 12월15일(금) 오후 7시까지 입학지원서를 작성한 뒤 참가비를 납부하면 선착순 30명으로 입학 신청을 마감한다. 서울 집결지부터 학교까지 왕복교통비와 일정 전체 숙식, 프로그램 참가비 등 일체 비용을 포함한 참가비는 88만 원이다.  

한국형 폴케호이스콜레 자유학교 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