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외국인 노동자 20만명, 15년 새 2배 많아지고 소득은 12% 낮아

덴마크에서 전일제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20만 명을 넘었다. 덴마크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한 비율은 8.4%다. 외국인 고용 비율은 산업군에 따라 달랐다. 농축수산업이 34%로 가장 많고, 공공 부분이 제일 낮다. 외국인 노동자는 덴마크인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 덴마크 통계청(Danmarks Statistik)이 10월31일 발표한 분석 결과다.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5년 간 덴마크 내 18~64세 임금노동자는 7.7% 증가했다. 더 많은 덴마크인이 일터로 나서기도 했지만, 그보다 외국인 노동자가 노동 시장으로 유입된 영향이 더 컸다. 이민 정책이 노동 정책과 분리될 수 없는 이유다.

같은 기간 덴마크에서 전일제로 일하는 외국인 임금노동자는 2배 넘게 증가해 2023년에는 20만 명을 돌파했다. 덴마크에 영주권을 받지 않고 10년 이내로 거주한 외국인 노동자만 집계한 이 통계에서 덴마크로 이민 간 외국인은 어떻게 사는지 보편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덴마크 직장에 다니는 외국인 노동자 추이. 왼쪽은 노동 인구 중 외국인 비율. 오른쪽은 전일제 노동자 수 (덴마크 통계청 Danmarks Statistik 제공)

15년 새 외국인 노동자 비율 2배 증가

덴마크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4.1%에서 2023년 8.4%로 2배 이상 커졌다. 대다수는 유럽경제지역(EEA) 출신이었다. 동유럽 출신이 특히 많았다.

가장 덴마크 진출에 적극적인 이는 폴란드 출신이다. 국적별 비율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폴란드 14%, 루마니아 10%, 스웨덴 7%, 우크라이나 6% 등으로 나타났다. 난민으로서 유입된 우크라이나와 시리나 출신을 빼면 4%를 차지한 인도가 비유럽권 국가 중 가장 많은 노동자를 덴마크에 보냈다. 한국은 0.4% 미만으로 이번 통계 분석에서 기타 국가로 합산됐다.

외국인 노동자 출신 국가별 비율. 왼쪽은 EEA 소속 국가. 오른쪽은 기타 국가 (덴마크 통계청 Danmarks Statistik 제공)

외국인 노동자 1/3 농축수산업 종사

덴마크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3분의2는 농축수산업이나 관광업계에 종사했다. 외국인 노동자 중 농축수산업에 종사하는 비율은 34%였다. 그 뒤를 호텔∙요식업 25%, 청소∙여행사 및 단순 서비스업 19%가 순서대로 이었다.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가장 낮은 업종은 공공 부문이다. 공공 행정 서비스 업종을 통틀어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3%로 민간 부문 평균 11%에 훨씬 못 미쳤다. 공공행정, 국방 및 경찰 업계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1%에 그쳤다. 보건 및 사회복지는 3%, 수자원 및 위생은 4%에 불과했다.

폴란드인 시설 관리, 이탈리아인 요식업, 인도인 IT컨설턴트

국적 별로 나눠 보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이 크게 달랐다. 유럽권에서 덴마크로 일하러 오는 경우는 보통 비숙련 서비스업에 종사했다.

예를 들어 폴란드인이 기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은 인력파견업, 조경업, 건축시공업 등이다. 이탈리아인은 요식업계 종사자 비율이 가장 많았고, 고등교육기관, 호텔, 시설관리 청소 및 조경업 순서로 일했다.

반면 인도인은 IT컨설팅, 고등교육기관, 해운업, 제약산업 등에 종사했다. 미국인 역시 고등교육기관, IT컨설팅, 제약산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덴마크인-외국인 소득 격차 12%, 업종 따라 천차만별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과 비교해 중위소득이 12% 낮았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과 덴마크인 노동자의 중위소득도 크게 달랐다. 예를 들어 산업계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중위소득 기준으로 4.5% 낮은 연봉을 받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보건 사회 복지 부분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14.7%, 건설시공업계 외국인 노동자는 13.5% 낮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외국인 연봉이 더 높은 업계도 있다. 지식서비스 3.2%부터 금융보험업계 14.6%까지 중위소득 연봉을 더 받았다. 고용 규모가 크지 않지만 광물추출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무려 30.2% 더 높은 연봉을 받았다.

업종별 외국인-덴마크인 소득 격차는 종사자 수가 적은 산업에서 특정인이 과대 대표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한다. 특히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상위 10%가 중위소득을 끌어올렸다.

동일 업종 내 덴마크인과 외국인 노동자 소득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전문성 때문이다.

덴마크 통계청(DST) 분석관 아스케 안데르센(Aske Skov Andersen)과 토마스 토르센(Thomas Thorsen)은 유관 교육과 숙련 수준이 다르고, 임금 수준이 다른 업무에 배정되기 때문에 두 집단 사이에 입금 격차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청소∙여행사 및 단순 서비스 업계에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중위 소득은 덴마크인보다 12.6% 낮았다. 덴마크인은 관리직이나 전문직을 수행하는 반면, 외국인 노동자는 단순반복 수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 격차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이 일하는 지역은 독일 접경인 유틀란트 남부와 수도권이다. 농축수산업 종사자를 제외하면 지역 격차는 더 또렷하게 나타난다.

덴마크 내 외국인 노동자 중 16%가 코펜하겐 공항 인근 토른뷔(Tårnby) 소재 직장에 다녔다. 유럽 최고 공대인 덴마크공과대학교(DTU)가 소재한 륑뷔-토르베크(Lyngby-Taarbæk) 지역이 15%, 수도 코펜하겐이 13%로 뒤를 이었다.

덴마크를 넘어 글로벌 기업인 레고(Lego) 본사가 위치한 빌룬(Billund)도 12%로 외국인 노동자가 많았다. 레고와 마찬가지로 국제적으로 구성원을 고용하는 기업 본사가 소재한 롤란(Lolland), 랑엘란(Langeland) 등 지역은 특히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덴마크 기업에 고용된 전일제 외국인 노동자 중 4만 명은 덴마크에 거주하지 않았다. 독일이나 스웨덴 근처 직장에 다니며 국경 넘어 출퇴근했기 때문이다. 롤란에서 일하지만 덴마크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은 11%에 달했다. 코펜하겐은 비율로는 2%에 불과하지만 인구가 많아 무려 8천 명이 스웨덴에서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