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최대 맥주 제조회사 칼스버그(Carlsberg Group)가 친환경 종이 맥주병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칼스버그는 지난주 코펜하겐에서 열린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C40 World Mayors Summit)에 즈음한 10월11일 친환경 섬유질 병(Green Fibre Bottle)을 개발하는 중이라며 두 가지 시제품을 공개했다.
일명 '종이 병'(paper bottle)이라고 이름 붙인 친환경 용기는 마치 종이처럼 전적으로 나무 섬유질에서 얻은 재료로 만들어 전부 생분해되며 재활용할 수 있는 맥주 용기를 만들겠다는 칼스버그의 목표를 중간 점검하는 시제품이다. 병 안에는 얆은 재활용 PET 중합제 필름이나 바이오 PEF 중합체 필름을 발라 맥주를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칼스버그는 궁극적으로 중합체 없이 100% 생물 재료만으로 맥주병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칼스버그가 10월11일 개발 중이라고 발표한 친환경 섬유질 병(Green Fibre Bottle) 시제품 (칼스버그 제공)
미리암 싱글레톤(Myriam Shingleton) 칼스버그 그룹 개발부문 부사장은 “칼스버그는 포장 방식 전반을 계속 혁신해 왔으며, 친환경 섬유질 병을 만드는데 지금껏 노력한 결과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칼스버그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물 낭비 일거한다' 선언
칼스버그는 1847년 창업해 1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덴마크를 대표하는 기업이자 세계 5대 맥주 제조회사로 성장했다. 맥주 제조회사로서 예술 후원과 더불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CSR)을 벌인다. 기후변화 문제가 대두될 즈음부터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다양한 노력을 벌였다.
2017년 칼스버그는 '함께 제로를 향해’(Together Towards Zero)라는 지속가능성 사업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기업활동 전반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겠다는 담대한 목표다.
칼스버그 그룹 웹사이트 갈무리
지속가능성 사업에는 다양한 계획이 포함된다. 2022년까지 양조장에 쓰는 전기를 모두 재생가능한 전력원으로 공급하고, 2030년까지는 양조장에서 탄소배출량을 일소해 탄소발자국을 완전히 없앨 계획이다. 주조 과정에 식수 소모량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여 수자원 낭비도 없앤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칼스버그는 2018년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 없이 맥주 6캔을 묶는 포장 기술 스냅팩(Snap Pack)을 발표했다. 종이 맥주병 개발 역시 이런 노력과 궤를 같이 하는 활동이다.
칼스버그 스냅팩 포장을 뜯어내는 모습(칼스버그 제공)
친환경 맥주 용기 개발에 손 모아
칼스버그는 지난 2015년부터 나무 섬유질에서 추출한 재료로 친환경 섬유질 맥주병(Green Fibre Bottle)을 만드는 연구에 착수했다. 친환경 용기 제조사 에코엑스팩(EcoXpac)과 스웨덴 제지업체 빌레루코르스나스(BillerudKorsnäs)가 덴마크공과대학(DTU) 박사 후 연구진과 힘을 모았다. 비용은 덴마크 혁신펀드(Innovation Fund Denmark)가 댔다. 연구는 종이 병 연구개발 조인트 벤처 파보코(Paboco) 설립으로 이어졌다. 파보코란 이름은 '종이 병 회사’(PAper BOttle COmpany)의 첫 머리를 땄다.
칼스버그는 세계 주요 음료 제조회사와 손잡고 지속가능한 용기를 개발하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코카콜라(Coca-Cola Company)와 앱솔루트(Absolut Company), 로레알(L’Oréal)이 파보코에 투자금을 출자하며 친환경 종이 용기 개발에 합류했다.
미리암 싱글레톤 부사장은 방향성이 일치하는 파트너와 협업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2015년부터 협업사와 친환경 섬유질 병을 개발하는 일은 협업으로만 실현할 수 있는 혁신이 무엇인지 보여줬습니다. 뜻 맞는 다른 기업이 지금 파보코의 종이 병 커뮤니티에 합류해 기쁩니다. 지속가능한 혁신을 만들어내겠다는 일념으로 뭉친 이런 파트너십이야말로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최선의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