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대마초 거리 '푸셔 스트리트' 사라진다

코펜하겐에서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크리스티아니아, 거기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마초 거리 푸셔 스트리트(Pusher Street)가 곧 사라진다. 덴마크 법무부 장관과 코펜하겐 시장, 크리스티아니아 주민이 6월26일 역사적 합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무정부주의 자치마을 크리스티아니아와 대마초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는 유럽을 뒤흔든 68혁명의 여파로 탄생한 '자유주의 마을'(freetown)이자,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히피 운동의 현장이다. 자유주의자와 히피, 노숙자 등이 군부대가 철수한 부지를 점거하고 무정부주의 자치마을을 선언하며 1971년 태어났다. 덴마크 정부는 크리스티아니아를 ‘사회적 실험’이라 부르며 스스로 붕괴할 때까지 존속하도록 허용했고, 국방부가 전기와 수도 공급을 재개하며 삶의 터전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됐다.

곧 망하리라는 정부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크리스티아니아는 5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건재할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드문 히피 운동의 성공 사례로 거듭났다. 덕분에 덴마크 3대 관광지로 손꼽힌다.

무정부주의 자치마을 크리스티아니아 입구 (Christiania 제공)

자유주의 정신에서 탄생한 공동체 마을이기 때문에 마을 주민이 만든 자치법에 따라 덴마크에서는 불법인 대마초도 ‘약한 마약'(soft drug)이라고 부르며 공공연히 허용한다. 이런 문화 덕분에 크리스티아니아 중심부에는 대마초를 거래하는 푸셔 거리(pusher street)가 생겨났다.

덴마크 경찰이 추산한 크리스티아니아 내 대마초 거래액은 10억 크로네(1952억 원, 2016년 기준)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대마 시장이 코펜하겐 심장부에 있는 셈이다.

대마초 거래량이 늘어 상권이 생기자 덴마크 내 범죄집단(조폭)이 크리스티아니아에 진출해 대마초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무정부주의 자치마을 마을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2016년 8월30일 밤 마약상이 단속에 나선 경찰한테 도망치며 총을 쏴 경관 2명과 민간인 1명이 총에 맞는 사건이 벌어졌다. 크리스티아니아 주민자치회는 대마 시장에 마수를 뻗은 범죄집단을 성토하고 9월2일 대마초 매대를 철거했다. 수십 년 간 마약 문제를 용인하던 덴마크 정부도 태도를 바꿨다. 자유당(Venstre) 정치인은 푸셔 스트리트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대마상을 완전히 내쫓지는 못했다. 대마 거래량이 4분의1로 줄었을 뿐이다. 푸셔 스트리트 중앙부에서 대마초 매대는 철거하고 옷과 잡화를 파는 매대를 세웠지만, 바로 옆에 거리에서 대마를 거래하는 마약상은 2023년 지금도 건재하다.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크리스티아니아 내 푸셔 스트리트 (Christiania 제공)

50년 자치마을의 지원 요청

마약 거래에 맛들인 폭력조직을 자력으로 쫓아내는데 실패한 크리스티아니아 주민자치회는 결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2023년 6월26일 페테르 후멜고르(Peter Hummelgaard) 덴마크 법무부 장관과 소피에 안데르센(Sophie Hæstop Andersen) 코펜하겐 시장, 코펜하겐지방경찰청(Københavns Politi)은 크누 폴샤크(Knud Foldschack) 변호사를 대표 삼은 크리스티아니아 주민자치회와 만나 크리스티아니아에서 푸셔 스트리트를 완전히 몰아내자고 뜻을 모았다. <폴리티켄이 > 보도한 소식이다.

페테르 후멜고르 장관은 여러 폭력조직이 뒤섞인 일촉즉발의 거리를 경찰의 도움 없이 크리스티아니아 주민의 힘만으로 청소해 내기란 역부족이라며 마침내 행동할 시간이 도래했다고 <폴리티켄>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상황이 도를 한참 지나쳤습니다. 불행하게도 폭력적인 상황이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수 차례 반복돼 왔죠. 코펜하겐 시장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요청했을 때, 이를 지원하는 것이 저 그리고 정부의 입장입니다."

소피에 안데르센 시장 역시 크리스티아니아 주민이 홀로 맞서 싸우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크리스티아니아 주민은 상황을 타개할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펜하겐시는 크리스티아니아 주민이 해법을 논의할 준비가 됐음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그렇기 때문에 푸셔 스트리트를 장기적으로 폐쇄할 종합 계획을 어떻게 만들지 논의하자고 제가 월요일 아침 미팅을 요청한 겁니다."

소피에 안데르센 시장은 푸셔 스트리트를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데 모두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니아 주민자치회는 푸셔 스트리트를 극장과 거리 예술을 주제로 삼은 문화 지역으로 만들자는 3개년 계획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어린이 놀이터 5개소를 신축하는 것도 포함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