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시, 전동 킥보드 노상주차 금지
코펜하겐시가 도심에 전동 킥보드(electric scooter) 주차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TV2 Lorry>가 10월8일 보도한 소식이다.
덴마크 정부가 2019년 전동 킥보드 운행을 공식 허용한 뒤로 코펜하겐을 비롯한 덴마크 대도시는 전동 킥보드로 골머리를 앓았다. 도로에 마구잡이로 방치된 전동 킥보드 때문에 불편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의 민원이 잇따랐다. 크고 작은 사고도 일어났다. 덴마크 기술 매체 <인게니외렌>(Ingeniøren)은 2019년 한 해에만 전동 킥보드 사고로 다친 사람이 300명에 달한다고 지난 1월 보도했다. 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로 각광 받는 전동 킥보드를 간단히 도로에서 몰아낼 수는 없었다.
코펜하겐시 기술환경위원회는 전동 킥보드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해관계자와 논의를 벌여왔다. 전동 킥보드 임대업체는 친환경 공유 모빌리티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크고 작은 개선안을 내놓았으나, 코펜하겐 시민의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마침내 10월8일 위원회는 코펜하겐 도심과 내항 지역에 전동 킥보드 주차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 소속 루네 뒤바드(Rune Dybvad) 시의원(사회민주당)이 <TV2 Lorry>에 말했다.
“불행히도 우리는 코펜하겐, 특히 도심에 방치된 전동 킥보드 때문에 심각한 문제에 시달려 왔습니다. 특히 노인층은 도로에 내동댕이쳐진 전동 킥보드를 피해 움직이기 어렵죠. 게다가 시민은 도심 공간에서 다른 가치를 더 원합니다. 야외에 앉아 쉴 만한 곳이 있길 바라고, 녹지도 원하죠."
전동 킥보드 주차를 금지하는 지역은 아래 지도와 같다.
전동 킥보드 이용은 가능, 주차와 임대는 지정 구역에만
물론 코펜하겐에서 전동 킥보드 운행이 전면 금지당하는 것은 아니다. 매장에서 임대하거나 반납하는 식으로 여전히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다. 다만 아무 거리에나 세워두고 반납하거나 빌려 탈 수 없게 되는 것뿐이라고 니나 올센(Ninna Hedeager Olsen) 코펜하겐시 기술환경 담당 시장(적녹연맹당)은 통신사 <리차우>(Ritzau)에 설명했다.
코펜하겐 도심 주차 금지 조치는 이미 10월2일부터 적용됐다. 라임(Lime), 티어(Tier), 보이(Voi) 등 주요 전동 킥보드 임대업체는 코펜하겐 구시가지에 자사 전동 킥보드를 주차하지 못하게 막았다. 코펜하겐 베스테르브로(Vesterbro), 뇌레브로(Nørrebro), 외스테르브로(Østerbro), 크리스티안스하운(Christianshavn), 아마게르(Amager) 등 지역에는 가상 주차 지역을 설정해 이곳에만 주차하도록 강제했다. 만일 사용자가 전동 킥보드를 도심에 방치한다면, 계속 운행한 것으로 쳐 이용료를 부과한다.
이들 업체는 자체적으로 코펜하겐에 주차 순찰요원(parking patrol)을 두고 넘어진 전동 킥보드를 가지런히 정돈하고, 길을 가로막은 전동 킥보드는 옮기는 등 자정 활동을 벌이겠다고 제안했다. 크리스티안 아게르보(Kristian Agerbo) 보이 사업개발이사는 “우리가 코펜하겐에서 일을 충분히 잘 해내지 못하고, 큰 실수를 해왔다”라며 자정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루네 뒤바드 의원은 너무 늦었다고 평했다.
“임대업체는 전 세계에 모든 시간을 누렸습니다. 불행히도 코펜하겐에서는 자정이 되기 5분 전에야 부랴부랴 자정안을 들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