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장난감 제조회사 레고(Lego)가 석유화학 물질로 만든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원료 개발을 중단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9월25일 보도한 소식이다.
레고는 2020년 석유 기반 플라스틱 제품을 2030년까지 모두 친환경 원자재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료는 바꾸지만 색상과 촉감, 소리는 기존 제품과 동일하게 유지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2021년 6월23일에는 첫 시제품을 공개했다.
레고는 기존 제품 80%에 원료로 쓰는 ABS 플라스틱을 대체할 물질로 재활용 폴리에틸렌 테레프타레이트(rPET)를 실험해 왔다. ABS 플라스틱 1킬로그램(kg)을 만드는데 석유가 약 2kg 든다.
팀 브룩스(Tim Brooks) 레고 지속가능성 팀장은 비석유 원료를 찾는 작업이 "쇠 대신 나무로 자전거를 만들려 드는 것 같았다"라고 비유했다.
레고는 석유가 아닌 원료로 블록을 만들 수 있는 원료를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재활용 원료는 경도가 떨어졌다. 블록을 만들 만큼 단단하게 하려면 첨가물을 넣어야했다. 블록을 염색하는데도 더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석유 기반 ABS 플라스틱을 rPET로 대체할 경우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정도 수준으로 제조 환경을 뒤집어 엎으려면 우리 공장에서 모든 것을 다 바꿔야만 했습니다. 결국 탄소발자국이 더 길어졌죠. 실망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기존에 쓰던 석유 기반 원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재활용 원료는 끝내 찾을 수 없었다고 닐스 크리스티안센(Niels B Christiansen) 레고그룹 대표(CEO)는 대체 원료 개발을 중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는 원료 수백 종을 실험해 왔습니다. 그런 마법의 원료를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레고는 재생PET 대신 식물 기반 원료로 ABS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방안을 연구하는데 힘을 쏟기로 결정했다. 닐스 크리스티안센 대표는 레고그룹이 2025년까지 친환경 제품 연구개발 예산을 30억 달러(4조 원)로 3배로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Lego ditches oil-free brick in sustainability setback, <Financial Times>, 2023년 9월25일
- Lego abandons effort to make bricks from recycled plastic bottles, <The Guardian>, 2023년 9월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