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베스테르브로대로 공원으로 만들자" 제안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놀이공원이자 덴마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티볼리 공원(Tivoli Gardens)이 정문 앞 베스테르브로대로(Vesterbrogade)를 공원으로 만드는 계획을 6월17일 발표했다.
베스테르브로대로는 코펜하겐의 세종대로 격인 도로다. 코펜하겐 시청 광장(Rådhuspladsen)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코펜하겐 중앙역(Københavns Hovedbanegård)을 지나 코펜하겐 동물원(København Zoo)을 품은 프레데릭스베르 궁(Frederiksberg)까지 뻗었다.
시청 광장부터 중앙역까지 직선으로 잇는 입지 덕분에 베스테르브로대로 주변에는 역사적인 건축물이 즐비하다. 시청 맞은편 덴마크 경영인연합회(Dansk Industri・DI) 건물부터 악셀 타워(Axel Towers),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이 설계하고 맞춤 가구까지 고안한 5성급 호텔 라디손 콜렉션 로얄 호텔(Radisson Collection Royal Hotel)도 베스테르브로대로 양 옆에 서 있다.
베스테르브로대로 공원화 사업 제안 구간
티볼리는 6월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베스테르브로대로 중 시청 광장부터 출발해 악셀보르(Axelborg)를 지나 베른스토르프스대로(Bernstorffsgade)와 만나는 1만400평방미터(㎡) 규모 도로를 보행자와 자전거만 오가는 도심 공원으로 탈바꿈하자고 제안했다. 이 구간은 코펜하겐 기준으로는 이미 꽤 붐비는 곳이다. 중앙역에서 시청 광장을 지나 덴마크 최대 번화가 스트뢰게트(Strøget)로 향하는 인파와 티볼리 정문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까지 모두 이 길을 오가기 때문이다. 티볼리 공원에서 콘서트를 여는 여름철 금요일 밤에는 인파가 크게 늘어 자전거가 달리기 힘들 정도다. 올 가을 코펜하겐 지하철 순환선 3호선(Cityringen)이 운행을 시작하면서 시청 광장역이 개통되면 더 많은 사람이 베스테르브로대로를 오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티볼리는 “사람 중심 시각으로 해당 지역을 재검토해 달라”라며 ‘사람을 위한 도시’로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도시계획 컨설팅 업체 겔(Gehl)에 베스테르브로대로 공원화 사업의 초기 타당성 검토를 맡겼다. 겔은 행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베스테르브로대로에 차량보다 보행자가 더 많이 다니는 데도 보행자에게 할당된 공간은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티볼리의 공원 조성 계획을 뒷받침했다. 비르기테 스바레(Birgitte Svarre) 겔 코펜하겐 공동지사장겸 디렉터는 “행태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주중 낮에도 베스테르브로대로에 보행자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차량 통행량이 얼마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하니 베스테르브로대로를 완전히 새롭고 살아 숨쉬는 여유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계획이 무척 타당해 보였습니다. 산책하기에도 좋고 시간을 보내기에도 훌륭한 공간으로 만드는 거죠.”
베스테르브로대로가 언제 공원으로 거듭날 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티볼리는 겔과 사업 예산 확보 계획을 포함한 최종 사업제안서를 만들어 코펜하겐시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발 착수 전 코펜하겐 시민의 의견을 취합하는 공청회 기간도 거쳐야 한다. 라르스 리엡스트(Lars Liebst) 티볼리 디렉터는 “도심 공원 사업은 시내에 더 많은 녹지를 조성하겠다는 코펜하겐시의 이상에도 맞아 떨어진다”라며 성공을 자신했다.
일단 코펜하겐 시정부의 허가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2017년 지방선거에서 선전하며 재선에 성공한 프랭크 옌센(Frank Jensen) 코펜하겐 시장이 공원화 계획에 찬성하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프랭크 옌센 시장은 "나는 코펜하겐에 더 많은 나무를 심는 일에 반대한 적이 없다”라며 “이 건을 기술환경위원회와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싶다"라고 <리쳐>와 인터뷰에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