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국계 덴마크 입양인 한국어 교실 첫 수업
4월12일 오후 5시, 아직 쌀쌀한 이른 봄 저녁 세계문화센터(VerdensKulturCentret)를 찾았습니다. 네이키드덴마크(Naked Denmark)가 처음 한국어 교실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교실은 네이키드덴마크 김희욱 대표가 내놓은 아이디어입니다. 김희욱 대표는 통역 아르바이트에 나섰다가 한국계 덴마크 입양인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부계 사회에서 여자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또는 먹고 살기 힘든 형편에 입 하나 덜어내야 한다는 까닭에 살붙이를 떼놓아야 했다는 얘기가 김희욱 대표를 흔들었습니다.
건너건너 한국계 덴마크 입양인이 한국 가족을 만날 때 통역을 도울 일이 늘었습니다. 더 많은 가족을 돕다 보니 문제점이 보였습니다. 오랜 세월 남으로 살아온 탓에 언어도 문화도 너무나 달라 입양인과 한국 가족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죠. 허물어야 할 벽이 너무 높아 의사소통을 이어가기 힘겨웠습니다.
김희욱 대표는 한국계 덴마크 입양인이 다시 만난 한국 가족과 계속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김 대표의 뜻은 네이키드덴마크의 첫 번째 분과 사업인 한국어 교실(Korean Class)로 구체화됐습니다. 한국인 선생님을 모셔와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문화도 알려줘 한국 가족을 이해하고 이들과 나눌 이야깃거리를 주자는 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한국어 교실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 날 김희욱 대표의 뜻이 첫 수업으로 실현됐습니다.
김수미 선생님과 한국어 교실 학생의 첫 만남 (사진: 안상욱)
김수미 선생님이 자기소개로 한국어 교실 문을 열었습니다. 김수미 선생님은 한국에서 10여년 동안 영어 교사로 일하다 덴마크인 남편을 만나 덴마크로 이주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적도 있다고 하시더군요. 어쩐지 완급을 조절하면서도 전문 지식을 꼼꼼히 챙기는데서 프로다운 면모가 느껴졌습니다. 김수미 선생님은 앞으로 10주 동안 한국계 덴마크 입양인 한국어 교실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주십니다.
"돌아가며 자기소개~"도 이리 재미지게 (사진: 안상욱)
첫 수업이라 할 일이 많아서일까요. 예정된 45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5분 동안 숨 돌리고 이수민 선생님이 바통을 이어 받습니다.
이수민 선생님이 한국계 덴마크 입양인 대상 한국어 교실에서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모습 (사진: 안상욱)
이수민 선생님은 덴마크인 연인을 사귀다 그가 사는 나라가 궁금해 덴마크에 왔습니다. 한국어 교실에 합류하기 전부터 이미 주변 덴마크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만큼 적극적인 분입니다. 네이키드덴마크 한국어 교실에서는 학생에게 한국 문화를 공유해 한국 가족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한국 처음 갔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뭔가요?" "서울 지하철은 충격적이었어요. 서울 사람은 그걸 어떻게 만날 타죠?" (사진: 안상욱)
첫 수업을 참관한 김희욱 대표는 “수업에 참가한 입양인 학생들 표정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수업을 듣는 동안 한글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죠. 앞으로 수업을 알차게 만들고 학생분들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어 교실, 일반 덴마크인에게 확대 예정
네이키드덴마크는 한국어 교실 문을 더 넓힐 계획입니다. 한국계 입양인뿐 아니라 일반 덴마크인에게도 한국인 선생님한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죠.
네이키드덴마크의 사명은 “한국과 덴마크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Building a bridge between Denmark and Korea)”입니다. 덴마크 사람과 한국 사람을 잇는 일이야 말로 두 나라 사이에 가교를 놓는 가장 궁극적인 방법론일 겁니다.
훗날 두 나라가 서로 더 잘 이해하고, 서로 이해함으로써 두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네이키드덴마크는 이런 변화에 힘 보탤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