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영화 같은 일이 덴마크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국 이란의 독재 정권에 반대해 덴마크에 망명해 활동하던 반체제 단체가 2018년 9월 이란에서 테러를 벌여 7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에 보복하려 이란 정부는 덴마크에 정보기관 첩보원을 보내 이들을 암살하려 했다. 덴마크 정보기관은 이런 정황을 미리 파악해 양쪽을 모두 붙잡거나 기소했다. 덴마크 정보기관 PET(Politiets Efterretningstjeneste)가 2월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사건의 얼개다.

PET는 덴마크에서 불법으로 첩보 활동을 벌인 혐의(간첩)로 덴마크 거주 이란인 3명 등 4명을 기소했다고 2월3일 발표했다. PET는 테러를 주도한 이란 분리주의 단체 간부와 이들을 보복 살해하려 한 이란 정보기관 첩보원 양쪽을 기소했다.

이란 정보기관, 덴마크에서 반체제 인사 암살 작전 벌여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개시일을 기념해 2018년 9월22일 이란 아흐바즈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 도중 이란군으로 위장한 남성 4명이 총격 사건을 벌여 최소 25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 피해자 대다수는 민간인이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뒤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IS)가 공격의 배후라고 자처하고 나섰지만, 이란은 이 사건의 배후로 ASMLA을 지목했다. 이란은 ASMLA를 테러 단체라고 부른다.

덴마크 경찰과 PET는 9월28일 덴마크 수도권이 속한 셸란섬을 왕래하는 모든 교통편을 전면 통제하고 대규모 수색 작전을 벌였다. ASMLA 지도자를 암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PET는 2018년 초부터 ASMLA 지도자를 보호하던 차였다. “PET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이란에서 유래한 실재적 위협”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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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1일 이란 출신 노르웨이인 1명이 덴마크에서 암살 작전을 지원하고 이란 정보기관을 위해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노르웨이에서 체포됐다.

10월30일 덴마크 외무부는 이란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덴마크 영토에서 민간인을 암살하려고 시도했다고 이란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했다. 또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손잡고 암살 미수 사건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 정부는 덴마크가 제기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이란과 유럽의 관계가 개선되는 일에 훼방을 놓으려는 적국의 지속적인 방해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덴마크서 암살 모의한 이란 첩보원도 기소

PET는 1년 반에 걸친 수사 끝에 ASMLA 조직원 암살 사건 관계자를 정식으로 기소했다. 핀 안데르센(Finn Borch Andersen) PET 국장은 2020년 2월3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고 “1년 반 만에 두 번이나 다른 나라가 덴마크에서 싸우고 첩보 활동을 벌였다”라며 “이는 용인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PET는 이란 정보기관 첩보원 1명을 살인 교사와 간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는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이란 분리주의 단체 알아흐와즈 해방 아랍투쟁운동(ASMLA) 지도자를 암살하려다 2018년 10월 노르웨이에서 체포된 이란 출신 노르웨이인의 연락책이었다.

살해당할 뻔한 ASMLA 조직원 3명도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덴마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해 첩보 활동을 벌인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2018년 9월22일 이란 아흐바즈 군사 퍼레이드 테러 사건에 지원금을 보낸 혐의도 받았다.

같은날 네덜란드 정보기관도 ASMLA 조직원 암살 미수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 다수를 검거했다고 핀 안데르센 국장은 덧붙였다.

예페 코포(Jeppe Kofod) 외무부 장관은 간첩 사건의 심각한 성격을 논하기 위해 3일 오후 4시30분 국회에 외교 정책 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https://twitter.com/JeppeKofod/status/1224370779921534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