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중앙은행, 내년부터 돈 안 만든다
덴마크가 현금 없는 사회로 한층 다가갔다. 2017년부터 덴마크는 자국 화폐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덴마크 중앙은행인 국립은행 총재 휴고 프레이 옌슨(Hugo Frey Jensen)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이상 덴마크에서 지폐와 동전을 만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덴마크 국립은행은 1년 중 3개월 정도 화폐를 생산한다.덴마크는 이미 현금 없는 사회로 향하고 있는 터라 화폐 생산량은 이미 줄어들고 있다. 휴고 프레이 총재는 “화폐를 발행하는 업무는 국립은행의 DNA의 일부”라며 화폐 생산 중단이 “아주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폐 자체 발행 중단은 돌이킬 수 없는 일임을 강조했다.
“우리가 (화폐) 생산 능력 가운데 3분의1만 만든다는 사실을 변호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변명할 여지가 없죠."
당장 모든 현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덴마크인이 가장 자주 50크로네 지폐는 1년 정도 사용 가능하다. 1000크로네 지폐는 10년 넘게 쓰기도 한다. 휴고 프레이 총재는 앞으로 4~5년 동안 쓸만큼 화폐를 비축해 뒀다고 밝혔다.
화폐 주조도 당분간 계속한다. 덴마크 국립은행이 직접 만들지 않을 뿐이다. 덴마크 돈은 앞으로 외국에서 만들어 가져온다. 일단은 동전부터 시작한다. 5, 10, 20크로네 동전은 내년부터 핀란드에서 만든다. 핀란드에서 돈을 만들 경우 생산비는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다. 지폐 생산도 조만간 다른 나라에 맡길 예정이다. 어느 나라에 맡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덴마크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유로는 안 쓴다. 자국 화폐인 덴마크크로네(Danske Krone·DKK)을 쓴다. 덴마크크로네는 1875년 1월1일부터 덴마크와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페로 제도에서 쓰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유로존 가입을 원했으나, 2000년 국민투표에서 덴마크 국민 53.2%가 자국 화폐를 지키자는 뜻을 밝혀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유로화와 덴마크크로네 환율을 일정 비율(1DKK≈0.134EUR)로 유지하는 고정환율제도(페그제)를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