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정부 차원에서 미식 산업(gastronomy)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미식 강국’이라는 명성을 거름삼아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덴마크 환경식품부(Miljø- og Fødevareministeriet)는 2019년 정부 예산안에 미식 산업 진흥 예산을 포함할 예정이라고 8월26일
발표했다. 덴마크 정부는 미식 산업 진흥 정책을 실현하는데 앞으로 4년 간 매년 1000만 크로네(17억 3400만 원), 통틀어 4000만 크로네(69억3700만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덴마크는 북유럽에서 미슐랭 가이드(기드 미쉐린)에서 별을 받은 식당이 가장 많은 나라다. 전국에 미슐랭 식당이 26곳이 있다. 코펜하겐에 있는 덴마크 유일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게라니움(Geranium)은
2017년 세계 50대 레스토랑 순위 19위에 올랐다.
왼쪽부터 쇠런 네드(Søren-Ledet) 와인∙레스토랑 디렉터와 하스무스 코포(Rasmus Kofoed) 공동창업자겸 수석 주방장(사진: 게라니움 제공)
세계적 식당 육성해 농업·관광도 동반성장
일반 국민한테 걷은 세금으로 일반인은 접하기 힘든 최고급 식당을 지원하는 일이 타당하냐는 반론도 나올 법하다. 덴마크 정부가 미식 산업을 육성하려는 이유는 최고급 식당이 유관 산업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작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덴마크 정부는 2016년부터 미식 산업을 부흥하는데 관심을 보였다. 2017년과 2018년 예산에도 미식 산업 진흥 사업이 포함됐으나 요리 경진대회 같이 작은 수준에 그쳤다. 편성한 예산도 100만 크로네(1억7350만 원)에 못 미쳤다.
2018년 2월 덴마크 요식업과 식품 산업 전문가 19명이 모인 팀 가스트로(Team Gastro)는 정부에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식 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덴마크 정부는 이 의견을 받아들였다. 야콥 옌센(Jakob Ellemann-Jensen) 환경식품부 장관은 덴마크가 고급 식당 지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경제에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미식계 1부 리그에 드는 나라라는 정체성을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미식업계는 관광산업과 농업을 통해 덴마크에 일자리를 늘리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장은 모든 덴마크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죠."
라스무스 야를로우(Rasmus Jarlov) 산업부장관도 환경식품부 의견에 동의했다.
“덴마크 미식 산업에 힘을 실어주면 덴마크 여행산업에 힘을 싣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여행객 가운데 10%가 덴마크를 휴가 여행지로 택한 이유로 고급 식당을 꼽았거든요."
미식 산업 진흥 정책은 다양한 사업을 포괄한다. 전문 요리사를 훈련하고 요리법을 연구하는 교육기관 가스트로아카데미(Gastroakademi)를 세운다. 또 건강, 지속가능한 상품, 음식물 쓰레기 절감에도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