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덴마크 학교가 신학기를 시작한다. 지난 6월 총선에서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이 정권을 잡은 뒤로 교육 환경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인민당(Socialistisk Folkeparti)은 당장 이번 학기부터 초중등학교(folkeskolen)에서 전국학력고사를 없애자고 제안했다. <DR>이 11월8일 보도한
소식이다.
28세 사회인민당 원내대표
야콥 마르크(Jakob Rene Mark) 의원은 전국학력고사의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에 존치할 까닭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학력고사가 아이들을 압박하며 성과 중심 문화를 조장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니 이 시험을 초중등학교에서 없애야만 합니다."
야콥 마르크(Jakob Rene Mark) 사회인민당 원내대표 (덴마크 국회 제공, 촬영 Steen Brogaard)
학력고사 오류 드러나 신뢰성에 흠집
덴마크 전국학력고사(de nationale test)는 2010년 도입한 성취도 평가 시험이다. 전국 단위로 초중등 공립학교에서 의무 시행해, 학생의 전문성과 발달 과정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한다.
도입 이래로 전국학력고사는 수 차례 도마에 올랐다. 가장 최근 여름방학 전에는 전국학력고사가 성적을 완전히 잘못 매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비판받았다. 덴마크교육학연구소(Danmarks Institut for Pædagogik) 예페 분스고르(Jeppe Bundsgaard) 교수와 스벤 크레이네르(Svend Kreiner) 명예교수가 함께 진행한 이 연구는 8학년 전국학력고사 읽기 과목 시험이 학생의 읽기 능력을 전혀 평가하지 못하는 점을 드러냈다. 예페 분스고르 교수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전국학력고사가 존치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수십 만 아이들이 이 시험에 매진하는 사실을 우리가 몰랐을 리 없습니다. 이제는 이 시험의 일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요."
야콥 마르크 원내대표는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여름 방학은 끝났습니다. 뭔가 해야 할 때입니다. 2019~2020년을 덴마크 초중등학교에서 전국학력고사가 존재하는 마지막 해로 만듭시다."
사민당 정부 "서두를 일 아니야"
사민당은 6월 총선에서 승리한 뒤 사회민주당을 비롯해 급진자유당(Radikale Venstre), 적녹연맹당(Enhedslisten)과 손잡고 사민당 단독 소수 정부가 추진할 정책 초안을 만들었다. 여기서 덴마크 진보 정당은 저학년에서 전국학력고사를 없애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모든 초중등학교 학년에서 학력고사를 없애는 일은 조사를 통해 더 나은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보류했다.
더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사회인민당에 사민당 아동교육위원장 옌스 요엘(Jens Joel) 의원은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미 전국학력고사의 실효성에 관한 평가가 진행 중이며, 올해 말이면 평가 결과가 나온다고 그는 설명했다.
"고학년에서 전국학력고사를 없을 건지 단정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저학년에서는 없애고 싶지만요."
7개 지자체 전국학력고사 면제 사업 응모
덴마크 정부는 전국학력고사 폐지의 전초 단계로 시험을 면제 받을 지방자치단체를 모집했다. 초중등학교에서 전국학력고사 대신 지자체에 더 효율적인 평가 지표를 마련할 재량권을 주는 시범 사업이다.
모두 7개 지자체가 전국학력고사 면제 시범 사업에 응모했다. 수도 코펜하겐을 포함해 오르후스(Aarhus), 프레덴스보르(Fredensborg), 그립스코우 시(Gribskov), 쉬디우르스 시(Syddjurs), 링뷔 시(Lyngby), 홀베크 시(Holbæk)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