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정부가 이민 문턱을 한층 더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민통합부(Udlændinge- og Integrationsministeriet)는 덴마크 시민권(citizenship)을 취득하는 기준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5월16일
발표했다. 재정적∙법적 조건을 엄격히 만들어 덴마크 사회에 보탬이 될 만한 이민자만 골라 받겠다는 심산이다.
잉게르 스퇴베르(Inger Støjberg) 이민통합부 장관은 “덴마크 시민이 되는 일은 특별한 것”이라며 “덴마크 정부는 덴마크에 오래 머물며 덴마크 사회와 덴마크적 가치를 존중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리라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외국인에게만 시민권을 주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복지 혜택 받으면 시민권 없어
새 이민 정책에 따르면 시민권 지원자는 경제적으로 자급할 수 있어야 한다. 신청일부터 최근 2년 안에 공적 부조를 받지 않아야 한다. 최근 실업 급여(dagpenge)를 받았다면 시민권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최근 5년 중 4개월 이상 실업 수당을 받지 않았어야 한다. 여기에는 질병 수당과 출산 수당이 포함된다.
덴마크에선 덴마크법을 따르라
시민권 신청자에게 요구하는 준법 수준도 한층 높였다. 아동 폭력, 성 범죄, 폭력단체 관련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적 있다면 덴마크 시민권을 받을 수 없다.
시민권 지원자는 시민권 수여식에 반드시 참여해 덴마크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성명서에 서명해야 한다는 조항도 생겼다.
신청 후 대기 기간만 2년
자격 요건을 모두 갖춰 시민권을 시청한 뒤에도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한다. 덴마크 시민권 처리 기간이 지난 몇 년 사이 상당히 길어졌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시민권 신청건이 처리되는데 평균 440일이 걸렸다. 2017년은 520일로 늘어났다. 17개월에 달하는 기간이다. 올해는 더 심각해졌다. 640일, 21개월이 걸렸다. 인권보호단체(Menneskerettigheder) 소속 에바 에르스뵐(Eva Ersbøll) 선임 연구원은 이 문제가 계속 심화돼, 곧 시민권 신청 처리 기간이 2년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잉게르 스퇴베르 장관에 따르면, 2016년 덴마크 정부에 시민권을 발급해달라고 요청한 이민자는 1만3천 명이었다. 이 중 1만 명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대기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시민권 신청자에게 큰 문제다. 덴마크 정부에 시민권 발급을 신청한 상태에서 덴마크를 떠나거나 직장을 옮기면 신청이 반려되기 때문에 사실상 처리 기간 동안 옴짝달싹 못하게 되다는 탓이다. 에바 에르스뵐 선임 연구원은 <DR>과
인터뷰에서 “새 직장을 원하거나 가족이나 직업적 이유로 해외 여행을 가야 하는 많은 사람에게 이처럼 긴 대기 기간은 좋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찬반 엇갈리는 정계
시민권 신청자가 손놓고 2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덴마크 정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 소속 아스트리드 크라그(Astrid Krag) 보건부 장관은 신청자를 과도하게 기다리게 하는 일은 부당하다며 “반드시 (이유를) 설명해줘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시민권을 신청한 이들은 보통 덴마크에서 여러 해를 보내며 정부가 만든 요건을 충족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죠.”
반면 덴마크인민당(Dansk Folkeparti) 긴 대기 기간이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티안 랑발레(Christian Langballe) 덴마크인민당 대변인은 시민권 신청건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신속함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립 보수 정부를 이끄는 자유당(Venstre) 대변인 얀 요르겐센(Jan E. Jørgensen)은 중립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덴마크 시민권 신청건을 처리하는데 7~8개월이 합리적인 소요 기간이라고 본다며, 지금은 가장 오래 전 접수된 시민권 신청건만 처리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처리 절차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