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인 3명 중 1명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식습관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5명 중 1명은 장볼 때 환경 친화적이지 않아 보이는 제품을 아예 배제했다. 덴마크 유통업체 푀텍스(føtex)가 9월28일 발표한 2020년 장바구니(Indkøbskurven 2020) 패널조사 결과다.
덴마크인은 이미 유기농 마니아로 유명하다. 2017년 덴마크에서 팔린 식품 중 13.3%는 유기농 제품이었다. 국내 식품 시장 중 유기농 제품 비율이 압도적인 세계 1위였다. 덴마크 소매점이 값싸고 질 좋은 유기농 식품을 공격적으로 배치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유제품과 고기 대용 식물성 식품도 덴마크 슈퍼마켓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덴마크인은 한 발 더 나아가 기후 위기에 맞서려는 의도로 채식 중심으로 식습관을 바꿀 뜻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7%는 향후 2년 동안 기후 친화적으로 식습관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66%는 채소를 더 많이 먹겠다고 말했다. 64%는 고기를 덜 먹겠다고, 46%는 유기농 식품을 더 먹겠다고 답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먹겠다는 사람은 46%, 제철 음식을 더 먹겠다는 사람도 43%에 달했다. 유제품을 덜 먹겠다는 사람은 15%에 그쳤다.
푀텍스 마케팅 디렉터 카린 소메르(Karin Helene Sommer)는 덴마크 전국에 100개 이상 지점을 거느린 푀텍스 전 지점에서 생산과 포장이 더 기후 친화적인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지금 당장 정말 빨리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제 물고가 터졌을 뿐이라고 봐요."
기후 친화적 식습관이란 기후에 영향을 덜 주는 방식으로 식품을 소비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기후 친화적으로 생산된 식품을 구입해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먹는 식이다. 채식 비중을 늘리고, 붉은 고기 대신 닭과 생선 같은 가벼운 육류를 먹어도 도움이 된다. 버터 대신 식물성 기름 등 대용품을 사용하고, 파스타나 쌀 대신 덴마크에서 나오는 감자를 먹어도 좋다고 푀텍스는 조언했다.
응답자 가운데 22%는 기후 친화적이지 않아 보이는 식품은 아예 구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카린 소메르 디렉터는 앞으로 더 많은 덴마크인이 식료품을 살 때 기후 친화성을 중시할 것이라도 내다봤다.
“전에도 많은 소비자가 유기농과 동물 복지를 강조했습니다. 이런 수요는 여전합니다. 그러면서 개별 식품의 탄소발자국까지 눈 여겨 보는 고객이 늘어나는 현상을 저희는 목격합니다. 한마디로 식품 제조업체와 소매업체 양쪽 모두 상품의 기후영향을 밝혀야 한다는 뜻이죠. 식품업계 모두가 짊어져야 할 책임입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개별 상품의 기후친화성을 확인하기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개별 제조업체가 자발적으로 제품에 탄소배출량을 표기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덴마크와 독일, 폴란드 등지에 푀텍스 등 슈퍼마켓 체인점을 운영하는 살링 그룹(Salling Group)은 식품 500종의 기후 영향을 조사해 기후 데이터베이스(klimadatabase)를 만들도록 170만 크로네(3억650만 원)을 살링 재단(Salling Fondene)을 통해 친환경 싱크탱크 콘시토(CONCITO)와 2.-0 LCA 컨설턴트(Consultants)에 기부했다. 기후 데이터베이스는 기후 친화적으로 장을 보려는 푀텍스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데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과 교육기관, 정부기관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푀텍스는 올 2월3일부터 15일까지 코펜하겐에 사는 덴마크인 가운데 18~75세 성인 3천 명을 온라인으로 인터뷰했다. 패널은 성별, 연령, 거주지, 학력 등 4가지 배경으로 코펜하겐 전체 인구를 대표하도록 선정했다.
참고 자료
- Hvad lander i indkøbskurven i 2020? : Indkøbskurven 2020, Føtex (덴마크어)
- Indkøbskurven 2020, Føtex (덴마크어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