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키우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을 국내에 머물게 하는데는 서툰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상공회의소(Dansk Erhverv)가 9월13일 스타트업 행사 테크바비큐 2023(TechBBQ 2023)에서 발표한 '덴마크: 유니콘 공장 2023'(Denmark: A Unicorn Factory 2023) 보고서 내용이다.
유니콘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상상 속 동물 유니콘에 비유한 표현이다. 그만큼 보기 힘든 존재라는 비유다. 한국에 주요 유니콘 스타트업은 금융 앱 토스(TOSS)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당근 등이 있다.
덴마크는 인구 대비 유니콘 탄생 비율이 높다. 인구 100만 명당 유니콘 스타트업 수가 2.3개로, 영국(1.7)과 핀란드(1.3)보다 많다.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기에 덴마크가 나쁘지 않은 토양이라는 뜻이다. 스타트업 국가를 칭하는 에스토니아(5.3)나 스웨덴(3.1), 아일랜드(2.4)만 덴마크보다 인구 대비 유니콘 수가 많았다.
인구 대비 차세대 유니콘으로 성장할 만한 스타트업은 덴마크에 더 많다. 인구 100만 명당 5천만 달러 이상 투자금을 확보해 차세대 유니콘으로 주목 받는 스타트업 수는 덴마크가 6.4개로, 10.4를 기록한 아일랜드에만 뒤쳐졌다. 북유럽 이웃 스웨덴(6.0), 노르웨이(5.5), 핀란드(3.8)보다 많다. 에스토니아(3.8), 영국(1.5) 등 전통 창업 강국도 크게 웃돈다.
하지만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을 덴마크에 묶어두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덴마크에서 창업해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은 13곳이다. 이 중 70%에 가까운 9개 스타트업은 본사를 덴마크 밖으로 이전했다. 같은 기간 32개 유니콘이 탄생한 스웨덴에서 단 9%에 해당하는 3개 스타트업만 해외로 이전한 점을 고려하면 더 안타까운 현상이다. 스웨덴은 문화나 시장 크기, 복지 제도 등이 덴마크와 비슷하기 때문에 창업 환경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 성장한 유니콘 스타트업이 덴마크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확인하고자 덴마크 상공회의소는 해외로 이전한 유니콘 창업가와 차세대 유니콘 창업가 10명에게 물었다.
덴마크가 유니콘 스타트업을 유지하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로 유니콘 창업자가 꼽은 개선점은 해외 인재 접근성이다. 더 많은 유니콘을 키워내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 역시 해외 인재 접근성이라고 유니콘 창업자는 입을 모았다.
덴마크 상공회의소는 덴마크 스타트업이 유럽연합(EU) 외 국가에서 인재를 유치하려면 고임금 비자 제도(Pay Limit Scheme) 기준 연봉 하한액을 더 낮추고 관료주의적 이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인재에게 보상으로 고임금을 주기 힘든 스타트업의 상황을 고려해 외국인 피고용인에게 주식을 지급하는 제도(warrant programs)도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유니콘 스타트업이 덴마크를 떠나지 않는데 필요한 조건으로는 ▲기업공개(IPO) 조건 개선 ▲지역 인재 접근성 개선 ▲지역 자본 접근성 개선 ▲주식 분배 기회 개선 ▲자본소득세 인하 등이 순서대로 뒤를 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덴마크 상공회의소가 9월12일 공개한 '덴마크: 유니콘 공장 2023' (Denmark: A Unicorn Factory 2023)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 자료
- DENMARK: A UNICORN FACTORY - But Why Do They Leave? 2023, Dansk Erhverv, 2023년 9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