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민주주의를 잘 구현한 나라로 꼽혔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 정치과학부 산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arieties of Democracy Institute)는 3월7일 발표한 ‘2024년 민주주의 보고서: 투표로 이기고 지는 민주주의’(Democracy Report 2024: Democracy Winning and Losing at the Ballot)에서 덴마크를 세계에서 가장 민주주의적인 나라로 선정했다.
덴마크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0.88점으로 2위 스웨덴보다 0.03점 높았다. 2~3개국이 동점을 기록하는 최상위권에서는 꽤 큰 격차다. 덴마크는 대의민주주의 지수와 평등주의요소 지수가 세계 1위, 자유주의요소 지수가 2위로 나타났다.
한국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0.60점으로, 179개국 가운데 47위로 평가받았다. 일본(30위)이나 수리남(45위)보다 낮다. 평등주의요소 지수는 25위로 준수했으나, 대의민주주의 지수가 50위, 참여민주주의요소 지수가 46위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윤 정부 들어 독재주의로 퇴행" 경고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 연구진(이하 연구진)은 2024년 민주주의 보고서에서 정권교체로 말미암은 민주주의의 급등락을 톺아봤다. 최근까지 민주주의가 발전하다 급격히 권위주의로 돌아선 이른바 종턴(bell-turn)한 국가와 반대로 내리막길을 걷던 와중 유턴(U-turn)해 최근들어 민주주의가 각광받는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한국을 포함해 2024년 선거를 앞둔 나라는 34개국인데, 이 가운데 31개국에서는 민주주의가 쇠퇴하는 중이다. 이스라엘은 50여 년 만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퇴출됐다. 2023년 세계 평균 민주화 지수는 1985년 수준으로 퇴보했다.
전제주의화가 진행 중인 나라는 42개국으로, 거주 인구로 따지면 전 인류 중 35%에 해당하는 28억 명이 민주주의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 중 절반 가량은 세계 인구 18%를 차지하는 인도 시민이다. 반면 민주화가 진행 중인 나라는 18개국에 그쳤다. 인류 중 5%에 해당하는 4억 명 가량이 민주주의가 개선되는 상황을 즐기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브라질인 2억1600만 명이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수준을 유지하는 상위 50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독재주의로 뒷걸음질쳤다. 독재화 정도가 가장 심각한 10개국에 속할 정도다. 연구진은 한국의 반민주 행보를 꼬집어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시민사회 조직이 이끈 대량 동원, 시민 수백만 명이 거리에서 벌인 대규모 시위로 이어진 부패 스캔들과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부터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 상승세는 시작했다. 차기 대통령 문재인은 군사 독재 기간 인권운동가였다. 그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박근혜 전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은 5년 단임제였으며, 2021년 다음 대선에서는 우익 보수 윤석열이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의 최근 업적은 이미 권력 남용을 보여준다. 대권 교체로 인해 한국은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행정부 인사를 처벌하기 위해 억압적 조치를 실시하고 성평등을 공격했다. 이런 조치로 말미암아 한국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하락하며 종 모양 그래프를 그렸다. 한국은 2023년 말께 아직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남아있으나, 문 대통령의 노력은 사실상 제거됐다.”
꼴찌 179위는 에리트레아(Eritrea), 178위는 북한, 1778위는 미얀마다.
조사 방법
연구진은 세계 179국에서 71개 지표를 조사해 8개 지수로 정리하고, 이를 종합해 자유민주주의 지수(Liberal Component Index∙LDI)를 집계한다.
대의민주주의 지수(Electoral Democracy Index)는 현 정권이 청렴하고 자유롭고 공정하게 선거를 치르는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지, 정보와 유대 관계에 대체제가 있는지, 선출직 정부 관료를 꾸리는 정부 정책에 여성과 남성 참정권을 동등하게 보장하는지를 보여준다.
자유주의요소 지수(Liberal Component Index)는 독재자나 다수의 독재로부터 개인과 소수자 권리를 보호하는 자유주의적 원칙을 해당 국가가 얼마나 체화했는지를 나타난다.
평등주의요소 지수(Egalitarian Component Index)는 모든 사회 집단이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는지 평가한다.
참여민주주의요소 지수(Participatory Component Index)는 선거를 포함한 모든 정치적 절차에 시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는지 평가한다.
숙의민주주의요소 지수(Deliberative Component Index)는 현존하는 이해관계를 넘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감정적 호소나 연대 의식, 지역 이기주의나 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중을 설득하고 공동선에 집중해 정치적 결정을 내리도록 독려하는지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