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Margrethe II) 여왕이 즉위 52주년을 맞는 올 1월14일 왕좌를 프레데리크 왕세자에게 넘겨주고 퇴위하겠다고 발표했다. 1943년 1월14일 부왕 프레데리크 9세(Frederik IX)가 서거하고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왕위를 계승하며 덴마크 역사상 두 번째 여왕이 된 지 52년이 되는 날, 부왕의 이름을 이은 첫째 아들이 선대를 이어 프레데리크 10세로 즉위하는 것이다.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은 2023년 12월31일 저녁 6시 아말리엔보르(Amalienborg) 왕궁 크리스티안 9세 궁전에서 연례 대국민 새해 연설에서 은퇴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지난해 2월 등 수술 후 퇴위를 결심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14일 후면 나는 덴마크 여왕이 된 지 52년이 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어느 인간에게나 흔적이 남게 마련입니다. 나조차도요! 시간이 지날수록 병이 득세합니다. 같은 일도 더 이상 예전처럼 해낼 수 없습니다.

올 2월에 저는 대대적인 허리 수술을 받았습니다. 저를 잘 챙겨준 숙련된 의료진 덕분에 수술은 잘 마쳤습니다. 수술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책임을 맡길 때가 되었는지 말입니다.

나는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결정했습니다. 백성에게 사랑받은 아버지의 뒤를 이은 지 52년이 되는 2024년 1월 14일 나는 덴마크 여왕 자리에서 물러날 것입니다. 왕위는 내 아들 프레데릭 왕세자에게 맡깁니다.”

1000년 덴마크 왕조 두 번째 생전 퇴위

왕이 생전 자진해 다음 세대에 왕위를 물려주는 퇴위(abdikation)는 10세기 초부터 이어진 덴마크 왕조 역사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덴마크와 궤를 같이 하는 북유럽 왕조에도 왕이 생전 물러나 왕위를 물려주는 퇴위 개념은 없다. 덴마크에서 현왕이 죽기 전 자발적으로 왕위를 포기한 경우는 1146년 에릭 3세 람(Erik III Lam)이 수도원에 들어가려고 물러난 때가 유일했다.

퇴위 개념이 없기는 하지만 덴마크 왕실법은 퇴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왕실법 6항은 섭정(regent)이 사망할 경우 자동으로 왕권이 계승된다고 규정했다. 이 항목은 섭정이 왕위에서 퇴위한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마르그레테 2세 퇴위와 프레데리크 10세 즉위는 이 법 조항에 기초해 실행될 예정이다.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덴마크 총리는 “모든 덴마크인을 대신해 왕국을 위해 평생 헌신하고 늘 노력한 여왕 폐하께 마음에서 우러난 감사를 보낸다"라며 퇴위를 예고한 여왕에게 존경을 표했다.

참고 자료

Læs H.M. Dronningens nytårstale 2023, Kongehuset, 2023년 12월31일

Abdikation, Kongehuset, 2024년 1월1일

Dronning Margrethe abdicerer: Træder tilbage 14. januar, <DR>, 2023년 12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