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정당은 자유연합당 청년부(Liberal Alliance Ungdom)로 나타났다. 지난 2월1일 발표한 2024년 학교 선거(Skolevalg 2024) 결과다.
학교 선거(skolevalg)란 덴마크 청소년 민주주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마치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준비하고 치르듯 정당 조직부터 당론 설정, 투표와 개표까지 선거 전 과정을 청소년이 직접 실천하고 경험할 기회를 줌으로써 미래 유권자가 될 청소년의 정치 효용감을 고취하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이른바 ‘공통 목표’(Fælles Mål)를 달성하고자 사회학과 덴마크어 두 교과목 학제 간 과정으로 구현한다.
올해 학교 선거 교육 과정에 참가한 학생은 1월15일부터 2월1일까지 3주 간 일련의 학습 과정을 이수하고 직접 모의 총선을 준비하고 실천하면서 정치적 입장을 세우는 게 어떤 의미인지 직접 경험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토론하고, 총선 출마 자격을 갖춘 정당은 어떤 곳인지 탐구했다.
대상은 공립기초학교(folkeskole)에서 가장 나이 많은 8~10학년 학생(한국 중학교 2학년 ~ 고등학교 1학년)이다. 올해는 덴마크 96개 자치단체 710개교 7만1천여 명이 학교 선거에 참가했다.
총리 환영사로 시작∙개표 결과 생중계하는 덴마크 학생 모의 선거
올해 학교 선거도 여느 때처럼 총리의 환영사로 막을 올렸다.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덴마크 총리는 1월14일 환영사로 3주간 학교 선거 캠페인이 전국에서 시작함을 알렸다. 1월15일 오전 10시에는 각 원내정당 대표가 국회 상원회관(Landstingssalen)에서 청년부 당원과 만나 1시간 가량 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회는 국회방송으로 생중계됐다. 1월29일부터 2월1일 사이에는 원내정당 청년부 소속 청년 정치인이 학교 선거 교육 과정에 참가한 일선 학교를 직접 방문해 소속 정당을 홍보하고 투표를 독려했다.
2월1일 선거 당일, 각 학교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소를 세웠다. 투표 용지를 받은 학생은 자신이 가장 동의하는 정당 한 곳을 골라 기표하고 투표함에 넣었다. 투표 결과는 당일 전국 단위는 물론이고, 각 지자체와 지역 별로도 공개했다. 국회 상원회관에 마련한 생중계장에서 청소년 정치인 200여 명이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진행하는 학교 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올해 덴마크 청소년은 보수 정당 손을 들어줬다. 2024년 학교 선거의 승자는 자유연합당이다. 자유연합당 청년부는 덴마크 전국 5개 지역에서 큰 격차로 다른 정당을 앞서며 30.15%를 득표했다. 현재 단독 정부를 구성한 집권여당인 덴마크 사회민주당의 청년부(Danmarks Socialdemokratiske Ungdom)가 15.99%를 득표하며 뒤따랐고, 보수 정당인 자유당 청년부(Venstres Ungdom)가 9.81%를 득표하며 3위를 차지했다.
일전에 치른 학교 선거에서 자유연합당은 상위권에 들지도 못했다. 7.8%를 득표해 12개 원내정당 중 6위에 그쳤다. 2021년 학교 선거에서 왕좌를 차지한 건 23.5%를 얻은 사민당이다.
시몬 올센(Simon Fendinge Olsen) 자유연합당 청년부 대표는 학교 선거에서 괄목할 만한 결과를 거둬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교 선거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서 우리는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당의 정책을 논하고 공개석상에서 여러분께 지지받아 행복합니다. 민주주의, 무엇보다 우리 청소년을 대표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결과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오르후스대대학교 산하 덴마크교육대학원(DPU) 소속으로 청소년 교육을 연구하는 요나스 리에베르킨(Jonas Lieberkind) 조교수는 학교 선거 프로그램을 면밀히 연구해 온 학자로서 올해 투표 결과가 흥미롭다고 풀이했다.
"자유연합당 청년부가 학교 선거를 큰 격차로 승리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결과인데요. 많은 청소년이 보수적 가치 체계 안에서 정치적 입장을 발견했음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반수를 차지하지는 못했습니다. 청소년 유권자 3분의2는 달리 생각했거든요. 이들 표가 정책 지향성이 명확히 다른 서로 다른 정당에 흩어졌을 뿐이죠."
국회-교육부-청소년단체 이인삼각 협력
학교 선거는 올해로 4회 째를 맞았다. 2015년부터 격년으로 진행한다. 덴마크 국회(Folketinget) 및 아동교육부(Børne- og Undervisningsministeriet)가 덴마크 청소년총연합회(Dansk Ungdoms Fællesråd∙DUF)와 손잡고 주최한다.
2024년 학교 선거 주차별 교육 모듈은 다음과 같다.
모듈1: 비형식 민주주의, 1월15일~19일
- 학생은 주요 의제에서 자기 입장을 세운다.
- 학생은 동의하는 3개 주요 의제를 선택한다.
-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의제에서 자기 입장을 주장한다.
모듈2: 정치 레토릭, 1월22일~26일
- 학생은 주요 의제에 자기 입장을 근거로 특집 기사로 나갈 인터뷰를 수행한다.
- 자기 인터뷰를 교사에게 허가받은 학생은 다른 학생의 인터뷰에 반응을 남길 수 있다. 반응은 다음 세 가지다. 1) 이 인터뷰가 나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다. 2) 이 인터뷰는 잘 해냈다. 3) 이 인터뷰에서 강조한 관점에 동의한다.
모듈3: 선거, 1월29일~2월1일
- 각 원내정당 청년부 조직은 세 개 주요 의제를 선정한다. 여기서 선택한 세 가지 주요 의제는 각 정당이 학교 선거 캠페인에서 당론을 설명하는 근거로 삼는다.
- 각 학생은 자기 시각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정당이 무엇인지 평가하고 투표할 정당을 고른다. 학교선거 웹사이트(skolevalg.dk)에서 각 학교는 정당 청년부와 토론회를 1회 신청할 수 있다.
- 선거는 2024년 2월1일 오후 12시부터 3시 사이에 치른다. 학생은 유권자임을 확인하는 선거 카드(valgkort)와 투표 용지(stemmeseddel)를 받는다. 학교는 투표소와 투표용지함을 설치한다.
- 선거 결과는 집계를 마친 2월1일 저녁 발표한다. 전체 선거 발표는 덴마크 국회방송 채널에서 생중계하며 다음날 일선 학교에서도 시청한다.
주요 의제는 다음 24개 의제 중 선정했다.
강력범죄 처벌 강화, 기초학교에 2인 담임제 도입, 기초학교에 수준별 학급 도입, 국방예산 증액, 기후위기 피해자 지원 예산 증액, 외국인 범죄자 추방 확대, 청소년 교육 과정에 학점 기준 폐지, 모든 산업군에 동일 이산화탄소세 도입, 육류와 유가공 식품 가격 인상, 여성 의무 징병제 도입, 덴마크에서 나고 자란 모든 18세 청년에게 덴마크 시민권 자동 발급, 전용기 이용 금지, 차량 등록세 폐지, 모든 여가용 마약 합법화, 소득세 최고 세율 완화, 기초학교에서 무상 중식 제공, 청년에 무상 문화 패스 지급, 노동시간 단축, 대중교통 이용 요금 폐지, 비판적 성교육 강화, 18세 이하 청소년 근로소득 면세, 부자에게 세금 증액, 17세 단독 운전 허용, 덴마크에 핵발전 도입.
참고 자료
- 학교 선거 공식 웹사이트 (덴마크어)
- Liberal Alliance Ungdom vinder Skolevalg 2024, Skolevalg, 2024년 2월1일
- Statsministeren har udskrevet Skolevalg 2024, Børne- og Undervisningsministeriet, 2024년 1월13일
- 학교 선거 교사 가이드 (덴마크어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