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운전' 들킨 덴마크 국회의원, 옷 벗는다
덴마크 연립여당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 받던 유력 국회의원이 마약을 복용한채 운전하다 적발당한 사실을 폭로당해 의원직을 비롯한 모든 자리에서 쫓겨난다.
연립여당 자유당(Venstre) 야콥 엔젤-슈미트(Jakob Engel-Schmidt) 의원은 2017년 7월4일 밤 운전 중 경찰에 단속을 당했다. 가벼운 신호 위반이었다. 하지만 단속당한 엔젤-슈미트 의원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기이하고 의심스럽게 행동"했다. 경찰관이 호흡측정기와 혈액 검사를 시도했으나 엔젤-슈미트 의원은 검사를 거부했다. 그는 밤 12시43분 체포돼 벨라호이(Bellahøj)경찰서로 연행됐다. 그는 혈액 검사에 응한 뒤 새벽 2시께 훈방됐다. 그의 혈액에서는 코카인이 검출됐다.
야콥 엔젤-슈미트 의원은 9월7일 의원직 수행을 중단하고 명문 학교인 닐스 브록 코펜하겐비즈니스컬리지(Niels Brock Copenhagen Business College)에 청소년 교육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소속당에도 단속당한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당시 엔젤-슈미트 의원은 닐스 브록에서 일을 마친 뒤 2018년 국회로 복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야콥 엔젤-슈미트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즈)
덴마크 타블로이드지 <엑스트라블라데트>는 경찰 수사 기록을 조사해 야콥 엔젤-슈미트 의원이 마약 복용 뒤 운전한 혐의로 적발된 사실을 확인해 2월6일 보도했다. <폴리티켄>과 <베를링스케>를 비롯해 다수 덴마크 언론이 후속 보도를 내며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다.
야콥 엔젤-슈미트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해 7월 내 인생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라는 게시물을 올리며 마약 운전으로 단속당한 사실을 인정하며 죄값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나는 법을 어겼습니다. 변명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내가 실망시킨 많은 이에게 사과합니다. 내 가족과 여자친구, 그리고 내가 책임져야 할 유권자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지금 의석에 앉아 있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마약 운전 사건으로 그는 모든 직장을 잃게 됐다. 국회에서 제적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와 TV 프로그램 고정 패널 자리에서도 쫓겨난다. 닐스 브룩 코펜하겐비즈니스컬리지는 7일 야콥 엔젤-슈미트 의원이 "계약 해지에 동의"해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가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던 공영방송<TV2> 책임 에디터 울라 포르스(Ulla Pors)는 "지금 사안과 정황을 보건데 그가 패널 토론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쇠렌 가데(Søren Gade) 자유당 원내대표는 엔젤-슈미트 의원이 이번 사건 뒤 "정계로 돌아오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6일 저녁 <리쳐>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자유당 야콥 엘레만-옌센(Jakob Ellemann-Jensen) 대변인은 "메즈 푸겔데(Mads Fugelde) 의원이 야콥 엔젤-슈미트 의석을 위임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국회는 야콥 엔젤-슈미트 의원에게 면책 특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 지침이 "사건이 벌금형으로 확정되면 국회의 동의는 (…) 불필요하다"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아직 면책 특권 행사 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야콥 엔젤-슈미트 의원은 수년 동안 연립여당인 자유당에서 유망주로 기대 받던 인물이다. 1983년 덴마크 비르케뢰드(Birkerød) 지역에서 태어나 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CBS)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자유당 비르케뢰드 청년지부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0년 총선에서 지역구에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으며 당선에는 실패했으나, 2013년 공석이 생긴 덕에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덴마크 언론과 친밀했다. <TV2>가 주중에 매일 방영하는 시사 토론 프로그램 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폴리티켄>에 칼럼을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