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안 학교

 이른 아침 북유럽 학교 탐방을 오신 선생님 4분과  함께 찾은 곳은 코펜하겐에서 북서쪽에 위차한 프레덴스보그라는 도시였다. 여왕이 동절기때 거주하고 있는 여왕궁이 있어서 이 곳을 종종 찾을 때가 있었다. 부산에 한 학교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는 덴마크 한국 입양인의 소개로 프레덴스보그에 위차한 한 중학교를 찾았다. 놀라운것은 이 도시를 찾을때마다 이 학교의 겉모습을 보고 늘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방문한 곳이 이 학교였다. 겉에서 보면 학교가 마치 작은 산이 여러개 겹쳐놓은 것 처럼 생겼다.

 

우리를 맞아준 선생님은 이 학교에서 덴마크어, 스포츠 그리고 역사를 담당하고 있는 마리아 선생님이었다. 새미나실에 모여 선생님은 학교 수업방식 관련해서 설명해주었다. 2012년에 학교를 설립되었고 현재 7-9학년 800명의 학생과 100명의 선생님이 근무하고 있다. 이 학교의 특징은 수업의 80 %가 야외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과 학습의 형태가 조기청소년기(early adolescence)  학습발달능력과 관심가 기반에 맞추어 이루어졌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크게 국제 (International) 미디어 (Media )/ 공예 (Crafts), 체육&과학(Physical Education and Science)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수업의 형태는 장단점이 있지만 이렇게 프로그램을 나누어 운영하는 이유는 학생별로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과 함께 학습을 하면서 장시간동안 집중력을 높이고 학습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데 있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낸 학생들에게 소셜 네트워킹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실제로 4년동안 운영을 해본 결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도 올라간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업을 준비 하는 선생님의 모든 활동은 학교자체에서 이용하고 있는 web-page 에서 이루어진다. 수업 전체가 교과서 없이 진행되고 수업과 관련된 모든 학습주제를 1년전에 편성한 이후에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웹을 통해 미리 인지하고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수업시간동안 이해하지 못한 부분 그리고 과제도 모두 웹에서 이루어진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궁금증이 생겨서 질문을 했다.

" 선생님이 자료를 미리 올려놓고 학습해오지 않으면 토론 수업이 안될텐데..

학생들이 수업 준비를 해오지 않으면 어떻게 관리하나요? "

" 물론, 수업 내용을 미리 보고 오지 않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선생님은 수업 중간중간 돌아다니며 학생들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이 배운 것들을 다른 학생들에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팔로우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습한 내용에 대해 이해를 하지 않으면 집에 보내지 않아요 ^^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수업의 형태가 너무 궁금해서 수업을 직접 참관하였다. 90분으로 이루어진 역사 수업에서 18세기 문학과 페인팅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했다. 학생들은 각자가 선택한 18세기 문학 작품이 담긴 책을 읽는 연습을 한다.

7학년에서는 읽은 내용을 이해하는 학습을 중심으로 하고 이번 학년에서는 그 내용을 노트 테이킹 하고 이야기 하는 학습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선생님에게 이런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큰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을때 마리아 선생님은 간결하게 한문장으로 이야기해주었다.My job is not to teach you my job is teach you how to learn "

" 내 직업은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가르치는 것" 이라고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해요. 학생들은 나이가 어릴때는 책으로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성장하면서 학습한 내용들을 통해 자율성을 가지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배워야하거든요.

40분 정도 수업이 진행되었을 무렵 선생님은 갑자기 일어나서 학생들과 함께 쉼호흡부터 시작하여 간단한 동작들을 한다. 학생들의 집중력은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에 중간에 휴식과 움직임을 통해 환기점을 만들어준다.

 

한 수업이 끝난 후에 우리는 학교 공간을 둘러볼 수 있었다. 학교 내부 공간은 학생들이 뛰어놀수 있을만큼 넓은 공간, 높은 천장, 은은한 조명, 넓은 소파 그리고 건물 중간중간 연결된 통로가 눈에 띄었다. 학교의 도서관의 형태는 휴게실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천장위에 달린 행성들과 작은 도서관에 책은 많이 없지만 편하게 둘러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이었다. 도서관 옆 쪽에 있는 데스크는 사서가 한 분 있는데 그 분의 역할을 책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관심있어하는 책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좋은 환경에서 책을 읽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간 중간 중간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들이 많았다. 건물 밖에도 학생들이 모여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야외 테이블 의자, 정원, 놀이터 시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학교 곳곳에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관계와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학교를 둘러 본 후에 학교에 교장선생님(Head Master) 과 이야기를 나눈다.

"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과 교장선생님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 "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나와의 관계도 비교적 수평적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은교육적인 권위를 유지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기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고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선생님을 따라 학습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인 나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려야하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제도적 권위를 갖아야하지만 늘 선생님과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내년에 저희 학교에서 새로운 승마 프로그램이 개설됩니다. 이 또한 저는 학교가 설립될때부터 생각해오던 일이었지만 선생님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이 모아져서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의견이 없었으면 꿈만 꾸던 일이었을거에요. " "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

"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겠지만 학교 예산입니다. 덴마크도 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노인 복지 비용은 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지고 학교 수도 줄고 있기 때문에 학교 예산을 많이 받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죠. "

 

" 학급당 학생수가 많지 않고 선생님 수가 비교적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저희 학교는 학급당 평균 25명이에요. 그리고 전과목이 아닌 1-2과목을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들이 필요하기에 선생님 수가 많은 편이에요. 한반에 한 생수가 많으면 한 선생님이 많은 학생을 지도 할 수가 없고 결국에 학생들을 통제하고 입을 다물게 하는 교육을 할 수 밖에 없어요. "

  " 학교 디자인이 참 톡특한데 설명 좀 해줄 수 있나요? " " 학교 밖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 학교는 숲 속 안에 위치해 있어요. 자연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통해 학생들도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이 학교를 디자인했어요. 학교건물 또한 숲 속안에 있는 통나무의 형태로 만들어졌고 학교 안 모든 교실이 야외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져있어요. 각 분야별로 교실이 있는 건물들끼리도 나무의 가지가 뻗어나간 것 처럼 복도로 연결되어 있어요. 다른 분야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요. "

" if you are looking in to beautiful thing you can create a beauty ! "

덴마크 교육이 현재 갖고 있는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 현재 교육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 교육의 질 ' 이라고 생각합니다. 질을 높이려면 좋은 교사를 양성할 수 있는 많은 자원들을 투입해야하지만 예산부족으로 할 수 없습니다. 핀란드 같은 경우에는 지금도 교사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처럼 한 선생님이 전문 교육을 받은 1-2과목을 가르치고 학생들에게는 관심있어하는 선택과목을 중심으로 정규 교육을 편성해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어요. "

 

" 다른 문제는 이  학교 주변은 고학력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학교 경영에 지나친 간섭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때때로는 학부모가 요구하는 사항이 맞을때도 있기 때문에 항상 우리는 갈등문제를 경계상에 놓고 학부모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

학교에 방문하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형태를 지켜보며 교육이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위기감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학생들을 교육시켜 쓸모 있는 인적자원으로 길러내려고 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사회의 구성원으로 행복하게 자기 삶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어쩌면 이 학교는 학생들의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화된 교육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