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의무복무 기간을 연장하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의무 복무에 참여하는 징병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말미암아 불안해 진 유럽 정세에 대응해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덴마크 국군 본부(Forsvarskommandoen) 제공

덴마크는 징병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다. 18세가 된 남성은 의무복무 대상으로 소집되고 자원 혹은 추첨으로 4개월 복무한다. 하지만 여성은 징병 대상이 아니다. 1998년 군복무 권리를 보장하도록 징병제도를 개선하면서 여성도 입대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어디까지나 자발적 입대일뿐 남성 같이 의무복무는 아니다. 2023년에는 4700여 명이 의무복무 대상으로 입대했는데, 이 가운데 여성은 25.1%였다. 징병 병력 외에 직업 군인은 9천 명 가량이다.

덴마크 정부는 3월13일 아침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력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덴마크 총리는 여성이 남성과 달리 선택적으로 입대할 권리를 행사하는 현 징병제도는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지적하며 여성 징병제 도입을 촉구했다.

"평등함을 강화하면 우리가 지금 사는 시대를 반영해 국방 부문이 더 현대적이고 포용적으로 발전할 것이라 정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트로엘스 룬 포울센(Troels Lund Poulsen)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역시 여성 징병제가 시대상에 호응한다고 말했다.

"이건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청년이 국방의 날에 소집돼 같은 조건으로 의무복무를 마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징병제도를 우리 사회를 반영한 기본적 가치에 부합하면서도 덴마크가 맞닥뜨린 위험에 대항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뜻이죠."

<DR>이 인터뷰한 여성 고등학생 3명은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군대에 가야 한다는 정부의 의견에 찬성했다. 비요르 뇌르고(Bjørg Hjorth Nørgaard)는 “러시아발 위협에 대응해 안보 정책이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방의) 의무는 우리가 사회에 지닌 책무입니다. 앞서 여성에게 의무를 묻지 않은 거야 말로 불평등하다고 볼 수 있죠."
덴마크 국군 본부(Forsvarskommandoen) 제공

덴마크, 양성 징병하고 국방 예산 대규모 증액

덴마크 정부는 성인이 된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의무복무 소집 대상으로 삼아 징병 병력을 매년 5천 명 규모로 확대하고, 현행 4개월인 의무복무 기간을 11개월로 연장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6천 명 규모 육군 제1여단을 신설한다.

병력 증원 외에 예산과 장비 도입 계획도 발표했다. 하데르슬레우(Haderslev)에 주둔한 보병대대는 장갑차를 도입해 기계화한다. 단거리와 장거리 지대공 방어 시스템을 도입한다. 압살론(Absalon)급 프리깃함에는 대잠 무장을 도입한다.

덴마크 정부는 2028년까지 국방비로 405억 크로네(7조8947억 원)를 추가로 할당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으로도 44억 크로네(8577억 원)를 추가 배정했다. 이 예산을 합하면 덴마크는 올해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회원국에게 요구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2%보다 많은 2.4%를 국방비로 쓰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덴마크 GDP 대비 국방비는 1.4% 정도에 그쳤다.

이번에 발표한 예산 증액 계획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앞서 2023년 6월 마련한 국방합의안에서 추가 할당하기로 발표한 1550억 크로네(30조2048억 원)에 405억 크로네를 더해 모두 1900억 크로네(37조234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국방 예산에 더했다.

덴마크 여성 징병제는 2026년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징병제와 국방 예산 증액을 아우른 국방력 강화 대책은 정부 발의 법안으로 2025년 국회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트로엘스 룬 포울센 국방부 장관은 설명했다.

덴마크가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면 2016년 노르웨이와 2018년 스웨덴에 이어 유럽에서 3번째로 양성을 모두 징병하는 나라가 된다.

덴마크 국군 본부(Forsvarskommandoen) 제공

덴마크 징병 제도 개괄

덴마크에서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성인 남성은 징집 대상이다. 덴마크 남성은 18세가 된 해 의무복무 대상으로서 ‘국방의 날’(Forsvarets dag)에 소집된다. 소집 대상 인원은 덴마크 전국 6개 모병소 중 지정된 곳에 방문해 군 복무에 적합한 상태인지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와 병력 등을 확인받는다. 대기하는 동안에는 국군본부를 비롯해 국가재난관리청(Beredskabsstyrelsen), 국토방위군 등 군 복무 의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에서 홍보와 상담을 진행한다.

검사를 통과한 청년은 원하는 기관에 자원해 입대하거나, 추첨 번호를 받는다. 덴마크 국방부는 그해 징병해야 할 인원 중 자원 입대한 만큼을 제외하고 남은 자리를 추첨 번호로 무작위로 뽑아 징병한다. 징병해 갈 인원보다 소집 대상이 더 많기 때문이다. 2023년 4분기 기준 18세인 덴마크 남성은 3만5919명으로 자원자나 부적격 인원이 전혀 없다고 가정하면 13% 확률로 군대에 가는 셈이다.

의무복무 기간은 육해공군 모두 보통 4개월이다. 하지만 특수병과를 지원하면 더 오래 복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가재난관리청 근무는 9개월, 3군 사이버국방직은 10개월이다. 육군 중에도 왕실근위대(Den Kongelige Livgarde)는 복무 기간이 9개월, 왕실근위기병대(Hos Hesteskadronen i Gardehusarregimentet)는 12개월이다. 해군도 왕실기함 단네브로 호(DANNEBROG)에서 근무하면 9개월 복무해야 한다. 의무복무 기간에는 세전으로 월 8천492.76크로네(165만 원)와 식대 249크로네(4만8550원, 2023년 10월1일 기준)를 받는다.

의무복무 대상으로 국방의 날에 소환된 청년이 임의로 나타나지 않으면 1~2번째까지는 벌금을 물지만, 3번째에는 징병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