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지폐 덕분에 범죄 조직은 편리하게 돈을 세탁합니다. 미국이 최고액권 지폐로 100달러까지만 만드는 이유죠. 덴마크 크로네로 따지면 650크로네 정도인데요. 덴마크가 100달러보다 더 비싼 지폐를 발행할 까닭은 없습니다." 덴마크 적녹연맹당 사법위원회 소속 쇠렌 쇤데르고드(Søren Søndergaard) 의원이 말했다. 덴마크 사회주의당과 환경주의당이 연합한 적녹연맹당(Enhedslisten)은 최고액권인 1000크로네(17만4천 원)짜리 지폐를 없애자고 주장했다. 지하경제를 빼곤 딱히 쓸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율란츠포스텐>이 7월18일 보도한 소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8년 말부터 최고액권 500유로(64만7천 원) 지폐를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액권이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쓰이기보다 가치를 보관하는 수단으로만 활용됐기 때문이다. 적녹연맹이 1000크로네 발행 중단을 주창한 이유도 같다. 얀 담스고드(Jan Damsgaard) 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CBS) 디지털학과장이 <율란츠포스텐>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1000크로네 지폐는 상업적으로 활용되지 않습니다. 가치를 보관하는데 쓰이죠. 장농 속 돈(mattress mone), 검은 돈, 범죄자가 쓰는 돈이란 말입니다." 덴마크 중앙은행 지급결제위원회도 같은 주장을 내놓은 적 있으나, 지난 봄 발행한 최종 보고서에는 담지 않았다. 중앙은행 수준에서 결정할 의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 현금 발행액 가운데 절반 이상은 1000크로네에 묶여 있다. 현금 사용건 56%는 미등록 결제에 쓰이거나 쌈짓돈(piggy bank)으로 파묻혔다. 현금 사용을 줄이는 정책에서 노년층이 소외당한다고 경고해 온 노인복지단체 엘드레세이겐(Ældre Sagen∙Dane Age) 역시 1000크로네 발행 중단에는 찬성했다. 올라우 펠보(Olav Felvo) 엘드레세이겐 선임 컨설턴트는 <율란츠포스텐>에 "대다수 노인은 500크로네 지폐만 써도 큰 지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덴마크 상공회의소(Dansk Erhverv) 역시 고액권 발행 중단에 찬성했다. 사민당과 덴마크 인민당은 적극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반대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