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 실전 배치 예정인 덴마크 신형 군함을 건조하는데 북한 강제노역자가 동원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덴마크 국영방송<
DR>과 <
인포메이션>이 9월26일 보도한 소식이다.
덴마크 해군은 새 군함 라우게 코크(Lauge Koch)호를 만들어 달라고 덴마크 스카겐(Skagen) 소재 카르스텐센 조선소(Karstensens Skibsværft)와 계약을 맺었다. 카르스텐센 조선소는 라우게 코크호 건조 사업 일부를 쪼개 폴란드 크리스트(Crist) 조선소와 하청 계약을 맺었다.
크리스트 조선소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거의 모든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배를 만드는 곳이다. 다른 EU 회원국보다 제작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바이스>는 2016년
김의 쌈짓돈: 폴란드에 북한 강제노역자라는 다큐멘터리로 크리스트 조선소에 북한 강제노역자가 있다고 폭로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PjKs8NuY4s
"하청 맡긴 폴란드 조선소에 북한 파견 인력 있어"
<DR>은 노르웨이 기술 전문지 테크니스크우케블라드(Teknisk Ukeblad)와 협업해 크리스트 조선소에서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라우게 코크호를 만드는데도 북한 강제노역자가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능라도무역회사가 2014년 폴란드에 노동자 45명을 파견했으며, 이들이 배 10척을 건조하는 사업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덴마크 신형 군함 라우게 코크호도 포함돼 있었다. 은 한발 더 나아가 라우게 코크호 건조 당시 폴란드 크리스트 조선소에서 일했던 노동자 다수에게 덴마크 군함을 건조하는데 북한 노동자가 참여했음을 확인했다.
미국은 2016년 12월2일 북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됐다며 능라도무역회사과 고려항공 등 북한 기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꼽았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국민이 해외로 파견돼 번 돈이 핵개발 사업에 쓰인다는 우려를 거듭 제기했다. <
바이스>는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독재 조선노동당 주머니로 바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로 들어간다"라고 보도했다. 최재철 주덴마크 한국대사는 과 인터뷰에서 “해외 북한 노동자는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중요한 현금 수익원”이라고 말했다.
라우게 코크호 건조 비용은 5억 크로네(903억 원)이 넘는다. 덴마크 군함이 건조되는데 북한 강제노역자가 참여했다면, 덴마크 납세자의 돈으로 북한 핵개발 사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한 셈이 된다. UN 전문가 휴 그리피스(Hugh Griffiths)는 이것이 "명백한 UN 결의안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덴마크 국방부와 카르스텐센 조선소는 군함 건조 사업에 북한 강제노역자가 동원됐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하지만<DR>이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뒤에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하지 않았다.
덴마크 국방부 조달병참이사회 안데르스 메르케달(Anders Mærkedahl) 준장은 "광활한 조선소 이곳저곳에서 온갖 부품이 만들어지는 사실을 감안하면 북한 노동자가 철판을 구부리거나 금속을 잘라내는 일을 돕지 않았다고 확신을 갖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북한 강제노역자 폴란드에서 일하는 것 공공연한 비밀"
한 발 물러선 국방부의 해명에 은 쐐기를 박았다. 이미 1년 전에 국방부가 라우게 코크호 건조 사업에 북한 노동자가 동원됐음을 알았다고
꼬집었다.
라우게 코크호가 건조 중이던 크리스트 조선소에서 북한 노동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생겼다. 이로 인해 폴란드 조선소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을 비판하는 “유럽판 노예 스캔들”이 불거졌다. 2016년 9월5일 노르웨이 조달청은 외신에 이 사건을 공개했다. 이 사건은 덴마크 국방부도 고지받았을 것이라고 은
보도했다. 북한 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덴마크 국방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 실사를 실시했다면 하청을 맡긴 덴마크 조선소가 북한 노동자의 존재를 몰랐을리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폴란드 그단스크대학교(Gdansk University) 마르셀리 부르델스키(Marceli Burdelski) 교수는 북한 노동자가 폴란드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은 10년 전부터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는) 숨겨지지 않았어요. 그러니 덴마크 회사 대변인이 조선소를 방문했을 때 북한 노동자를 보였을 겁니다. 북한 노동자만 격리하고 초병을 세워두는 특별한 공간이 있었던 게 아니거든요.”
"UN회원국에 북한 강제노역자 존재는 유감"
클라우스 요르트 프레데릭센(Claus Hjort Frederiksen)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에 "북한 강제노역자가 폴란드 같은 EU 회원국에 있다는 것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심도 있는 조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프레데릭센 장관은 말했다. 이미 라우게 코크호를 완성해 인수받은지 수년이 지났으며, 북한 강제노역자 문제는 카르스텐센 조선소가 폴란드 조선소에서 배를 인수받고 1년 뒤에 불거졌기 때문이다.
덴마크 정계는 라우게 코크호 외에 폴란드 조선소에 하청을 맡겨 건조한 군함 2척을
더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