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조 단위 소득세 탈세 사건에 실마리를 찾았다.
카르스텐 라우리첸(Karsten Lauritzen)덴마크 조세부(Skatteministeriet) 장관은 11월1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국고에서 흘러나간 127억 크로네(2조1880억 원)를 회수하는 일에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정부는 소득세 탈세에 관여한 400여 명과 다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33억 크로네(5670억 원)를 동결하고, 탈세에 동조한 미국 연금펀드 두 곳과 합의했다.
비슷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책도 마련했다. 라우리첸 장관은 덴마크와 유럽에서 배당금 소득세를 징수하는 제도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각국 세금 당국이 정보를 공유하는 제도를 새로 만드는 방안도 포함된다. 또 사건 해결이 더디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만 100여 명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기업, 조직적으로 국고에서 소득세 환급받아 460조원 빼돌려
국제 소득세 탈세 범죄는 2015년 8월 처음 드러났다. 당시 조세부는 피해액이 62억 크로네(1조662억 원)이라고 밝혔지만, 확인 결과 피해액은 2배 이상 늘어난 127억 크로네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헤지펀드 운영자가 이 사건을 지휘했다. 그는 배당금 소득세 징수 과정에 허점을 노렸다.
회사가 이익을 내면 이사회 결정에 따라 주주에게 배당금을 준다. 배당금을 받은 주주는 소득세를 내야 한다. 덴마크는 배당금에 붙는 세율이 27%다. 배당금을 지불하는 과정에 국세청(SKAT)이 개입해 세금을 미리 떼 간다. 그런데 덴마크는 몇몇 국가와 특별 세금 조약을 맺었다. 해당 국가에 속한 특정 종류 회사는 덴마크 정부가 징수한 소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었다. 미국에 소형 연금펀드도 소득세 면제 대상이다.
영국 사업가
산제이 샤(Sanjay Shah)가 운영하는 영국 헤지펀드 솔로캐피탈(Solo Capital Partners)은 이 조약을 악용해 미국 연금펀드와 손잡고 공격적으로 덴마크 회사 주식을 거래했다. 머스크(Maersk), 노보노르디스크(Novo Nordisk), TDC 등 큰 회사를 막라했다. 그리곤 미국 연금펀드를 내세워 배당금에서 소득세를 환급받아 챙겼다. 127억 크로네에 달하는 거금을 말이다.
산제이 샤의 손에 놀아난 나라는 덴마크만이 아니다. 독일,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 최소 10개국이 수년 간 4100억 달러(460조4천억 원)에 달하는 국고를 빼앗겼다.
대규모 소득세 탈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산제이 샤(Sanjay Shah)(DR 재인용)
글로벌 은행, '국고 갈취' 알면서도 모르쇠
이 대형 세금 탈루 사건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도 다수 연루됐다. 여러 덴마크 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카르스텐 라우리첸 조세부 장관은 금융자문분야가 얼마나 비도덕적인지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유럽 국고에서 곧바로 돈을 빼돌리는 일에 동조한다는 사실을 덴마크 은행들도 공공연하게 알았습니다."
카르스텐 라우리첸 장관은 더 많은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는 국고에서 빼앗긴 돈을 한 푼까지 되찾으려 싸우다 퇴근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