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도 대학 전공별 임금 격차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학사 이상 장기고등교육(LVU) 296개 과정 중 96개 전공에서 졸업생 30% 이상이 대학을 다니지 않고 경력이 같은 노동자의 중위 소득만큼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시장주의 독립 싱크탱크 정치연구센터(CEPOS∙Center for Politiske Studier)가 3월21일 발표한 연구 결과다.
미술 전공 졸업자 90%는 고졸보다 돈 못 벌어
정치연구센터는 2012~2016년에 학사 이상 고등교육 과정을 마치고 5년이 지난 덴마크인의 소득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취업한 노동자 중 5년 경력자의 중위소득과 비교했다.
전공별로 격차는 컸다. 미술 전공자는 90%, 디자인 전공자는 65%, 인류학 전공자는 거의 절반 정도가 대학을 다니지 않은 경력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 반면 의대 졸업자 중 대학 비진학자보다 임금이 적은 이는 4.4%에 그쳤다.
덴마크는 고등교육까지 전 과정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한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등록금을 내키는커녕 오히려 학생 수당 격인 국가교육지원금(SU∙Statens Uddannelsesstøtte)으로 매달 세전 6,321크로네(120만 원)를 최장 7년 간 현금으로 받는다. 정치연구센터(CEPOS) 최고경제학자 겸 부사장 매즈 룬드뷔 한센(Mads Lundby Hansen)은 모든 비용을 국가가 치르는 덴마크에서 특정 대학 전공자 다수가 경력직 비숙련 노동자보다 수입이 적은 상황은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고등교육의 과잉공급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5년을 보낸 사람은 생산성이 높을 테니, (대학 진학 대신) 직업 교육을 받은 사람보다 임금이 눈에 띄게 높기를 기대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많은 전공에서 상당히 많은 학생에게는 통하지 않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교육을 덜 받은 사람보다 임금이 낮지요. 과도한 교육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겠지요. 여기 드는 비용은 덴마크 납세자와 경제가 치르는 거고요."
보수 싱크탱크 "과잉 공급 전공에 인센티브 줄여야" 주장
정치연구센터(CEPOS)는 졸업자 다수의 임금이 비숙련 노동자보다 못한 전공에 입학하는 학생 수를 줄일 방안으로 해당 전공에 한해 수업료를 받거나 학생 수당을 대출로 갈음하라고 제안했다. 이럴 경우 소득이 낮은 졸업생이 많은 전공에 지원하려는 학생이 줄어드니, 해당 전공에 지급하는 예산을 기대 소득이 높은 전공에 사용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매즈 한센 부사장은 교육 제도를 다양한 관점으로 봐야한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심각한 자원 낭비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 선택은 당연히 경제적 관점보다 훨씬 많은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교육이나 흥미 등등 다양한 이유가 될 수 있죠. 인문학이나 예술 교육이 이어져야 함은 물론입니다. 다만 제 관점으로는, 이번 연구 결과가 대학 진학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도드라지게 입증해 냈다는 말씀입니다. 대학 교육이 전액 세금으로 지원하는 현 상황은 납세자가 큰 투자를 하는 셈입니다. 직업 교육보다 더 높은 임금을 성과로 내놓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정치연구센터(CEPOS)는 2004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활동을 시작한 보수 독립 싱크탱크다. 자유 시장을 지향하며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분석과 조사를 실시해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새 정책과 해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 연구는 덴마크 경제 성장률을 향후 10년 간 매년 3%로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개혁안을 발굴하는 '프로젝트 3%'(Projekt 3%)의 일환으로 크라크재단(Kraks Fond)과 노보노르디스크재단(Novo Nordisk Fonden)이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