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나라로 꼽혔다.

국제연합(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2023년 3월20일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11번째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23)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연구진은 세계 137개국 시민이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조사해 순위를 매겼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상위권에는 북유럽 국가가 포진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핀란드가 선정됐다. 핀란드는 6년 내리 왕좌를 차지했다. 덴마크는 지난해 아이슬란드한테 탈환한 2위 자리를 올해도 지켜냈다. 아이슬란드도 2년 연달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덴마크는 행복도 조사를 시작한 이래 4위권 밖으로 나간 적 없다. 그 뒤는 5계단을 뛰어오른 이스라엘이 차지했다.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룩셈부르크, 뉴질랜드가 순서대로 10위 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덴마크는 전반적으로 모든 항목에서 고르게 양호한 성적을 받았다. 특히 사회적 지원이 3위로 높았다. 1인당 GDP는 9위, 인생의 자주 결정권은 11위, 관대함 15위, 건강수명은 19위, 부정부패 인식도는 131위(낮을 수록 좋음) 등으로 객관적 지표는 모두 고르게 우수 혹은 양호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개인의 미시적 차원에서도 덴마크인은 행복하다고 느꼈다. 긍정적 영향도 12위로 양호했으나, 부정적 영향은 121위(낮을 수록 좋음)로 특히 우수했다.

한국은 경제력에 비해 불행한 나라로 늘 손꼽힌다. 올해 세계행복도 순위에서 한국은 5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9위보다 2위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조사대상 국가가 146개국에서 137개로 9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뒷걸음질친 셈이다. 10년 전 조사한 행복도보다 0.066점 줄었다.

한국이 불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거칠게 요약하면, 남의 눈치에 휘둘리며 사회적 지원 없이 각자도생하고 즐거울 일이 별로 없이 산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세계 3위로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게 오래 사는 나라 중 한 곳으로 이름을 날렸다. 1인당 GDP도 23위로 양호했다. 반면 벌이에 비해 나눔에 인색(관대함 53위)하며,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많지 않았다(사회적 지원 77위). 청렴도 95위로 경제 규모에 비해 사회경제가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자기 의지대로 내리지 못하고 외부의 압력에 굴복(자주 결정권 106위)해 행복도가 떨어졌다. 한국인 응답자는 개인적 차원에서 딱히 불행하지는 않으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부정적 영향 106위, 긍정적 영향 115위).

행복도 세계 최상위 국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최하위권 국가 사이에는 큰 격차가 벌어졌다. 전쟁과 내전에 시달리는 아프가니스탄과 레바논이 올해도 세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나라로 나타났다.

이웃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내가 행복하려면 이웃 역시 행복해야 한다는 격언이 사실임이 거듭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행복도 격차가 적은 나라에 사는 시민이 행복했다. 전 세계적으로 행복도 격차는 별로 변하지 않았으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격차가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코로나19 사망률과 행복도 상관관계는 2020년과 2021년에는 높게 나타났으나, 2022년 오미크론 변종이 나타나면서 국가별 사망률 격차가 거의 없어짐에 따라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해졌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자 친사회적 자선 활동이 전염병 대유행 전보다 25% 가량 증가하며 전 세계에 행복도가 고꾸라지지 않았다.

출처 : 2023년 세계행복보고서 60쪽

자선 활동 증가 추세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2022년 들어 차이가 드러났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자선 활동이 크게 늘었지만, 러시아에서는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9월 행복도 조사에서 2014년 크림 반도 강제 병합 뒤보다 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 리더십을 신뢰하며, 공공의 목적 의식이 공고하고 자선 활동이 꾸진히 이어진 덕분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인 모두 자국 정부를 더 신뢰한다고 답했으나, 증가세는 우크라이나 쪽이 더 가팔랐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 정부를 지지하는 우크라이나 응답자는 사라졌다.

출처 : 2023년 세계행복보고서 62~63쪽

정부가 유능하면 국민이 행복하다

정부가 무능하면 그 나라에 사는 국민도 불행했다. 반대로 정부가 유능하다면 국민 행복도도 올라갔다.

연구진은 5개 잣대로 정부의 유능함을 평가했다. 재무, 공무, 법치, 내전 억제, 불황 예방 등이다. 전 세계 국가에서 이 5개 요소는 국가 차원에서 구성원의 행복도와 매우 큰 상관 관계를 보여줬다.

이를 확인한 연구진은 세수 및 정부 역량(State Capacity and Income)과 정치적 폭력(Political Violence)을 두 축으로 삼아 각국을 다시 3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공동이익 국가, 특수이익 국가, 약한 국가 등이다.

공동이익 국가(common-interest states)는 예산을 주로 공익에 지출한다. 정치 기관은 충분히 응집력이 있으며, 행정부는 정치적 합의를 이행하도록 강력하게 제약 받는다. 정부 조직은 현직자의 정치 권력을 제한한다. 또한 미래의 통치자가 계속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것임을 믿고 국가 역량을 장기적 이익에 투자할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공동이익 국가는 보통 광범위한 과세, 건강, 교육 및 보편적 연금 제도를 집단으로 제공하기 위해 강력하고 효과적인 세입 징수 제도를 갖춘다. 또 법과 규제 체계로 시장 경제에 단단한 기반을 제공한다. 공동이익 국가는 보통 다민족 국가로, 서유럽과 북미 지역에 있다.

특수이익 국가(special-interest states)는 정치 조직이 지배 계층의 권력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가 지배 계층에게 유리하게 운영되는 결과를 낳는다. 지배 계층이 깊이 뿌리내린 까닭에 정치 지형은 안정적이다. 국가 역량은 지배층의 이익을 충족하는데 주로 쓰인다. 따라서 공공 부문에 지출할 여력은 줄어든다. 특수이익 국가도 다민족인 경우가 많다.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 석유 부국이 여기 속했다. 일당독재국가인 중국도 여기 속했다. 연구진은 한국도 지배 계층의 이익에 복무하는 특수이익 국가라고 분류했다.

마지막으로 취약 국가(weak states)는 특수이익 국가와 마찬가지로 지배층의 권력을 제한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하기에 현직 권력자가 장기적 국익에 투자할 유인이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세수를 확충하거나, 빈곤을 극복하고 건전한 시장을 뒷받침하고 복지 제도를 실행할 능력이 극히 제한된다. 불안한 정치 상황은 아프가니스탄처럼 때로는 국가 권력이 폭력적으로 발현되는 사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곳에 투자하고 싶은 해외 자본은 드물 테니, 빈곤과 폭력이 악순환하며 취약 국가는 거듭 나락으로 빠져든다.

연구진은 기후 위기 등 국제 단위로 협력해야 대처할 수 있는 문제가 대두되는 와중에도, 국가 단위로 행복도를 개선하는데는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국가 역량 및 세금 징수 - 정치적 폭력성을 2개 축으로 분류할 경우, 한국은 국가적 내공에 비해 정치 지형이 성숙하지 않아 지배계층에게 유리하게 운영되는 특수이익 국가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출처 : 2023년 세계행복보고서 89쪽)

도우면 행복하다

도우면 행복하다. 돕는 이, 도움받는 이, 이들을 지켜보는 이 모두 함께 행복하다.

연구진은 이타주의(altruism)가 행복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이타적 행동이란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타인을 돕는 것을 가리킨다. 낯선 이를 돕거나 돈을 기부하거나 헌혈이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 등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종류를 망라하고 이타적 행동은 행복도를 끌어올렸다. 국가 단위로 보든지 개인 차원으로 보든지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으로 이타적 행동에서 도움 받은 이의 행복도가 올라간다는 점은 바로 납득될 테다. 그런데 반대로 도움을 주는 이 역시 더 행복해진다는 증거도 다수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특히 자발적으로 도움 받는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에 한 행동인 경우 돕는 이 역시 행복해졌다.

행복해진 시민은 이타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한다는 경향성도 확인됐다. 특히 다른 이의 이타적 행위 덕분에 행복해 진 사람은 자신도 이타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SDSN은 설문조사로 다양한 요소를 측정하고 종합해 국가별 행복도를 산출∙평가한다. 2023년 세계행복보고서는 137개국에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국가마다 1천 여 명씩 표본을 추출해 조사했다. 2022년 설문자료가 없는 국가는 2020년과 2021년 설문결과의 평균을 사용했다.

SDSN은 0~10점 척도로 지금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다양한 방식으로 물어봤다. 행복을 좌우하는 요소는 8개 지표를 조사해 종합했다. 1인당 GDP(GDP per capita), 기대 건강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 인생의 주요 의사 결정에서 자주성(freedom to make life choices), 관대함(generosity), 부정부패(perception of corruption) 등 6개 지표는 사회적 요소를 나타낸다. 긍정적 영향(positive affect), 부정적 영향(negative affect) 등 2개 지표는 개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주관적 감정이다. 2개 주관적 감정 지표는 2019년 보고서부터 포함했다.

참고자료